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준·인적자원 등 부족으로 취약점 노출

연구개발, 생산, 품질 등 전사적으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AI를 활발히 접목하고 있는 현대모비스가 그 동안 경영현장에 적용한 인공지능기술 사례가 40건을 넘어섰다.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으로 대변되는 미래자동차의 시대가 왔다. 한국 정부도 이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기존 자동차 부품기업 1000개를 미래차 업종으로 전환한다. 기술·자금·인력·공정 등 4대 지원수단 확충에 올해 2826억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10일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자동차 부품기업 미래차 전환 지원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미래차 전환 대응역량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핵심 과제라고 할 수 있는 인력의 수급·양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등 미래차 분야의 신규 인력 양성뿐만 아니라 기존 내연기관 인력의 미래차 직무전환 등 포용적 인적자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래차 부품산업, 국산화율·공급망 미약

자동차가 미래차로 전환하면서 내연기관 위주의 자동차 부품기업은 수요가 급감할 위기에 처했다. 특히 지난해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 매출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69% 감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국내 110개 외부감사 대상 자동차 부품기업을 분석한 결과 총 매출액은 전년 대비 1조9513억 감소한 70조629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감소한 기업은 77개 기업으로 국내 완성차 계열사 10개 기업 매출은 2.06% 감소한 38조6649억 원, 비계열사 100개 기업 매출은 3.44% 감소한 31조9647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기업인 현대모비스도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36조6265억 원, 영업이익 1조8303억 원을 기록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7%, 22.4% 감소했다. 그래도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 16.5%, 영업이익 35.9%가 증가해 전년 대비 대폭 상승하며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기업들의 실적 변화는 글로벌 환경에 기인한 것이지만 앞으로는 각 기업의 미래차 전환 대응능력이 실적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실제로 현대모비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미래차 전환에 가속도를 내면서 오히려 올해 실적에서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범세계적인 기후변화 문제 대응을 위해 친환경차 시장 확대 및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의 양 축을 중심으로 자동차산업이 진화 중이다. 2030년까지 친환경차 시장은 신차 판매의 20~30%(약 5770만대) 규모로, 자율주행차 시장은 신차 판매의 49%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지형 자동차연구원 연구원은 “내연기관 중심 자동차 산업구조의 전환이 불가피하나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대응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동차산업 핵심 부가가치 창출영역은 기존 내연기관의 엔진·구동장치에서 전장부품·이차전지·SW·서비스·데이터 중심의 미래차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 중으로, 국산화율이 99%에 이르는 내연기관 부품산업과는 달리 미래차 부품산업은 국산화율·기술수준이 부족하고 관련 공급망이 미약하다”고 덧붙였다.

부족한 R&D 인적 자원…축적된 기술력으로 극복해야

가장 큰 문제는 미래차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인적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산업부는 2028년까지 필요한 미래차 산업기술인력 수요는 연평균 5.8% 증가해 8만9069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면서 미래차 인력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자동차연구원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업계의 미래차 인적자원 육성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부분의 기업이 미래차 대응 필요성 및 성장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미래차 R&D에 적극적으로 착수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전문인력 부족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자동차부품산업협동조합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동차부품산업 인력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미래차 분야 육성 발전에 중요한 장애 요인은 ‘전문인력 부족’이라는 답변이 21.0%로 가장 높았다.

이 연구원은 “일본의 도요타는 기계기술 기반 생태계를 SW 기반 생태계로 변경했고 혼다는 5년 간 미국에서 인력 5만 명을 재교육하고 훈련하고 있다”며 “미국의 포드 프로그래머도 현재 300명에서 4000명 이상으로 육성하고 있고 GM크루즈 미래차 인력 역시 현재 40명에서 2000명으로 확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연구원 통계를 살펴보면 2019년 기준 미국은 친환경차 인력이 25만 명, 차량용 SW 인력은 최소 2만3000명이고 독일은 자동차산업 엔지니어가 12만6000명에 육박한다. 반면 한국은 2018년 기준 친환경차 인력 4만2000명, R&D·설계·디자인·시험평가 인력 2만1000명, SW 인력 1000명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선진국 대비 부족한 인력을 기술력으로 극복하는 중이다. 특히 현대모비스의 경우 지난해 글로벌 특허 2100개 중 절반이 친환경 분야에서 나왔다. 친환경 모빌리티 관련 특허와 친환경 경영 국제인증 등 1000여 건이다.

현대모비스는 구동시스템, 제어기, 배터리시스템, 수소연료전지와 같은 전동화 핵심부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인휠모터, 구동모듈, 수소연료전지셀, 배터리시스템의 소프트웨어 등 미래 전동화 핵심기술 개발에도 힘을 기울이는 중이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대모비스는 앞으로 클린 모빌리티 실현을 위한 친환경차 시스템을 고도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은 지난 18일 ‘2021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뉴 노멀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기준과 전략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며 “신기술 개발을 통한 신사업 확대로 미래가치를 높이는 한편 미래 세대와 지구를 위한 친환경 경영을 적극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