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맑음’…내연기관 위주 부품사 수요 급감 위기

현대모비스의 엠비전 X. 자동차 유리창이 특별한 테마를 연출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로 변신할 수 있어 차량의 360도 투명 유리창 전체를 스포츠 경기나 공연 관람용 스크린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정부가 2030년까지 기존 자동차 부품기업 1000개를 전기차 등 미래차 업종으로 전환한다. 이를 위해 기술·자금·인력·공정 등 4대 지원수단 확충에 올해 2826억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일 제11차 혁신성장 빅3 추진회의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자동차 부품기업 미래차 전환 지원전략’을 발표했다.

실제로 자동차산업이 미래차로 전환하면서 내연기관 위주의 자동차 부품기업은 수요가 급감할 위기에 처했다. 물론 글로벌 자동차 부품기업인 현대모비스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 9조8158억 원, 영업이익 4903억 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6.5%, 35.9% 상승했다. 이는 이미 전략적으로 고부가가치 핵심부품과 전동화 부품 경쟁력을 꾸준히 키워냈기에 가능했다.

자동차 부품산업 내 양극화 극심

지난해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 매출액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 매출액은 그나마 완성차 내수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2.69%만 감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국내 110개 외부감사 대상 자동차 부품기업을 분석한 결과 총 매출액은 전년 대비 1조9513억 감소한 70조629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감소한 기업은 77개 기업으로 국내 완성차 계열사 10개 기업 매출은 2.06% 감소한 38조6649억 원, 비계열사 100개 기업 매출은 3.44% 감소한 31조9647억 원을 기록했다.

또 고용인원 파악이 가능한 105개 기업을 대기업(62개 기업)과 중소기업(43개 기업)으로 구분해보면 대기업 매출은 전년 대비 2.67% 감소했고 중소기업은 6.61% 감소했다. 무엇보다 부품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9년 3.86%에서 지난해 2.81%로 1.05%포인트가 하락했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기업은 68개 기업으로 대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2019년 4.08%에서 지난해 2.99%로 하락한 반면 중소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2.02%에서 1.34%로 하락했다. 분석대상 110개 기업 중 적자기업 수는 40개 기업(36.4%)으로 2019년 대비 17개 기업이 증가한 상황이다.

현대모비스도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36조6265억 원, 영업이익 1조8303억 원을 기록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7%, 22.4% 감소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자동차시장 침체와 A/S 부품 수요 감소에 영향을 받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올해 1분기 실적은 전년 대비 대폭 상승하며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 내 양극화를 방지하면서 미래차 공급망과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며 “이번에 조사된 110개 기업 총 매출에서 중소기업 비중은 2019년 6.99%에서 지난해 6.76%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정부가 내연기관 부품업체의 미래차 전환을 지원 중이지만 기존 인력 재교육을 통한 전환배치와 차량용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을 확대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미래차 공급 생태계를 차질 없이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부품기업 대형화·글로벌화 집중 지원

산업통상자원부의 실태조사 결과 부품기업의 80%가 미래차 대응 계획이 없는 등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완성차기업, 지원기관 등과 함께 부품기업의 전략 수립·기술 개발·자금 조달·사업화 등을 밀착 지원하는 ‘미래차 전환 지원플랫폼’을 구축키로 했다.

또 정부는 부품기업의 미래준비와 신사업 진출을 위한 ‘이종산업 간 협력의 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민간 주도로 ‘자율주행산업협회’를 설립하고 부품기업과 IT·서비스 등 이종 기업 간 ▲공동 R&D ▲전략적 제휴 ▲표준화 등 협업을 촉진한다. 이후 부품기업 희망 협력 분야를 토대로 스타트업을 발굴·연계하는 ‘스마트 브릿지’(Smart Bridge)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특히 정부는 2030년까지 부품기업 1000개를 미래차 기업으로 전환해 국내 부품산업의 생산·고용·수출 규모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매출 1조 원 이상 부품기업을 현재 13개에서 2030년 20개로 확대하고 1000만 달러 이상 수출 부품기업은 현재 156개에서 2030년 250개로 확대하는 등 부품기업의 대형화와 글로벌화를 집중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기업들은 미래차 전환기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기존 생산 라인을 바꾸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자동차 부품업종에서 대기업 점유 비중이 증가하는 등 대·중소기업 간 격차가 커지는 시점에서 이번 정부의 자동차 부품기업 대상 미래차 전환 지원책은 미래차 시대가 본격화되기 전에 반드시 필요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국내 글로벌 자동차 부품기업들은 미래차 전환기를 앞두고 이미 충분한 대응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현대모비스는 고부가가치 핵심부품을 기반으로 전동화 부품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2025년까지 1만2000여 건의 글로벌 지식재산권 확보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는 현재 대비 약 3배 높은 수준으로 최근 3년 간 연평균 특허 출원은 50% 가량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2000여 건이 넘는 국내외 특허를 출원한 현대모비스는 앞으로 국내 유명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보유한 외부 특허도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식재산권 경쟁력을 강화키로 했다.

이 밖에 미래차 산업에서 원천 특허기술의 중요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현대모비스가 출원한 지식재산권 2000여 건 중 절반 정도는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전동화 분야에서 나왔다. 또 현대모비스는 연구개발, 생산, 품질 등 전사적으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발히 접목하고 있다. 그동안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설계·생산·품질·경영지원까지 현대모비스 경영현장에 적용한 인공지능기술 사례가 40건을 넘어설 정도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