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공급망의 탄소배출(scope3)을 포함해 순 탄소배출을 제로 이하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물리적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인간 활동의 많은 부분을 온라인과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세계로 몰아넣었다. 그것이 초래한 구조와 질서의 파괴(disruption)로 인해 많은 산업 부문에서 기존 작업 형태의 파괴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생산성 후퇴와 경제적 침체를 가져왔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산업 부문에서는 경제적 타격이 없거나 또는 심지어 2020년 이전에 비해 현재 더 나은 경제적 성과를 구가하고 있다. 그 차이는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 분야의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별 기업이 물리적 격리 사회, 즉 디지털 연결 사회의 새로운 도전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는지 여부에서 찾을 수 있다.

새로운 변화는 기업의 경쟁 구도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지속가능한 사회가 추구하는 핵심가치 중 하나인 평등은 전통적으로 물질적 부(wealth)의 불평등에 관한 것이었지만 이제 그 이슈는 온라인 세상에서의 평등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에 코로나19는 디지털 세상에서 격리된 디지털 하층계급(digital underclass)를 만들어 내어 구조적 불평등이 사회구조를 훼손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미래에 이러한 사회적 파괴 현상을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 디지털 전환에 의한 경제의 회복탄력성 확보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원격 운영체계, 자동화,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등을 통해 인간의 근접 접촉이 없이도 비즈니스가 원활이 수행될 수 있다.

그것이 디지털 전환이 미래 지속가능한 사회를 달성하기 위한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에 매몰되기 쉬운 우리 사회의 성향을 생각하면 실질적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한 근본적이고도 다각적인 관점에서의 노력이 절실하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개념이 바로 디지털 지속가능성(digital sustainability)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실하게 제시한 인류의 미래 키워드는 ‘지속가능성’과 ‘디지털’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그 두 가지가 기업의 경쟁구도뿐 아니라 인류의 삶의 방식을 규정할 21세기의 메가트렌드(megatrend)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이 절대적 가치가 서로 시너지를 가져오지 않고 상충관계를 가지는 경우가 있다.

디지털 전환의 대표적 성공사례인 플랫폼 비즈니스의 경우 전자상거래와 음식물 배달 앱 비즈니스가 소비자에게 편하고 안전하게 소비활동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소비자 후생과 동시에 고용과 수익창출로 전반적인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증가시켰다. 또한 플랫폼 비즈니스가 여행 및 출장 수요를 감소시켜 기후변화 영향 감소를 통해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기여했다.

하지만 동시에 포장재와 일회용 제품, 특히 플라스틱 사용의 급증으로 환경파괴를 가져왔다. 또한 아마존이나 쿠팡과 같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택배업체와 종업원들의 인권과 생존권 등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쳐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저해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례는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디지털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디지털 지속가능성의 기본 개념은 디지털 정보 기술 발전이 지속가능성을 저해하지 않고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고 디지털 전환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지속가능성은 우리의 요구와 필요를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제공하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사회 변화의 촉진 수단인 디지털 변환을 활용하는 접근방식을 말하며 주로 환경 분야에서 그 영향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즉, 경제와 환경의 상충관계(trade-off)라는 전통적 관점에서 탈피해 디지털 지속가능성이 우리의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환경영향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논의된다. 예를 들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면 우리의 경제활동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제거하는 탄소중립, 즉 넷 제로(net zero)뿐 아니라 넷 네거티브(net negative) 달성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공급망의 탄소배출(scope3)을 포함해 순 탄소배출을 제로 이하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환경을 오히려 개선하는 데 기여하는 목표를 넷 포지티브(net positive)라 부르기도 한다.

궁극적으로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목표로 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시장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점이라 인식하지 않고 오히려 기업의 경제활동이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그 수단을 ICT 기술을 이용한 탄소배출 제로 운송수단, 에너지 효율 빌딩, 재생에너지 생산, 값싼 교육 솔루션이나 스마트 건강 및 영양 솔루션 개발에서 찾는 것이다.

그동안 지속가능성에 대한 ICT 산업의 기여를 과소평가하고 급격히 성장하는 ICT 산업의 환경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전문가들도 많았다. 하지만 다양한 연구조사 결과에 의하면 ICT 산업은 총탄소배출의 2% 이하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연구·자문회사인 가트너는 ICT 산업의 넷 포지티브 잠재력을 두고 2%의 문제와 98%의 기회를 가진 산업이라 표현하고 있다.

미국의 컨설팅회사 프로스트 앤 설리번의 2021년 보고서는 디지털 지속가능성이 넷 제로를 위한 길이라고 주장한다. 그 보고서의 결론 중 ICT 산업과 직접 관련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은 가치지향 데이터 및 분석을 통해 더 나은 전략적 우선순위를 선정할 수 있고 공급망의 파트너와 통합적 의사결정이 가능해지고 투명성을 개선할 수 있다.

둘째, 하이브리드 근무환경에서 생애주기 탄소추적,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기타 디지털 수단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셋째, 전체 가치사슬(scope 1,2,3)의 탄소배출 측정과 공시가 한층 강조되고 있고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로 인해 사용 단계에서 감소된 탄소배출을 나타내는 scope 4 배출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넷째, 센서와 인공지능(AI) 및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에 기초한 비즈니스 모델이 정적인 건물정보모델링에서 동적인 모델링으로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다섯째, 점점 더 중요해지는 공급망 지속가능성 관리를 위해 제품여권(product passports), 데이터 추적 솔루션, 첨단 지속가능성 평가, 라벨링 및 인증 등이 활용되고 있다.

여섯째, 로봇공학과 3D 프린팅이 콘크리트, 철강과 같은 자원집약 산업에서 자원절약과 환경영향 감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다른 위기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위기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하고 고용 창출, 소득 수준의 향상을 통해 물질적 풍요를 더욱 더 가속화는 등 21세기 경제와 인류의 삶을 좌우할 것이다. 그 이면에는 불평등 및 소외, 정보 보안과 프라이버시 등과 같은 사회적 이슈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고 동시에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물질적 풍요와 편안한 삶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해치지 않도록 기업과 이해관계자들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디지털 혁명이 기후변화, 자원순환, 생물다양성 및 안전 등의 중요한 이슈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해결책이 되도록 만드는 우리 모두의 지혜가 필요하다.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지속가능경영연구소 ESG 센터장)

●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 프로필

현재 인하대 지속가능경영연구소의 ESG 센터장. 국내 최초로 대학원 지속가능경영·녹색금융 전공을 개설해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속가능경영 관련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한국환경경영학회 창립인으로서 회장을 역임했고, 국민연금기금 사회책임전문위원과 인천시 녹색성장위원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대표 저서로는 <책임지고 돈 버는 기업들> 등이 있다.



김종대 인하대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