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요금 할인율 대폭 인하…내년 7월부터 할인특례 폐지

한국전력이 전기차 충전요금과 전력량 요금 할인율을 줄이기로 하면서 전기차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잘 나가는 국내 전기차의 가격을 보면 내연기관차 스테디셀러인 아반떼 가격의 2배, 인기 있는 SUV 차량의 1.5배 정도의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이 가격도 정부 보조금을 제하고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이니 전기차가 비싸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전기차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기존 동급 차량보다 적게는 1000만 원, 많게는 2000만 원 정도의 지출이 필요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전력이 전기차 충전요금과 전력량 요금 할인율을 줄이기로 하면서 전기차 소비자 부담이 더 가중될 전망이다. 지난달 24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이번 달부터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율이 인하된다. 게다가 내년 7월에는 전기차 충전 할인혜택이 사라지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전기차 보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반발로 ‘한전 시행계획’ 연기되나

한전은 이미 경영 실적 개선을 위해 2019년을 끝으로 해당 특례를 폐지하려고 했지만 전기차 소비자의 반발이 거세지자 내년 6월 말까지 유지키로 했다. 하지만 할인율을 1년 단위로 점차 축소하고 있어 전기차 소비자의 부담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전은 이번 달부터 충전용 전력에 부과하는 전기요금의 기본요금 할인율을 50%에서 25%로, 전력량 요금 할인율을 30%에서 10%로 인하할 계획이었다.

다만 3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전기차 충전요금만 올리는 것에 대한 관련 업계의 저항이 거센 상황이다. 특히 충전부담의 가중에 대한 전기차 소비자의 반발도 커지고 있어 전기차 충전요금은 당분간 기존 요금체계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각 지역 주요 전기차 충전소에 확인한 결과 “지난 1일 현재 변경된 지침은 내려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할인 축소와 관련된 요금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으로, 당초 한전이 발표한 것처럼 이번 달부터 시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상세 요금과 시행일이 결정될 때까지 기존 요금제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요금과 전력량 요금 할인율이 인하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전망돼 관련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완성차 기업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에 편승해 전기차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자칫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율의 인하 또는 폐지가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이오닉 5 등의 인기에 힘입어 완성차 기업들의 신형 전기차가 국내에 출시되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며 “여전히 높은 전기차 가격대와 부족한 충전 인프라 등에 소비자 우려가 큰 상황에서 최근 전기차 보조금 대란 이슈가 불거졌고 이제 충전료 할인 혜택 감소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전기차 시장 확대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할인 줄어들면 70kWh급 배터리 급속 충전시 2만5000원

일단 시행이 늦춰진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 전기차 충전료 특례 할인 규모가 기존에 비해 절반으로 줄고 내년 7월부터 할인 혜택이 아예 사라진다는 기본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전기차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전기차 충전 요금을 저렴하게 유지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충전료 특례 할인 규모가 줄어들면 환경부 한국환경공단의 급속충전 요금은 kWh당 255.7원에서 300원대 초반으로, 민간업체의 완속충전 요금 역시 200원대에서 최대 300원대로 인상될 전망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7kW 완속충전기 기본료는 1195원에서 1782.5원으로, 50kW 급속충전기 기본료는 1290원에서 1935원으로 각각 인상된다. 70kWh급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을 급속으로 완전히 충전할 경우 2만5000원 가량이 필요한 셈이다.

국내에 조성되고 있는 초고속 충전소의 요금도 당연히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자동차 충전 브랜드 E-pit의 경우 비회원 초고속 충전 요금이 kWh당 500원, 급속은 430원이다. 하지만 향후 충전료 특례 할인 규모가 줄어들면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테슬라의 충전비용도 지역별 세금과 충전 요금에 연동되는 만큼 역시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아이오닉5나 기아 EV6를 구매해 E-pit에 회원가입을 한 경우 kWh당 초고속 충전은 할인 혜택을 받아 245원까지 가격이 내려간다. 하지만 충전료 특례 할인 규모가 줄어들면 kWh당 300원까지 책정될 수 있고 내년 7월에 할인 혜택이 사라지면 400원을 넘길 수도 있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감안하면 한전과 정부의 할인율 조정이 합리적인 선에서 해결될 가능성도 분명 있다”면서도 “원유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대체제인 석탄가격의 상승으로 국내 전력생산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전기차 충전 할인혜택을 축소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할인 혜택이 사라져도 일반 유류비와 비교하면 전기차 충전 비용이 비싼 편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 충전 요금은 휘발유의 20% 수준이었다. 내년 7월 할인 제도가 없어져도 휘발유차와 비교해 60% 정도 저렴하다는 것이다.

한전 관계자도 “전기차 충전에 투입되는 전기 요금은 일반용 전기보다 기본요금은 60%, 전력량 요금은 10~15% 정도 할인된다”며 “충전료 특례 종료 이후에도 전기차 충전 비용의 경제성은 여전히 유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기존 전기차 구매를 결정했던 주요인 중 하나가 전기차 보조금과 충전 혜택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소비자 반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속속 출시되고 있는 고성능 신형 전기차들의 가격을 고려하면 전기차 충전 비용 등의 운행 경비 상승은 전기차만의 장점을 크게 퇴색시킬 우려가 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