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중국 역내 외 증시가 규제 공포 속으로 추락하고 있다. 홍콩 항셍 지수는 주 초반 이틀 연속 4% 폭락했다. 본토의 상하이 종합지수도 이틀째 2%씩 급락했다.

지난 주말부터 중국 정부에서 강력한 사교육 대책이 발표할 것이란 루머가 나돌았다. 실제 나온 대책은 사교육 기업의 영리 추구를 금지하고,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을 봉쇄하는 등 시장을 마비시키는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대표적 사교육 업체인 신둥팡 교육에 대해 투매가 쏟아졌다. 지난 금요일과 월요일에 각각 40% 폭락한 데 이어 전날도 10%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정부 공개 비판 이후 기술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됐다. 이달초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을 국가 안보 위반 혐의를 내걸어 단속 대상에 올려놓았다. 찬바람이 몰아치며 주가는 여지없이 곤두박질쳤다. 이제는 사교육 업체로 단속 불똥이 옮겨왔다. 중국 증시·기업에 대한 글로벌 공포감이 극도의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와 관련해, 월가에서는“현재의 폭락을 바닥에서의 고기 줍기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단속에 정책적 배경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즉, 이런 기업 단속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국의 압박은 증시를 최대 1년 가량 압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 단속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정책 당국자들이 "위대한 근대 사회주의 국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베이징의 14차 5개년(2021~2025) 계획 일부로 보고 있다. 베이징은 소비자 대상 기술기업과 사교육 분야, 의료서비스 등을 단속해 중산층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이 내놓은 '중화인민공화국 국민 경제·사회 발전 제14차 5개년 계획과 2035년 장기비전 요강'에 따르면, 민생과 복지를 눈에 띄게 강조했다. 취업·소득·교육·의료·양로·아동 위탁·건강 등 분야의 성장 목표를 설정했다. 조사 실업률을 5.5% 이하로 제시했다. 3세 이하 아동을 수용하는 어린이집을 인구 1,000명당 4.5곳으로 늘릴 것을 설정했다.

올해 14차 계획을 발표할 당시 중국은 자신들이 질적 발전 단계로 진입하여 단순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로 성패를 논할 수 없다고 자평했다. 더욱이 질적 효과와 생태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맹목적인 경제성장을 추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교육 업체 단속의 배경을 읽을 수 있는 정책적 움직임은 지난 21일에도 포착됐다. 이날 중국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전날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발표한 ‘인구의 장기 균형 발전 촉진을 위한 출산 정책 최적화에 관한 결정(이하 결정)’ 29개 항목 전문을 게재했다. ‘결정’은 기존 산아제한정책 위반 가정에 부과하던 벌금인 ‘사회양육비’ 등 모든 처벌 규정을 철폐하고, 셋째를 낳은 산모에게 98일간의 출산 휴가를 주는 등의 혜택을 담았다. 인구 정책을 주관하는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이날 올해 5월 31일부터 현행 법률의 제한 조항에도 불구하고 모든 중국인 부부가 셋째를 낳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중국은 전일 음식 배달 플랫폼에서 일하는 배달원 보호를 의무화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가 앤트그룹과 디디추싱에 '독점' '국가 안보' 문제를 적용한 데 이어 이번에는 노동자 인권 보호 등을 이유로 배달 플랫폼 업체를 겨냥했다.

베이징은 중산층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줘야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책 목표의 장기적 성격은 규제 위험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련 기업에 대한 단속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10월 제20차 전국 대표 회의(당대회)에서 지도부 교체가 포함된 중국의 정치 일정도 지속적인 단속을 추진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사교육에 이어 다음 단속 대상 후보로 의료 산업을 지목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정책적 환경은 중국 주식이 여전히 내림세에 취약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증시 전략가들은 “중국 역내 외 증시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조언하고 있다. 글로벌 주식 포트폴리오 내에서 중국 주식에 대한 비중축소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한편, 월가에서는 중국 증시 투자에 대해‘캐비앳 엠프토르'(caveat emptor)라는 냉혹한 법칙이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라틴어 법률 용어인 캐비앳 엠프토르는 ‘매수자 위험 부담 원칙’이란 뜻이다. 이제 '미들 킹덤'(中王國) 증시·종목에 투자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은 매수자가 확인해야 한다.

상하이의 한 증권사 객장(사진=연합뉴스)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