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제46대 미국 대통령인 조 바이든을 지목할 수 있다. 혹자는 블랙락 최고경영책임자(CEO)인 래리 핑크를 꼽고 싶겠지만, 영향력 측면에서 전 세계 슈퍼 파워 국가인 미국 대통령의 영향력에는 못 미치지 않을까싶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떠한 정책적 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인 ESG 파고가 몰려 왔는지 자못 궁금하다. 필자는 ESG와 관련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과 스탠스를 아래 5가지로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ESG 정보공개와 관련된 정책들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상장기업들의 ESG 정보공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하원이 ‘ESG 정보공개 및 단순화법’(The ESG Disclosure and Simplification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목적은 미국 상장기업들의 ESG 정보공개 의무화에 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정보공개 방식에서도 변화의 조짐을 나타낸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선호했었던 ‘원칙중심 공개’(principles-based)에서 ‘규정 중심 공개’(rule-based)로의 변화를 시사한다. 후자의 공개방식은 마치 법률 조문처럼 세부적인 공개사항들을 일일이 나열해 놓은 것으로서, 보다 구체적인 정보공개에 방점을 찍고 있다. 향후 미국 상장기업들은 상세한 ESG 정보공개 매트릭스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적인 ESG 공시 표준 제정기관들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ESG 정보공개의 글로벌 표준화를 시도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 전후로, ESG 정보공개 가이드라인의 표준화를 향한 유력기관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지난해 11월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와 국제통합보고위원회(IIRC)는 양자 간 합병을 선언했고 지난해 9월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은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와 함께 지속가능표준이사회(SSB)를 준비하고 있다.

둘째, 기후변화 및 환경과 관련된 대담한 투자와 인사를 꼽을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지속가능 발전 목표와 친환경적인 인프라 개선을 위해 2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이미 약속했다. 2조 달러는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을 능가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예산이다.

또한 바이든은 과거 국무장관을 역임했었던 존 케리를 기후위기 특별공사로 임명했고 동시에 그를 국가안보위원회(NSC) 멤버로도 앉혔다. 또 다른 파격적인 인사로서 블랙락의 ESG 헤드를 맡았던 브라이언 디즈를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NEC)의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또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 제로)을 달성하겠다고 천명했다.

셋째, 다양한 섹터 내에 속한 기업들이 각자 업의 특성에 맞춰 기후변화에 대응토록 유도하고 있다. 금융 부문의 투자자들에게는 기후위기를 고려한 포트폴리오 구성을 유도하고 제조업, 유틸리티, 주택건설, 농업 섹터 내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환경규제를 도입해 이를 따르도록 압박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섹터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50만개의 전기차 충전소 건설을 약속하고 전기차 생산가능 대수를 늘려나갈 것을 요청하고 있다. 오일 가스 섹터의 경우 2035년까지 천연가스와 석탄발전에서 넷 제로를 달성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는 물 관리 시스템, 전력망(그리드)과 교통망 개선에 천문학적인 재정지출을 예고하고 있고 주택건설업의 경우에는 향후 보다 엄격해진 친환경 기준을 맞춰야 할 것이다.

한편 바이든은 환경 정책뿐만 아니라 ESG 중 ‘S’(사회적 책임)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인종 간 형평성 추구, 노동조합 지지, 최저임금 상향, 작업장 안전 이슈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넷째, 바이든 행정부 이후 미국 월가에서는 투자의사결정 과정에서 ESG 성과를 가격화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조지 세라파임 교수에 따르면 더욱더 많은 투자자들이 ESG 위험 노출 수준을 투자에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2016년 트럼프가 당선됐던 대선 당시 ESG 점수 차이에 따른 기업들의 시장 프리미엄이나 디스카운트 정도는 그리 크지 않았다. 즉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ESG 우수기업에 대한 정책적 혜택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견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바이든이 당선되자 투자자들은 투자대상 기업의 ESG 성과와 수익성 간에 밀접한 연계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 노동성(DOL)은 지난해 11월 퇴직연금 투자에서의 ESG 관련 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그 규정의 세부안은 공개되지 않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퇴직연금 운용에서도 ESG 요소들을 보다 중시할 것이고, 이와 관련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펼쳐진다. 경제와 산업의 전환적 국면을 이해하고 전 지구적 이슈인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며 글로벌 감각이 있는 대선 후보라면 ESG와 관련된 전향적이며 세련된 정책들을 준비해 제시할 것이다. 그리고 보다 영민한 후보라면 조 바이든 정책을 벤치마크하고 거기서 시사점을 얻을 것이다. 그런 정치 지도자를 간절히 기다려 본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프로필

KAIST 경영대학원 대우교수와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과 (사)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6년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 고객사에 ESG 분석과 운용 전략을 자문하는 ESG 전문 리서치 회사 ㈜서스틴베스트를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형 사회책임투자> 등이 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