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모건스탠리 )
[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최근 세계·미국 경제에 번진 성장 공포는 단지 공포심일 뿐이며, 곧 해소될 수 있다고 모건스탠리증권이 평가했다. 미국 경제 전망의 중요한 잣대인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주 장중 한때 1.30% 이하로 추락, 경기가 재차 하강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낳았다. 그러다 중국의 지준율 인하 소식 등이 전해지며 닷새 만에 상승세로 반전해 1.37%로 금요일을 마감했다.

이와 관련해, 12일 체탄 아히야 모건스탠리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년 전 이맘때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무더기로 속출하면서 전 세계가 성장 공포에 휩싸였다”라고 상기시켰다.

아히야는 “델타 변이 확산이 다시 경제 봉쇄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형성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 국회에서 재정 부양책 관련 합의 난항이 소비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는 우려감까지 가세하며 1년 만에 다시 성장 공포 심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아히야는 진단했다.

그러나 1년 전처럼 역시 이번 공포도 그저 심리적 두려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히야는 이런 두려움이 곧 사라질 타당한 4가지 근거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첫 번째는 코로나19와 경제의 방정식이 진화했다는 점이다. 전염성이 높은 델타 변이로 인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 중심으로 새로운 환자들은 증가하고 있다.

환자 수는 증가하고 있으나, 기존 백신이 심각한 중증 악화를 막아주고 입원을 예방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영국 등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서는 병원 시스템 용량이 초과하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즉, 엄격한 폐쇄는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

아시아 등 예방접종 노력이 지연되고 있는 경제에서는 완전한 해제 조치가 지연될 위험은 있다.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해외 수요 및 자본투자 회복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었으나 앞으로 3~4개월 동안 국내 소비는 억제될 수 있다. 그러나 백신 보급이 이어지는 만큼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를 다시 열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말 폭넓은 회복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다.

두 번째는 미국의 경제 부양책 철수 시점이 사이클상 빠르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너무 빠른 통화정책 정상화가 자칫 경기 회복을 망칠 수 있다는 우려감에 대한 반론이다. 회복이 진전되고 경제가 자급자족하는 길로 접어들면서 정책 당국에서 출구 전략을 검토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재정 및 통화정책 지원이 보장된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제거되지 않으리라고 기대한다. 미국 경제는 이미 튼튼한 기반 위로 올라왔다. 임금 소득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105%에 달하고, 실질 투자는 이미 4% 더 높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코로나19 이전의 추세에 도달했다. 올해 재정 부양책이 합의 난항 등으로 인해 다소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으나, 애초에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과장되었다. 재정 부양책의 속성은 재정적 조치들, 대부분은 가계에 대한 이전의 형태를 취한 것일 뿐이다. 투자를 늘리거나 생산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재정에서 미국 가계로 이전 후 남아 있는 초과 이체는 여전히 가계 대차대조표에 저축 형태로 남아서 지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미국 가계는 2조3000억 달러( 약 2641조원)의 초과 저축을 기록 중이다. 더구나 올해 7.1%로 예상되는 강력한 미국의 GDP 성장률과 내년 성장률 예상치 4.9%에는 초과 저축의 소비를 가정하고 있지 않다.

자산매입 축소인 테이퍼링 관련, 동료인 엘렌 젠트너 분석가는 9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제적 안내서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3월쯤 테이퍼링 착수를 예상하나, 다소 앞당겨질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연준이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시기의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코로나19 이전 경로를 크게 웃돌고 있을 것이다. 연준이 주목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기저효과·일시적 요인 조정 후 전년 대비 지속 가능한 2% 상승을 보여줄 것이다. 구직을 포기하거나 정규직을 원하는 시간제 노동자까지 포함한 광의의 실업률(U-6)은 8.5%까지 내려와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이전 광의의 실업률은 7% 수준이나, 지난 2013년 첫 테이퍼링 때 13%의 광의의 실업률과 비교하면 연말쯤 시작할 테이퍼링을 성급한 결정으로 치부하기 힘들다.

이번 성장 공포 역시 그저 두려움으로 끝날 것이라고 판단하는 세 번째 배경은 중국에서 날아왔다. 중국의 경제 정책이 그간의 긴축을 풀고 중간 수준이나마 완화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 사이클은 대체로 정책 긴축 때 해외 수요·자본투자 등이 버텨줘야 하나, 코로나19 발발이 중국의 민간 소비를 억제했다. 따라서, 중국의 정책 당국자들이 소폭의 성장 하강을 방어하기 위한 미세 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0.5%포인트 지준율 인하에 이어 재정 쪽도 다소 완화해줄 가능성이 있다.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 8.7%를 고수한다.

아히야는 “마지막으로 그동안 걸림돌로 작용했던 공급 제약도 일시적 현상으로 마무리되면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공급 측면 제약은 제조업 현황을 나타내는 구매관리지수(PMI)의 하위인 공급업체 납품 시간·재고 지수 등에 계속 반영됐다. 또한 공급 제약은 생산을 위축시켰다. 당장 반도체 부족이 자동차 생산에 지장을 주며 한국·일본의 자동차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는 노동력 부족이 서비스업종 성장의 발목을 붙잡았다. 미국의 일부 주(州)에서 시행 중인 추가 실업급여나 전면 개방되지 않는 학교는 노동자의 직장 복귀를 더디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3~4개월 내 노동 공급 여건이 개선, 생산량이 증가하고 재고는 정상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성장률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지금 느끼고 있는 성장 공포는 그저 공포로 끝날 수 있다고 아히야는 주장했다. 그는“중국·인도에서 약간의 하향이 나타날 수 있으나 유럽연합(EU)·남미의 놀라운 성과에 의해 상쇄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올해 세계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 6.5%(전년 대비)와 내년 4.9%(전년 대비)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아히야는 이어 “근본적인 호재는 세계 경제의 수요 전망이 탄탄하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화끈한 투자 사이클이 출현하면서 이번 분기부터 내년 말까지 세계의 경제 성장률은 코로나19 이전을 계속 웃도는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측했다.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