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셀렉션’ 등 국내 자동차 구독 서비스 본격 개시

현대자동차 ‘현대 셀렉션’ 서비스가 부산에 진출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공유경제는 개인이나 기업이 집이나 사무실 등 각자의 자산이나 서비스를 공유하면서 자산 가용성을 높이고 소유 비용의 부담을 덜어 지속적으로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신개념 서비스다. 이러한 흐름 속에 공유경제가 이제는 자동차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4월 차량 구독 서비스 ‘현대 셀렉션’(Hyundai Selection)을 정식으로 론칭해 월 구독료를 받고 차량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수도권에 국한돼 있던 현대 셀렉션 서비스를 부산 권역까지 확대 운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현대 셀렉션은 신차 구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국내 구독경제 대폭 성장…車 구독은 걸음마 단계

사실 국내 자동차 구독 시장은 아직 방향성도 제대로 설정되지 않은 듯하다. 현대차그룹 등의 시행 주체도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중고차 전문 사이트 ‘신현도의 중고차 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이미 다양한 주체들이 다양한 형태로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신차메이커와 판매 총판점(딜러 그룹)은 물론이고 대형 렌털회사나 자동차 유통회사, 그리고 일반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주체들이 사업적 목적으로 혹은 실험적 시도로 자동차 구독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렌터카 등의 법인 반납물량을 활용한 저가형 구독 서비스도 있지만 BMW나 인라이드(Inride) 등의 초고가형 구독 서비스도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테크내비오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구독 시장은 2023년까지 78억8000만 달러(약 8조9000억 원) 규모로 연평균 60% 이상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16년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25조9000억 원에서 지난해 40조1000억 원으로 54.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중고차기업 유카의 신현도 대표는 “자동차 구독은 전통적 형태의 리스나 렌털 대비 이용 요금이 생각보다 저렴하지는 않다”며 “좀 비싸더라도 이용 기간을 가급적 짧게 가져가려는 소비자가 있을 수 있고 경제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있는 소비자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차메이커들이 기대하는 대로 다양한 차종을 운행해 보려는 호기심 많은 소비자도 있을 것”이라며 “이 외에도 자동차의 등록이나 기타 유지관리에 따른 번거로움이 싫어 필요한 기간만 잠깐씩 자동차를 운행하려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금, 보험료 등을 관리하는 번거로움을 피하면서 필요할 때만 대가를 지불해 사용하는 스마트한 소비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국내 자동차 구독의 역사는 짧다. 게다가 국내 렌터카 시장이 워낙 잘 발달해 있는 것도 아직까지 국내에 자동차 구독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로 보인다. 그럼에도 주기적으로 운행차량을 교체하면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과 완성차기업들 중심으로 제공되는 신차 구독 서비스가 부각되면 이 역시 큰 매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마다 지원하는 차종이 다르고 이용료에 포함된 보험료 등의 부가서비스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가격을 특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차량 구독 서비스의 월 평균 이용비는 135만 원으로, 차량 종류가 다양한 만큼 가격도 적게는 월 40만 원대에서 많게는 200만 원대 후반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고 밝혔다.

다양한 신차, 주행거리 제한 없이 탄다

일단 현대차 구독서비스는 다양한 차종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현대차는 부산 지역으로 구독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올해 안에 현대 셀렉션 월 구독 상품(레귤러 팩)과 단기 구독 상품(스페셜 팩)을 이용할 수 있도록 총 14개의 차종을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렌터카 제휴 기반 오픈 비즈니스 플랫폼인 현대 셀렉션을 수도권과 부산에 이어 향후 점진적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키로 했다.

월 구독 상품 이용자는 매달 ▲그랜저 ▲팰리세이드 ▲싼타페 ▲쏘나타 ▲투싼 ▲아반떼 ▲베뉴 등을 이용할 수 있고 단기 구독 상품 이용자는 ▲벨로스터N, 쏘나타 N라인, 아이오닉 5, 스타리아 등의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 중으로 N브랜드 3개 차종이 추가된다.

또 현대차는 다음 달 중으로 국내 자동차업계 최초로 수도권과 부산 간 ‘지역간 구독 로밍’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월 구독 상품 스탠다드 이상 이용자는 타 지역 방문 시 단기 구독 상품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현대 셀렉션은 가입회원 1만 명을 돌파한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 셀렉션의 구독 요금에는 차량 관리 비용은 물론 보험료, 자동차세와 같은 부대비용도 포함돼 운전자가 평소 차량 관련 비용을 따로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며 “모든 차량을 주행거리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고 이용 이후에는 해지가 자유로워 고객이 필요한 기간에 맞춰 합리적인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아도 프리미엄 라인업 구독 서비스 ‘기아 플렉스’를 운영하고 있다. 대상 차종은 K9, 스팅어, 그리고 모하비로 기아차 럭셔리 급으로만 구성돼 있다. 최소 한 달 이상으로 구독기간이 설정돼 있지만 월간 1회 차량 교체가 허용돼 있고 주행거리에는 제한이 없다. 이 밖에 BMW MINI도 국내에서 ‘올더타임 미니’라는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외 신차 구독 서비스가 가능한 국내 완성차기업들은 아직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롯데렌터카가 장기와 단기 렌터카 형태로, 쏘카가 카쉐어링 형태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구독 서비스를 시행하는 완성차기업은 현대차와 기아 두 기업뿐이고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자동차에는 구독 서비스가 없다”며 “실질적으로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한국 기업들이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렌터카 및 차량운행정보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중견 스타트업 비마이카가 운영하는 ‘카로’라는 구독 서비스가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