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계열 구성원들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기업의 제품 생산 공정은 물론 그 제품이 소비되는 과정에서도 환경오염물질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는 경제 성장을 위해 기업의 이런 환경훼손 행위를 어느 정도 용인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친환경을 빼놓고는 기업 경영을 논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무엇보다 이러한 친환경 경영은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지속성에도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기업들의 기존 친환경 경영에는 획일적인 측면이 있었다. 이에 최근에는 기업들이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사업을 살려 보다 적극적인 친환경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화학, 철강, 유통 등 각 산업별 특색을 살린 친환경 사업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문화 프로그램을 활용한 친환경 메시지 전달도 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문화 프로그램·페스티벌로 환경보호 동참

국내 기업들도 친환경 경영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오랫동안 추진하고 있던 문화 프로그램에 친환경 메시지를 담고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다소 딱딱하고 심각할 수 있는 환경보호 메시지를 기업들이 문화 프로그램 또는 페스티벌 형태로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 산하 환경기관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문화 프로그램은 무엇보다 재밌게 즐기면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커지고 있고, 특히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주 소비층으로 급부상하면서 기업들의 이러한 행보는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통업계도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환경보호를 위한 문화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실제로 KT&G의 경우 공익사업 등에 지원하는 메세나 활동의 일환으로 운영하고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인 ‘상상마당 홍대’와 ‘춘천’, ‘대치’에서 업사이클링 팝업스토어와 전시회 등 환경보호 메시지를 담은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상상마당은 ‘세계 환경의 날’(매년 6월 5일)을 기념해 복합문화예술공간의 장점을 살린 다양한 방식으로 환경 피해의 심각성과 자원 순환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코카콜라도 지난달 환경재단이 해양과 도심 정화활동을 통해 환경보호를 진행하는 ‘2021 지구쓰담 캠페인’에 동참했다. ‘지구쓰담 캠페인’은 해양으로 유입되는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진행되는 캠페인이다. 코카콜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카콜라 글로벌 재단의 후원을 받아 동참하고 있다. 또 쓰레기 정화 활동에 힘쓰는 국내 비영리 단체를 지원하고 해양·습지 보호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환경오염 주범, ‘환경 지키미’로 거듭나다

화학과 철강 등 전통적으로 환경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산업들은 인류 생존을 위해, 그리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친환경 경영에 힘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창립 60주년을 한해 앞두고 지난 1일 ‘탄소 사업에서 그린 중심 사업’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해 나가자는 취지로 회사 핵심 ESG 전략 중 하나인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구성원들이 생활 속에서 직접 체험하고 참여하는 형태의 행사로 개최했다.

전국 SK이노베이션 사업장에서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16일부터 이번 달 2일까지 사회적기업들이 제작한 플라스틱 업사이클 제품을 구매가 이어졌다. 생활 속 체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플라스틱 재활용을 더 잘 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공모할 수 있는 페스티벌로 진행됐다.

SK이노베이션이 이번 행사를 기획한 이유는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사업 추진을 뛰어넘어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 형태로 실천적 ESG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SK이노베이션 계열은 폐플라스틱 문제를 환경오염의 큰 문제로 받아들이고 이를 개선키 위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혁신 기술을 대거 연구개발하고 있다.

포스코도 지난 3월 31일 포항 본사 인근 수변공원에 시민과 임직원을 위한 고품격 복합문화공간 ‘Park1538’을 개장했다. Park1538은 열린 공간을 의미하는 ‘Park’와 철의 녹는점이자 포스코인의 땀과 열정을 의미하는 ‘1538℃’의 합성어다.

Park1538은 철의 재활용성과 인간의 무한한 창의성을 의미하는 무한루프 콘셉트로 디자인해 수변공원, 역사관, 홍보관, 구름다리 및 명예의 전당을 하나로 잇는 테마파크 형태로 조성됐다. Park1538은 시민의 열린 공간으로 꽃과 수목이 어우러진 수변공원과 차오름길, 휴게공간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산책을 즐기며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포항의 친환경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린슈머’와 함께 ‘그린워싱’도 함께 증가

최근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제품 구매를 지향하는 소비자인 ‘그린슈머’가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친환경 관련 소비시장 규모는 2001년 1조5000억 원에서 2010년 16조 원으로 10배 이상 성장했고 지난해는 무려 3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에게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 변화 속에 기업들도 변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친환경 경영이 확산되고 있고 이제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도 친환경은 외면할 수 없는 필수 아이템이 됐다.

하지만 이런 흐름을 악용해 마치 친환경 경영을 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기업들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그린워싱’ 의심 사례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김지석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ESG 경영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최근 국내에서도 화두가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ESG 경영을 보면 실질적으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은데 겉모습만 친환경으로 포장한 이른바 ‘그린워싱’ 의심 사례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 전문위원은 이어 “ESG 경영을 하려면 참여 기업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2050년까지 100%로 높이자는 RE100, 참여 기업의 전기차 사용 비율을 2030년까지 100%로 높이자는 EV100 등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기후위기 대응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면서 “협력업체까지 포함해 전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계획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