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직접투자를 위한 고객예탁금으로 전환된 듯

[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올해 들어 주식 시장이 상승하면서 40대 이상에서‘변액보험 해지’ 검색량이 다섯 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해 변액보험 저축성보험의 월별 해지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변액보험 해지율 상승과 시사점'이란 분석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이후 변액보험 저축성보험(변액연금보험, 저축성 변액유니버설보험)의 월별 해지율은 2020년 12월과 2021년 1월 각각 1.79%와 2.21%로 급증했다. 지난해 1월에서 11월 사이 변액보험 저축성보험의 월별 해지율 범위 0.84~1.55%에 비해 크게 상승한 것이다. 보험연구원은 “지난해 초 2,200선에 머물던 코스피 지수가 2020년 3월 1,400대까지 폭락한 후 반등, 11월부터 가파른 상승을 기록한 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1월 8일 코스피는 3,000선을 돌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변액보험 보장성보험(변액종신보험, 보장성 변액유니버설보험) 해지율은 변액보험 저축성보험과 달리 큰 변동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보험연구원은 "국내 주식형 펀드 월별 해지 규모가 올해 1월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고 같은 기간 주식 시장 고객예탁금이 68조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변액보험 저축성보험 해지 배경에는 주식 직접투자를 위한 자금 이동 욕구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국내 주식형 펀드 월별 해지 규모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 중 최대 32조 원 수준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과 2021년 1월 각각 39조 원과 62조 원으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식 직접투자를 위한 고객예탁금은 2020년 12월과 2021년 1월 각각 66조 원과 68조 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보험연구원은 “변액보험 저축성보험과 펀드를 해지한 자금이 주식 직접투자를 위한 고객예탁금으로 전환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에도 주식 시장의 고객예탁금은 전월 48조 원에서 61조 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시기에 변액보험 저축성보험 해지 건수 및 국내 주식형 펀드 해지 규모도 일제히 상승했다. 이처럼 주식 직접투자 수요 증가와 펀드 및 변액보험 저축성보험 해지는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40대 이상에서 변액보험 해지 관심 크게 증가

연령층 면에서 변액보험에 대한 시각이 엇갈려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16년 말 기준으로 변액보험 가입자는 20~30대가 43.6%를 차지했다. 당시 40대 이상이 56.4%로 두 그룹 간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해지 검색에 대한 관심도는 연령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왔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1년 기준 '변액보험 해지' 검색량 추이를 살펴봤다. 연구원은 연령대를 20~30대와 40대 이상으로 구분해 검색 추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2020년 12월과 2021년 1월에는 40대 이상에서 변액보험 해지에 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검색량 통계 시스템인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지난 1년간 변액보험 해지에 관한 관심도 변화를 살펴보면 20~30대의 경우 2020년 12월과 2021년 1월 변액보험 해지 검색량이 이전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반면 40대 이상의 경우 약 5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량 통계는 검색량이 가장 많은 일자의 검색량을 100으로 환산한 상대 수치를 제공한다.이 같은 현상에 대해 보험연구원은 “40대 이상의 변액보험 해지 관심 증가는 상대적으로 가입 기간이 긴 가입자들의 이탈을 의미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연구원은 이어“그동안 변액보험의 성과가 개선된 후 수익을 확정하려는 동기도 해지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변액보험 저축성보험은 단기 투자수단이라기보다 장기 보장 수단에 가깝다. 따라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금융시장의 단기적인 변동에 따른 해지 증가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험연구원은 지적했다.

생보사, 변액보험 수익률 개선 등 서비스 강화 필요

변액보험 저축성보험 중 소액의 사망 보장 기능이 부가된 저축성 변액유니버설보험은 변액보험 중 펀드와 가장 유사한 형태이다. 따라서 단기 투자상품으로 인식될 수 있다. 투자자들이 특별한 고민 없이 해지 대상으로 선택하는 배경이다. 변액연금의 경우 최저 사망 보증(GMDB), 최저 적립금보증(GMAB) 등 다양한 보증옵션에 대한 추가 수수료가 부과되고 있다. 또한 이들 옵션을 통해 사망 시 또는 만기 시 적립금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 보험연구원은 “변액연금도 단기 투자수단이라기보다 장기 노후 소득 보장 수단으로 적합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20년 12월과 2021년 1월 변액연금 월별 해지율은 이전 해지율 수준인 0.82~1.32%보다 높은 1.59%, 1.93%로 많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보험연구원은 “생명보험회사는 변액보험 가입자의 장기유지를 위해 수익률 개선 등 서비스를 강화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금융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변액보험 해지가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변액보험의 수수료 구조와 사망 보장 및 노후 소득보장 등 일반적인 펀드와 다른 특성을 비교해 장기유지를 유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변액보험의 장기유지를 위해 수수료 구조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투자 가능 펀드를 확대하고, 능동적 펀드 운용 유도 등 서비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험연구원은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