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VS 카카오,각 사 공시/IR 자료
[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2000년 4월11일 이해진의 네이버컴이 새롬기술에 흡수돼 하나의 사업부로 들어가기로 한 합병 계획이 백지화됐다. 하마터면 포털 기업 네이버가 사라질 뻔한 순간이었다.

당시 온라인고스톱 게임으로 돈을 벌고 있지만 부정적인 사회 인식을 바꾸고 싶고 사업 모델 확장이 필요한 김범수와 안정적 매출을 바탕으로 검색 시장에 더 투자하고 싶은 이해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다. 사명을 NHN으로 바꾸고 각각 공동대표를 맡았다.

20년이 지나 두 사람은 각각 계열사 100개 이상을 거느리며 증시에서 시가총액 3위를 놓고 경쟁하는 공룡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를 지휘하고 있다.

둘은 서울대 공대 86학번 동기이고, 첫 직장으로 삼성SDS를 같이 다녔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승부사 기질로 유명하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명석한 분석가로 알려져 있다. 전략적 제휴로 친분을 쌓게 된 기업의 오너들이 이해진 GIO의 날카로운 조언에는 귀를 기울인다고 한다.

네이버의 기본 사업은 검색 포털과 글로벌 메신저 라인이다. 카카오는 국내 1위 메신저 카카오톡이 기반이다. 포털 네이버는 회원 수 4000만명을 둔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 안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는 고감도 적중률로 유명하다.

카카오톡은 사람간 연결에 강점을 갖고 있다. 메신저 참가자들이 소비자이며, 생산자가 되기도 한다. 연결과 융합의 속도전을 강점으로 다양한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두 기업은 각자의 장점을 내세워 금융·커머스·콘텐츠·구독 경제·클라우드·메타버스 등 전선을 확대해 나가면서 운명의 결전을 벌이고 있다.

◆ 금융과 핀테크.. 다른 전략으로 맞붙다

네이버는 플랫폼을 유지하며 기존 금융사와 제휴하거나 금융위원회의 혁신 금융 지정방식으로 서비스를 넓혀나간다. 반면 카카오는 영업 허가를 받아 증권·은행·손해보험까지 범위를 넓혀 직접 뛰어들고 있다.

2019년 11월1일 네이버는 간편결제사업부인 네이버페이를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출범시켰다. 이때 미래에셋대우(현재 미래에셋증권)는 네이버파이낸설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네이버의 이해진과 미래에셋금융그룹의 박현주. 빅테크 금융사업을 위한 두 사람의 포석은 1~2년만에 신의 한 수였음이 증명되고 있다.

지난 2월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위원회로부터 ‘플랫폼을 통한 소액 후불결제’ 대상기업으로 선정됐다. 국내 첫 플랫폼 후불결제 사업자다. 후불결제는 상품을 먼저 구매하고 결제한 금액은 지정한 날짜에 납부하는 것이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이후 가능한 서비스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또‘지정대리인’지위를 이용해 여신 및 보험업에 진출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들의 판매 실적을 바탕으로 신용도를 평가해 대출해준다. 네이버측이 신용도를 평가하고, 미래에셋캐피탈이 대출을 내어준다.

지난해 12월 출시 이후 기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평균 5.7%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 대출 승인률이 44%를 넘어, 일반적인 은행의 사업자 승인률 20%를 크게 웃돌았다.

대출 후 5영업일 이상 단기연체율은 0%를 기록했다. 판매자의 고객 문의 답변률, 반품률 등의 비금융정보를 바탕으로 네이버가 개발한 대안 신용평가시스템의 위력이다.

더 큰 전쟁터는 가계대출 1700조원을 놓고 벌어질 대환대출 시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이 정부의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 플랫폼에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내부적으로 최종 의사를 조율 중이라는 것이 관련 종사자들의 전언이다.

금융위와 금융결제원은 각 금융사의 대출 조건을 소비자가 비교해보고 자유롭게 다른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개방된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약 1700조원에 이르는 가계대출의 대이동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기존의 온라인 대출 플랫폼은 핀다 등 핀테크 13개사가 영업 중이다. 따라서 네이버의 참전은 금융위의 최종 승인 여부에 달려 있다. 금융위 스스로 혁신 금융의 최우선 목표를 국민 편의라고 밝힌 만큼 네이버의 진입을 막기는 어렵다.

국민들이 대환대출 서비스를 활용하면 가계대출 1700조원 기준으로 약 0.5~1.0%포인트의 금리인하 혜택만 누려도 연간 수 조원 이상의 이자를 아낄 수 있게 된다.

한편 지난 9일 금융위는 카카오손해보험(가칭)의 보험업 영위를 예비 허가했다. 이로써 카카오는 간편결제, 증권, 은행을 넘어 보험 영역까지 진출이 가능해졌다.

상장을 준비중인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장외시장 시가총액은 각각 16조원과 40조원에 육박한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56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3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 합계와 맞먹는다.

이와 관련 증시 분석가들은 “거품 지적이 나올 수 있으나 성장성 추이나 지표를 보면 그만큼 기대감을 갖게 하는 측면도 있다”고 평가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총 직원은 903명으로 4대 시중은행 평균 직원수인 1만4000명의 6%에 불과하다.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지점 설치가 필요 없다는 점이 작용한 탓이다. 하지만 1인당 평균 급여는 7800만원으로 시중은행과 비교할 때 20% 가량 적다.

