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한국은행 )
[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미국 국채 시장의 수익률 곡선 평탄화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성장 공포 심리도 증시를 계속 배회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장·단기 금리 차가 축소되거나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를 밑도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면 향후 경기 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론한다. 이에 따라, 정부와 주식투자자들은 채권시장의 장·단기 금리 차를 주목한다. 이에 맞추어 정책 대응을 하거나 투자 전략을 조절한다. 지난 4월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2년물 금리와의 차이가 축소돼 두 채권을 연결한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가 평탄화(flattening)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은행 해외 분석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로 금리 정책으로 단기 금리 움직임은 제한된 가운데 10년물 국채금리가 4.1~7.9일중 0.38%P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수익률곡선의 기울기인 장·단기 금리 차는 3월 말 158bp(1bp=0.01%P)에서 7월 9일 기준 115bp까지 축소됐다. 한은은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 2분기 중 경기 정점 통과 인식 △ 재정·통화정책의 정점 통과 판단 △ 해외의 미 국채 수요&기존의 국채매도 포지션 청산 등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경제 정상화에 따른 금리 상승을 전망하며 대규모로 구축했던 장기 국채 매도 포지션의 일부가 청산(단기물 매도·장기물 매입)된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글로벌 분석기관 BCA리서치도 수익률 곡선 평탄화의 배경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경제 성장률 감속 시 채권수익률 곡선의 기울기는 평탄화된다고 설명했다. 장·단기 금리 차가 좁혀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후반, 중국의 성장률이 먼저 고점을 지나간 후에 미국이 3월에 절정기를 통과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씨티증권의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는 팬데믹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진 상태다.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는 발표된 경제 지표가 분석가들의 예상치를 얼마나 상회했는지를 나타낸다. 부진한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는 최근 발표되는 각국의 경제 지표들이 예상치에 부합하거나 밑돌고 있다는 뜻이다.

BCA는 “그나마 유로존 경제가 활기 넘치고 있으나 여름을 전후해 고점을 치고 꺾일 것”으로 예상했다. 설상가상 델타 확산이 정점을 통과한 경제 성장을 추가 압박하고 있다. 채권수익률 곡선의 평탄화 배경의 두 번째 요인은 예상외로 긴축 쪽으로 옮겨간 연준에 대한 우려감이다. BCA는 “수익률곡선 평탄화의 30%는 6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이후 이틀간 발생했다”라고 지적했다.

6월 FOMC의 점도표에 대해, 채권시장에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과열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날 18명의 FOMC 위원은 오는 2023년 기준금리 예상 중간값을 3월 점도표 0.1%에서 0.6%로 크게 높였다. 이에 따라, 단기물 금리는 상승하고, 장기물 금리는 하락했다.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든 것이다.

세 번째는 기술적 요인이다. BCA는 “정부의 부채 상한제 협상 시한이 다가오자 재무부 측에서 단기재정증권(T-Bill) 발행을 줄이고, 연준의 현금에 의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연준의 양적완화(QE) 정책이 지속하고 있어 국채시장의 물량은 바짝 말라가고 있다. 계절적 채권 강세장에 이런 요인들이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 인플레이션이 반등하고 재무부 발행 물량도 늘어날 것으로 BCA는 전망했다. BCA는 이어“채권수익률 상승이 나타나게 되면, 기술주의 희생으로 은행주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했다. 투자자들은 미국보다 미국 외 주식을, 성장주보다 가치주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말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 예상치를 1.8~1.9%로 제시하고 있다.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