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픽사베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는 사회책임 투자나 지속가능 투자에 비해 투자 수익률을 중시한다. 하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기업 경영자나 자산 운용자들은 ESG 투자가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지는 모르지만 이는 재무적 성과를 희생하고 얻은 결과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는 더 이상 사실이 아니라고 봐도 좋다. 학계와 산업계 연구자들이 ESG 투자의 재무적 성과에 대해 많은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리데, 부쉬, 바센(Friede, Busch and Bassen)은 2015년 논문에서 ESG 투자와 수익률의 관계를 분석한 2000여개의 선행 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약 90% 연구에서 ESG 투자가 투자 수익률에 긍정적이거나 최소한 부정적이지는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또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들이 최근에 행한 몇몇 연구에서도 ESG 성과가 좋은 기업들이 투자성과도 좋았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 또한 다음과 같이 ESG 투자의 성과를 옹호하고 있다. “ESG 투자는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회색 영역에 속하지만, 우리는 점점 더 확신을 가지고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우리는 투자자들이 ESG 요인들을 전통적인 포트폴리오에 고려하면서도 투자성과를 거의 희생할 필요가 없다.’라고. 우리는 ESG 친화적인 포트폴리오가 위험 요인의 영향을 완화하는데 기여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회복력이 강한 포트폴리오가 되리라고 믿는다.”
그럼 ESG 투자는 어떻게 수익률 향상에 기여할까. 첫째, 포트폴리오 구성 시에 ESG 요인을 반영하면 개별 주식 고유의 리스크(idiosyncratic risk)를 줄이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ESG 평가가 좋은 기업이란 곧 ESG 관련사고 같은 기업 고유위험을 관리하는 역량이 뛰어난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둘째, ESG 평가가 좋은 기업들은 낮은 수준의 체계적 위험(systematic risk)을 보였다. 이는 전체 주식시장이 크게 변동하여도 해당 주가의 변동률은 크지 않다는 뜻이다. 이 또한 ESG 성과가 뛰어난 기업들이 시장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직면했을 때도 대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셋째, ESG 등급이 높은 기업들은 영업 이익률이 높았고 따라서 배당도 많이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 특성이 좋은 기업들은 기업을 경영하는 방식 또한 좋을 것이기 때문에, 이는 뛰어난 기업 실적으로 나타난다는 뜻이다.
그런데 ESG 성과가 좋은 기업들은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빛났다. 돌이켜 보면 2020년 주식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했다. 첫 3개월간은 주가가 폭락했고, 그 후 9개월은 주가가 지속적으로 올라서 2020년 초 수준을 상회하였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글로벌 ESG 지수들은 모두 벤치마크 지수에 비해 성과가 좋았고, 특히 초기 3개월에는 더욱 큰 차이를 보였다.
ESG 요인은 2008~2009년 국제 금융위기 기간에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 즉, 이 기간 중에 ESG 지표가 좋은 기업들이 4~7% 포인트 더 높은 주가 수익률을 실현했음이 확인됐다.
이런 결과들은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었던 기업들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축적했으며, 위기 상황에서 특히 신뢰가 중요한 가치로 부각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어떤 이들은 최근에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ESG 포트폴리오에 자금이 몰려서 주가를 견인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ESG 포트폴리오에 대한 수요 증가 때문에 주가가 올랐다는 증거를 찾지는 못했으며, 그 보다는 ESG 성과가 영업 실적에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처럼 많은 연구들이 ESG 투자 수익률이 더 나쁘지는 않다고 주장하는데도, 실제로 투자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ESG 투자 성과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사실 적절한 ESG 요인들을 투자분석 모형에 통합(ESG integration)함으로써 ESG로 인한 위험은 줄이고 새로운 기회는 잘 포착하여 투자 수익을 올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러다 보니 어정쩡하게 ESG 투자를 하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ESG 통합 투자 패러독스’(ESG integration paradox)라는 말까지 등장하는 형편이다.
ESG 투자를 제대로 하려면 먼저 중요한(material) ESG 이슈가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각 산업마다 중요한 ESG 이슈는 다르다. 예컨대 온실가스 배출이 전력 산업에서는 중요하지만 금융 산업에서는 그렇지 않다. 어떤 기업이 모든 ESG 이슈를 잘 하겠다고 덤벼들면 ESG 등급을 잘 받을지는 모르지만 그로 인한 비용 지출은 큰데 비해 실제로 수익성 제고에는 도움이 안 될 것이다.
그에 비해 자신에게 중요한 이슈만을 골라서 집중적으로 대응한다면 좋은 성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한 연구에 따르면, ESG 이슈에서 좋은 등급을 받은 기업들은 낮은 등급의 기업들에 비해 일반적으로 투자 수익률이 높았지만, 중요하지 않은 ESG 이슈에서 좋은 등급을 받은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 투자 수익률이 높지 않았다. 이제 투자자들은 막연히 지속가능성을 위한 책무를 다하겠다고 이야기 하는 기업들보다는, 재무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ESG 이슈에 전념하는 기업들을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좋은 ESG 투자 성과를 내는데 여전히 큰 장애요인은 바로 단기 실적주의다. 즉, 자산 운용자에 대한 평가 주기가 ESG 투자 성과가 나타나는 기간보다 짧아 자산 운용자들이 긴 호흡을 가지고 ESG 투자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대체로 ESG 투자가 재무성과를 내는 데는 최소한 5~7년 정도 기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한 조사에 따르면, 투자 성과 평가 주기가 5년 이상이라고 답한 투자자들은 10~20%에 불과했다. 특히 10년 이상 주기로 운용 성과를 평가받는 자산 운용자는 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자산 운용자들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하기 어렵다.
●조신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프로필
대통령 비서실 미래전략수석, SK브로드밴드 대표,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MD,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역임했다. 파리협정(2015) 체결 시 정책결정에 참여한 인연을 계기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기업 지배구조 관련 연구도 계속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한민국 IT 인사이드> 등이 있다.



조신 교수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