되레 순이자마진은 1.7%로 4대 은행의 평균 1.4%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당기순익은 1136억원으로 전년대비 730% 폭증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 전운이 감도는 이커머스와 구독 경제 시장

쿠팡이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부터 네이버, 카카오까지 모두 커머스 시장의 주도권 싸움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네이버는 중소상공인의 스마트스토어로 플랫폼 덩치를 키우고 있다. 정산 시기도 앞당기고 대출 서비스도 시작했다.

또한 신세계 이마트와 지분 맞교환을 통한 협업에 나섰다. 네이버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을 이마트의 오프라인 유통망 및 전국 단위 물류 시스템과 접목시켜 시너지를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네이버는 이커머스 영토를 넓히기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 작업에도 참여할 듯이 보였으나 일단 발을 뺐다. 네이버는 지난 22일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일환으로 이베이코리아 지분 일부 인수 등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인수 절차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네이버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거래액 28조원을 기록한 1위 업체다. 점유율 3위인 이베이코리아를 신세계와 공동으로 인수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네이버는 물류 강화를 위해 CJ대한통운과의 협력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경기도 곤지암에 이어 군포·용인에 네이버 판매자인 중소상공인 중심의 풀필먼트 센터를 오픈한 것이 대표적이다. 풀필먼트(Fulfillment)란 상품 판매자들에게 물류 창고를 제공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포장부터 배송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말한다. 이번 풀필먼트 센터 구축으로 빠른 배송 서비스 범위와 제품군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 의사를 철회한 날 카카오는 오는 9월 이커머스 전문 자회사 카카오커머스를 흡수 합병한다고 공시했다. 2018년 분사한 지 약 3년 만이다.

공시에 따르면 양사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가 카카오커머스의 발행주식 총 9만3193주를 100%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금액으로는 182억1800만원 규모다. 카카오커머스는 합병 후 카카오의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운영되며 홍은택 대표가 CIC 대표직을 유지한다.

카카오는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사업 결합을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함으로써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카카오커머스와 합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장점인 연결성을 드러낼 수 있는 관계형 커머스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커머스는 분사 첫 해인 2018년 매출이 227억원에 그쳤으나 2년 만인 2020년에 5735억원으로 25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배가 늘어난 1595억원을 기록해 대박을 터뜨렸다.

박지원 교보증권 연구원은 “합병으로 광고·커머스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며“카카오톡의 발전 속도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구독 경제 시장에서도 일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13일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와 비슷한 방식으로 콘텐츠 판매·소비가 이뤄지는 ‘프리미엄 콘텐츠’서비스를 내놓았다. 이용자는 월 2900~1만9900원의 구독료를 내고 뉴스 등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네이버는 뉴스, 블로그, 네이버TV 등 기존 콘텐츠 플랫폼에서 활동하던 창작자들을 구독 플랫폼으로 끌어들였다. 수익 모델을 광고에서 유료 구독으로 변신하는 첫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카카오도 맞대응에 나섰다. 콘텐츠 구독플랫폼인 ‘카카오 창작자센터’의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오는 8월 정식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무료 구독을 기본으로 하되, 광고나 유료 구독 등 수익 모델 추가를 검토 중이다.

양 사의 구독 경제 경쟁은 쇼핑 등 비(非) 콘텐츠 부문에서도 붙었다.

네이버는 쇼핑을 이용할 때 네이버페이 적립 등의 혜택을 받는 월 4900원짜리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운영 중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모든 유료 이모티콘을 무제한으로 사용하고 구독 전용 이모티콘도 쓸 수 있는 ‘이모티콘 플러스, 실물 상품과 청소·세탁 서비스를 구독할 수 있는 ’구독ON‘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또 웹툰, 웹소설, 케이팝(K-POP) 등 한류 콘텐츠를 들고 해외 격전지로 이동하고 있다.

네이버는 북미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 지분 100%를 약 6억달러(약 6700억원)에 인수했다. 이로써 1억6000만명의 세계적 웹소설 팬층을 확보하게 됐다. 카카오는 일본 웹툰 시장에서 ‘픽코마’ 바람을 일으켜 네이버의 라인망가를 누르고 매출 1위에 올랐다. 일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이제는 동남아 웹툰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 미래 ‘기회의 땅’ 메타버스 산업 맞대결도 관심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불리는 메타산업 관련 기술을 놓고서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메타버스는 인터넷과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클라우드 시장은 네이버가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최근 카카오가 출사표를 던져 도전장을 내미는 모양새다. 카카오는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통해 ‘카카오i클라우드’로 시장 침투를 감행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취득을 완료하고 공공부문 클라우드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는 4000억원을 들여 경기도 안산 한양대 캠퍼스에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이기도 하다.

2017년부터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한 네이버는 일본, 싱가포르 등 10개 글로벌 거점을 만들 정도로 확장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500개 이상의 정부·공공기관이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을 사용 중이다. 네이버는 춘천에 이어 세종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각 세종’건설을 시작했다.

메타버스 시장에서도 네이버가 한 발 앞서 있다. 메티버스란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네이버의 손자회사 네이버제트가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미국 등 전 세계 165개국에서 약 2억명의 유저를 확보하고 있다. 네이버제트는 지난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하이브로부터 70억원, YG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에서 각각 50억원씩 투자를 받았다. 메타버스 세계에서 가장 필요한 엔터테인먼트 동맹군을 확보한 셈이다.

이에 맞서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와 긴밀한 협력 관계 구축을 시도하는 중이다. 카카오는 SM의 최대주주 지분 인수까지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출처=연합뉴스 )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