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공급 예비력 ‘빨간불’…22일 8.6%로 올여름 최저치

연중 가장 덥다는 절기상 대서(大暑)인 2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한국전력 서울지사에 설치된 전력 수급현황판에 하루 중 가장 더운 오후 2시의 전력 소비량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이른 무더위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로 인해 전력 사용이 올여름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공급 예비전력은 벌써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특히 뜨겁게 달궈진 공기 덩어리가 반구 형태의 지붕에 갇혀 계속해서 지표면 온도를 높이는 ‘열돔현상’으로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력수급에 비상등이 켜져 관련 대책 수립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전력사용량, 111년만의 폭염 기록한 2018년보다 늘어날 듯

올해 전력사용량은 111년만에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던 2018년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갑작스러운 폭염에 냉방수요가 급증하고 산업용 전력사용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2일 한국전력은 올해 전력수요 피크시기로 예상되는 8월 2주차 전력공급 능력은 9만 9174MW로 지난해 대비 1223MW 증가했지만 냉방수요 증가와 경기회복에 따른 산업생산 증가로 예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특히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됐던 2018년보다 전력사용량이 최저 338MW에서 최대 3838MW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냉방사용량 급증과 함께 경기회복에 따른 반도체, 자동차, 기계장비 등 전력다소비 업종의 수출실적 호조 영향으로 전력사용량이 증가하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전력공급 예비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절기상 대서였던 지난 22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전력 사용량이 올여름 최대치를 찍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4~5시 최대전력수요는 9만 1100MW로 이 시간대 공급 예비력은 7800MW, 전력예비율 8.6%로 올해 최저치였다. 역대급 폭염을 보였던 2018년 7월 24일 전력예비율은 7.7%로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통상적으로 공급예비력이 5500MW 이상이면 정상 단계에 해당하지만 발전기 고장 등 돌발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공급예비력은 1만MW, 전력 예비율 10% 이상이어야 안정적이다.

한전, 전력 수급 ‘비상 대응’…15개 지역본부에 대책상황실

이에 한전은 지난 5일부터 본사와 15개 지역본부에 전력수급 대책상황실을 운영해 전국 244개 사업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긴급상황에 대비한 비상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은 “발전회사와 전력거래소, 대용량 고객 등과도 비상상황을 대비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전은 전력수급 비상상황을 대비해 159가구의 고객들과 긴급절전 수요조정 약정을 체결해 885MW의 수요자원을 확보했다. 전력판매량의 약 50%를 차지하는 계약전력 3000kW이상 대용량 고객 1만1967가구를 대상으로 협조체계를 구축해 전력수급 상황 공유 및 피크 시 절전안내를 추진하고 있다.

또, 전력사용 급증이 예상되는 지역의 전력설비 사전 점검 및 교체, 전력계통 과부하 해소, 공동주택(아파트) 정전 예방을 위한 진단·신속 복구지원 체계 점검 등의 준비를 완료했다. ‘전력수급 비상훈련’도 진행됐다. 한전은 여름철 전력수급 비상상황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1일 전남 나주 소재 본사 재난종합상황실에서 상황 발생 시 비상단계별로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는 비상훈련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이번 훈련은 이상고온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발전기가 불시에 고장이 발생해 예비력이 급감하는 상황을 가정해서 예비력 수준에 따라 관심과 주의, 경계, 심각 단계별로 진행됐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전력수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요설비에 대한 추가적인 안전 점검과 관리도 추진하고, 비상단계별 조치사항도 철저히 훈련하여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 ‘탈원전’ 기조 버리고 원전 3기 조기 가동

정부는 원전 3기를 조기 가동시키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일 오전 10시를 기해 폭염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조정하면서 “올해 폭염특보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선제적 대응조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예방정비로 가동 중단 중이었던 원전 3기도 조기 투입했다.

지난 18일 신월성 1호기(1000MW)가 전력공급을 시작한 데 이어 신고리 4호기(1400MW)와 월성 3호기(700MW)도 23일부터 재가동됐다. 이는 김부겸 국무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예비전력이 최저 수준을 보일 것을 우려해 “정비 중인 원전의 조기 투입 및 수요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발언한 후 원자력안전위원회 승인이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이를 두고 정부의 대책이 좀더 빨랐어야 한다는 일부 비판도 일고 있다. 특히 원전 3기 조기 투입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반하는 것으로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 원전 가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