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자영업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엄격한 방역 조치로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줄어든 매출은 회복의 여지가 없고 결국 자영업자들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

지난 2월 공식 실업자와 원하는 만큼 일하지 못하고 있는 취업자 등 체감상 실업자까지 더한 확장실업자는 468만명에 달해 통계 집계 이래 같은 달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코로나19가 할퀴고 간 1년의 상흔이다.

당연히 은행들의 순익도 줄었다. 그러나 시중은행 최고 경영자(CEO)들의 지갑은 달랐다. 은행장들의 보수는 최대 80% 올랐다. 올해 들어 저금리를 활용해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와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하는 ‘영끌’투자의 여파로 대출이 급증하자 은행은 앉아서 이자 마진까지 늘려 수익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경제 회복 속도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K자형 양극화’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 은행장 보수 10억원대 속속 진입, 주식보상은 숨겨진 보너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당기순익은 12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8000억원이 줄었다. 산업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 및 특수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의 순익은 7조7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4%나 축소됐다.

그러나 허인 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등은 10억원이 넘는 보수를 챙겼다. 그동안의 장단기 성과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2017년 11월 부임한 허 행장은 2019년과 지난해 급여는 각각 6억5000만원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지난해 성과급이 10억원에 달해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허 행장은 2017년 이후 성과를 반영해 확정된 주식 1만5794주를 부여 받았다. 지급 시점의 시가를 반영하기 때문에 아직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20일 종가를 대입하면 9억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이는 지난해 허 행장의 보수총액 18억5900만원에 포함되지 않은 제2의 보너스인 셈이다.

2019년 6억2800만원이었던 진 행장의 급여는 지난해 8억2000만원으로 늘어났다. 시중은행 급여 기준으로 단연 1위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2019년 3월 취임한 진 행장이 10개월 근무해 받은 급여 6억2800만원과 지난해 1년치 급여를 단순 비교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진 행장도 허 행장처럼 숨어있는 보너스가 있다. 장기성과연동형 주식보상으로 1만8090주를 부여 받은 것이다. 이 역시 보수총액에 포함되지 않았다. 2023년까지 장기 성과와 지주회사 주가에 따라 지급여부와 금액이 확정된다. 20일 종가를 기준으로 하면 7억원 이상이 되는 금액이다. 급여와 거의 맞먹는 수준의 보너스가 숨어 있는 셈이다.

결국 주식보상을 감안할 경우 18억원이 넘는 수준의 보수총액을 챙길 수 있다는 의미다.

진 행장은 급여 외에 3억원의 성과급을 별도로 받았다. 2020년 보수총액은 주식보상을 제외하고 11억3000만원이다. 지난해 초 라임펀드의 불완전판매 사태가 확산되고 그에 따른 금융당국 제재를 받은 진 행장이 별도의 성과급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높을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은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당초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과 진 행장에게 주의적 경고와 문책 경고를 각각 통보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각각 주의와 주의적 경고로 한 단계씩 징계가 완화됐다. 사실 조 회장은 처음부터 경징계에 해당된 것과 달리 진 행장의 중징계가 이어질 것인 지가 관건이었으나, 진옥동 은행장의 징계 수위가 중징계서 경징계로 돌변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사 임원 제재 수위는 총 5단계로 △ 해임 권고 △ 직무 정지 △ 문책 경고까지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경징계는 △ 주의적 경고와 △ 주의가 해당된다. 금융사 임원은 중징계를 받으면 현직 임기 종료 뒤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진 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가 문책 경고에서 주의적 경고로 낮춰진 배경은 라임펀드 분쟁조정 수용을 통한 구제 노력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진 행장은 중징계를 면해 추가 연임이 가능해졌고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 은행 역대급 실적인데 경영효율성은 제자리 걸음

빚투와 영끌에 이어 ‘벼락거지’라는 비유도 등장했다. 정부 말만 믿고 아파트를 사지 않다가 급등한 아파트만 바라보는 신세를 빗댄 것이다. 2030 세대는 물론 50대까지 확산된 박탈감과 자조감이 반영된 세태를 나타낸 유행어들이다. 정상적인 저축으로는 도저히 서울과 수도권의 집을 구매할 수 없다는 비애감은 결국 실체가 없는 가상화폐나 그나마 안전해 보이는 공모주청약 투자로 몰리는 ‘광풍’ 현상으로 이어졌다. 금융권 대출이 급증하게 된 배경이다. 대출 증가에 힘입어 은행의 이자수입도 늘어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을 합한 국내 일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총 2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00억원 늘었다.

