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과장 논란 본격화…자율주행 선두주자 테슬라도 타깃

운전자 없이 달리다 사고로 2명이 사망한 테슬라 자율주행 차량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글로벌 자동차·IT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시작됐다. 특히 올해 들어 자율주행 시스템 구동에 필요한 차별적인 주행 보조기술과 새로운 헤드업 디스플레이 기술들이 유독 주목받기도 했다. 이처럼 자율주행차가 자동차와 IT 업계에 가장 뜨거운 이슈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상용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자율주행차가 넘어야 할 장벽이 높다. 아무리 빨라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2025년 전에 쉽지 않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일단 구글 웨이모, 인텔 모빌아이 등 IT기업들이 자율주행 기술력을 뽐내고 있지만 자동차라는 실체가 명확해야 상용화가 가능해 보인다.

테슬라와 기존 완성차업계도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잇따라 발생하는 안전사고도 문제지만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명칭도 혼란을 가중시켜 소비자들의 안전 불감증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테슬라 ‘오토파일럿’, 완전 자율주행 아니다

자율주행 선두주자로 꼽히는 기업은 역시 테슬라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곧 출시할 것이라며 여전히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라는 측면을 봤을 때 과장된 측면이 분명히 있다는 입장이다.

이지형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테슬라가 실제 도로에서 사용 가능한 자율주행 베타 서비스를 공개하면서 테슬라만의 독자적인 자율주행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도 “독자적인 방향성을 갖춘 테슬라의 자율주행 방식은 보급 확대에 유리한 측면이 있으나 기술적 약점과 제도적 장벽을 극복해야만 실제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에는 머스크 CEO가 과장된 주장을 접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이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에 실리기도 했다. 이 매체에서 IT 분야를 맡고 있는 터리사 폴레티 칼럼니스트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머스크의 과장하는 버릇은 새롭지 않지만 자율주행과 관련해서는 결과가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폴레티 칼럼니스트는 “머스크가 완전 자율주행이 곧 실현될 것처럼 여러 차례 낙관적인 일정을 제시해왔다”며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에 대해서도 과장해왔다”고 지적했다. 오토파일럿은 테슬라 차량에 탑재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의 명칭이다. 문제는 운전자가 오토파일럿을 완전 자율주행과 착각해 꾸준히 교통사고가 발생한다는데 있다.

이미 지난해 독일 뮌헨 법원은 오토파일럿이라는 명칭 사용에 대해 허위 광고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모리시오 페냐 웨이모 최고안전책임자(CSO)도 “용어에 대한 그릇된 해석 때문에 기술을 과신하면 탑승자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며 오토파일럿이라는 명칭 사용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자율주행 사고 급증…전기차 스타트업 남발도 심각

최근 테슬라 차량의 오토파일럿 기능 관련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이 기능의 과대포장 논란이 더 확산되고 있다. 오토파일럿 기능이 탑재된 테슬라 차량 운전자들이 운전석에서 자리를 비우는 일이 늘고 있고 실제 사고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테슬라는 지난 18일 완전 자율주행 기능을 과장 광고한 혐의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차량국의 조사를 받게 됐다. 테슬라 차량은 기본 옵션인 오토파일럿과 추가 옵션인 완전 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다. 테슬라가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FSD 옵션을 추가할 경우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것처럼 광고했는데 이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미 테슬라 내부에서도 FSD 기능이 아직 완전 자율에 이르지 못했다고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테슬라 홈페이지에는 ‘FSD가 자동차를 자율적으로 만들지 않으므로 운전자의 적극적인 개입을 필요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캘리포니아주 차량국은 지난 6일 테슬라 관계자들과 최근 가진 비공개 콘퍼런스콜에서 자율주행기능 기술개발 담당 엔지니어가 “테슬라는 현재 레벨2(ADAS) 수준”임을 인정했다고 공개했다. 완전 자율주행은 레벨4 이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AMR에 따르면 전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2019년 542억 달러(약 61조5000억 원)에서 2026년 5560억 달러(약 631조 원)로 연평균 39.47% 성장이 전망된다. 자율주행차 시장은 분명히 급성장하고 있다. 이미 상용화되고 있는 전기차에 다양한 헤드업 디스플레이 기술들이 탑재되고 있는 것도 완전 자율주행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려면 기술 고도화와 함께 관련 인프라 구축이 가장 시급하다”며 “특히 자율주행 기술의 오류를 조금이라도 더 줄여 기술적 안전성을 높이고 더 나아가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자율주행차 상용화 이후에도 제대로 보급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자율주행차보다 더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는 전기차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테슬라가 이미 수년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최근 들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현대자동차그룹 등 기존 완성차기업들도 완성도가 높은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흐름에 편승해 전기차 스타트업이 남발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전기 픽업트럭 스타트업 로즈타운모터스는 최근 시제품의 주행 테스트 중 화재가 발생해 차량이 전소되는 굴욕을 겪었다. 카누와 피스커 등 전기차 스타트업도 시제품 테스트 결과에서 미흡한 부분이 지속적으로 발견되면서 양산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이런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인수·합병만을 위해 만들어진 페이퍼 컴퍼니를 앞세워 스팩(SPAC) 상장을 했다는 것이다. 기술의 완성도보다는 머니 게임이 판을 치고 있는 모양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스팩으로 상장한 주요 전기차 스타트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스팩 상장 전기차 스타트업 5곳의 주가는 최근 1년 내 최고점 대비 적게는 60%, 많게는 8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전기차 기업들의 품질·안전 노하우를 스타트업이 일순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들의 섣부른 상장이 독이 돼서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