‘K-EV100’에 주요 대기업 참여…2만4000여 대 전환 예고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30 무공해차 전환100’ 제2차 선언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문재인 정부는 그린뉴딜, 탄소중립 등을 강조하면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수송 분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기·수소차 등의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 신규 도입 차량의 80% 이상을 전기·수소차로 선택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전기·수소차를 100% 도입키로 했다.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정부의 행보에 동행 의지를 밝히고 행동에 나서고 있다. 20개 제조기업과 6개 금융기업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차량을 10년 안에 100% 친환경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차량 대수로는 2만4000여대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 전환이 예상된다.

전 업종으로 ‘친환경차 전환’ 확산되나

국내 26개 기업이 2030년까지 보유차량을 친환경차(전기·수소차)로 전환할 것을 선언하는 ‘한국형 무공해차 전환 100’(K-EV100)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의 자동차기업은 물론 삼성, SK, LG, 한화, 포스코, 현대제철, KT&G 등의 20개 제조기업과 국민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등 6개 금융기업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K-EV100에 참여한 20개 제조기업은 현재 총 1만9000여 대 차량 중 무공해차 355대를(1.9%) 보유하고 있으나 올해 내로 800여 대 내연기관차를 처분하고 신규차량 833대를 무공해차로 구매·임차한다. 또 단계적으로 무공해차를 2025년 약 1만대, 2028년 1만5000대, 2030년 1만9000대(누적)를 구매·임차해 2030년까지 100% 무공해차로 전환한다.

6개 금융기업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차량은 총 5000여 대로, 이 중 무공해차는 46대(0.8%)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 금융기업들이 올해 안으로 보유 중인 내연기관차 50여 대를 처분하고 신규 차량 91대를 무공해차로 전환한다. 또 단계적으로 2025년 1600대, 2028년 4000대, 2030년 5900대(누적)를 구매·임차해 2030년까지 보유 차량을 100% 무공해차로 대체한다.

K-EV100에 참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농협은행은 금리우대, 현대차는 차량구매가 인하 혜택을 제공한다. 롯데렌탈·쏘카·현대캐피탈 등은 렌트·리스 특별판매가를 적용해 기업들의 무공해차 전환 지원에 동참할 예정이다. 환경부도 참여기업을 대상으로 무공해차 보조금을 우선 지원하고 사업장 내 충전기반시설(인프라) 설치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기업도 동참…참여 기업들 다양한 지원서비스 펼쳐

이미 친환경차 전환을 위한 각 기업들의 구체적인 행보가 시작됐다. 우선 현대차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기업 에스트래픽과 함께 전기차 구매 법인에게 차별화된 충전 솔루션을 제공키로 했다. 현대차는 지난 22일 전기차를 구매하는 법인을 대상으로 충전기 설치부터 사용, 보수 및 철거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특화 서비스 ‘EV Charge Solution’(EV 충전 솔루션)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K-EV100 참여는 물론 전 세계 배터리 기업 중 처음으로 RE100(재생전기 100%)과 EV100(전기차 100%)에 동시 가입했다. 이 중 EV100 가입은 2030년까지 기업이 소유하거나 임대한 3.5톤 이하 차량 30%, 3.5~7.5톤 차량 50%를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하는 캠페인에 동참하는 것이다.

KT&G도 K-EV100 선언을 시작으로 향후 사업장의 모든 차량을 친환경 전기차로 전환하는 작업을 단계적으로 이행할 계획이다. KT&G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1200여대의 업무용 차량을 2030년까지 전부 친환경차로 바꾸게 되면 총 2만여 톤이 넘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제조기업 외에 금융기업까지 친환경 행보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은 더 큰 의미가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금융업계는 업계 특성을 살린 친환경 투자 확대뿐만 아니라 글로벌 협약 가입 등을 통해 다방면에서 친환경 전략을 실천하고 있다”며 “이번에 국내 금융기업들이 업무용 차량을 무공해차로 바꾸는 선언식에 참여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은 탄소중립 사회를 앞당기겠다는 금융업계의 의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직접적으로 환경오염 물질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제조기업도 금융업계의 친환경 전략 실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금융기업은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방법 등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美 정부 친환경차 정책 강화에도 대응

미국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전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외 통상 정책인 ‘바이 아메리칸’ 정책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또 전기차 관련 세제 혜택과 친환경차 생산기업 인센티브 제공, 정부 관용차·공공기관 차량 300만대 전기차 변경 등의 정책은 기본적으로 미국 내 기업을 향해 있다.

미국 정부의 이러한 행보로 인해 당장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에게는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바이든 정부가 내세우는 친환경차 정책 자체가 결국 자국 보호주의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친환경차 판매량은 지난해 기준 세계 3위다. 특히 미국 내 친환경차 생산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3년에는 13.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경제 로드맵에 따라 2030년까지 수소차 120만대 보급 및 수소충전소 4300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2035년 캘리포니아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선언 및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등 친환경 행보에도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전현주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의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한 공급망 재편 및 일자리 유치 정책은 국내 기업에 기회인 동시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미국 친환경 모빌리티 시장에 대한 기회요인을 살리고 위협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국내 기업과 정부의 공동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