1분기 특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1000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4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산업은행이 전환사채 평가이익 등 비경상적 요인으로 올해 1분기 1조4000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영향이 컸다. HMM(옛 현대상선)과 대우조선해양의 주가 상승, 한국전력의 배당수익 증가 등의 결과다. 일반은행과 특수은행을 합한 국내 총 19개 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5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조3000억원이 많다.

이들 은행의 1분기 이자이익은 10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000억원이 늘었다. 산업은행을 제외해도 1년 전보다 6000억원 증가한 10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산업은행을 제외한 은행의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49%로, 지난해 4분기대비 0.05%포인트 오르며 2019년 1분기 이후 이어졌던 하락세에서 벗어났다.

산업은행을 제외한 18개 은행 기준 비(非)이자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000억원 적은 1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경영 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국내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73%,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9.70%를 기록했다. 각각 전년보다 0.27%포인트와 3.46%포인트가 상승한 것이다. 산업은행을 제외하고 보면 18개 은행 기준 ROA는 0.59%이며 ROE는 8.42%이다. 전년보다 0.02%포인트, 0.44%포인트씩 각각 오르는 데 그쳤다.

결국 1분기 시중은행의 실적호조는 산업은행의 호전과 이자이익에 힘입은 결과다. 경영 효율성은 오히려 제자리 걸음에 그친 것이다.

신한은행은 진 행장의 연임으로 일단 한 숨을 돌렸지만 허술한 내부통제는 여전히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신한은행의 상근감사위원 A씨는 금융감독원 출신이다. 라임펀드의 불완전판매는 2019년 10월 발생했다. 그는 2018년 시작된 3년 임기를 마치고 올해 1년 연장됐다. 지주회사 회장과 행장이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 장치 미비 등을 근거로 징계를 받았지만 내부통제의 책임이 무관하지 않은 상근감사위원이 다시 임기가 연장된 것이다. A씨가 금감원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으면 상식적인 인사로 보기가 어렵다.

◆ 허술한 내부통제에 직접 칼 빼든 국회…김한정 의원 대표 발의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지주회사의 내부통제체계 실태’란 논문에서 “현재까지도 대규모 금융피해를 유발하고 있는 2019년의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지난해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는 지주회사의 소홀한 내부통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0년부터 대부분의 은행지주들은 사업부문별 조직을 강화하고 그룹 차원의 사업활동을 확대했다. 그러나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 활동을 강화하기보다는 개별 자회사의 내부통제 활동에만 의존했다고 이 연구위원은 평가했다.

이처럼 방만하고 허술한 금융권의 내부통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회가 나섰다. 국회 정무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인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지주회사의 권한과 책임의 균형을 도모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지난 17일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서는 금융지주회사의 주요 업무로 ‘자회사 등에 대한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를 명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사업부문별 조직을 확대해도 이에 상응하는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 체제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은 “개정안은 금융지주회사가 자회사 등을 포괄하는 그룹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토록 의무화하고 금융지주회사의 이사회, 대표이사, 준법감시인 등의 그룹 내부통제와 관련한 업무와 책임을 명확히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 등을 포함하는 그룹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금융지주회사의 이사회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거나 개정하고 임직원의 내부통제기준 준수를 위한 정책 수립 등의 사항을 심의o의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밖에 금융지주회사의 대표이사는 그룹 내부통제 제도 위반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예방대책을 마련하고 점검과 징계를 수반한 그룹 내부통제 제도도 총괄해야 한다. 이어 금융지주회사의 준법감시인은 내부통제 업무를 수행하고 결과를 대표이사 또는 대표집행임원에게 보고토록 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대표적으로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라임펀드 환매중단으로 6000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복합 점포 운영의 관리 책임이 있는 신한지주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켜보고 법안 개정에 착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의원은 금융회사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 회복을 위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 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일명 지배구조법)’개정안도 대표 발의했다. 특히 금융지주 대표이사(회장)를 추천하는 임추위의 경우에는 위원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토록 했다.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금융지주 회장이 임추위에 직접 참여하거나 위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임추위가 대표이사의 임기 연장 등을 추인하는 들러리, 거수기로 전락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