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처럼 은퇴 이전 일괄 상환하는 상품 도입 필요

[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이달부터 40년 만기 초장기 모기지(보금자리론·적격대출)가 판매되면서 은퇴 이후에도 상환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상품의 설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은 최장 35년 만기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취급하고 있지만 변동금리형 상품이다. 이번에 출시되는 40년 만기 모기지는 공공기관인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시범적인 형태로 실시된다. 기존과 달리 고정금리형 상품이라는 점이 다르다.

금리인상 충격 대비…은퇴 후에도 빚 갚는 부담이 문제

서민과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40년 만기 초장기 모기지는 만 39세 이하 청년과 결혼 7년 이내 신혼부부가 신청할 수 있다. 대출인이 3억 원을 대출받는 경우를 가정하면 기존 30년 만기 모기지(2.85%)에서는 매월 124만1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40년 만기 초장기 모기지(2.90%)를 이용할 경우 월 상환 부담은 105만7000원으로 14.8% 감소한다. 이와 관련 한국금융연구원은 “초장기 모기지 상품이 월 상환 부담을 경감시켜준다는 면에서 충분한 의의가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총 상환 부담 증가와 같은 정확한 정보 제공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에 정보 비대칭이 발생하지 않도록 완벽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보 비대칭은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거래에서 당사자들이 보유한 정보에 차이가 있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한국금융연구원은 주택금융 소비자의 생애주기 재무관리가 가능하도록 추가적인 상품구조 개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초장기 모기지의 경우 차주의 은퇴 연령 이전에 맞춰 모기지 상환이 종료되도록 상품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른바 '벌룬 모기지(Balloon Mortgage)'라고도 불리는 방식이다. 이는 분할 상환을 하다 마지막에 남은 잔고를 일괄 지불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매월 상환해야 하는 부담은 40년 모기지와 동일하나 자산이 축적되고 은퇴 시점이 다가오는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남은 금액을 전액 상환할 수 있다. 일본, 몰타 등에서 시행 중이다.

국내에는 없는 '30년 만기 40년 상환' 주택담보대출의 설계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은퇴 이후 빚을 갚아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자는 의도이다. 대부분의 대출인이 이르면 30대, 늦으면 40대에 주택을 장만하게 되는데 만기까지 상환하게 될 경우 차주의 나이는 70~80대의 고령으로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상환 기간이 길어질수록 전체 상환액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나는 만큼 충분한 상품 설명으로 소비자 분쟁 발생 여지를 사전에 해소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 출시된 40년 만기 적격대출 등을 30대 후반에 받고 중도상환을 하지 않는다면 거의 80세까지 상환을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은퇴 연령 이전에 모기지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을 제공한다면 주택소비자가 은퇴 이후까지 상환 부담을 지는 것을 사전적으로 방지해 생애주기 재무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은 105년 모기지도 나와, 英은 40년 모기지 비중 57%

세계적인 주택가격 상승으로 유럽에서도 주담대 만기를 연장하는 추세다. 영국은 지난 2019년 기준 40년 만기 모기지 비중이 전체의 57%로 확대됐다.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은 50년, 핀란드는 60년 만기 초장기 모기지 상품이 출시됐다. 북유럽 국가의 경우 모기지를 자손까지 상속해 상환하는 구조도 허용됐다. 이에 따라 스웨덴에서는 105년 초장기 모기지가 판매되고 있다. 다만 모기지의 상환 기간이 길어지면서 은퇴 이후에도 상환 부담이 남을 수 있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상환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총 상환금에서 차지하는 이자 규모가 커진다. 상환 초기에 납입하는 월 상환액은 원금상환보다 이자 상환 부분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40년 만기 모기지 상품 가입 이후 꾸준히 상환을 한 고객이라도 7년 이후 중도 상환할 경우 30년 모기지 상품보다 상환되지 않은 모기지 원금은 상대적으로 많이 줄지 않게 된다. 결과적으로 중도상환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된다.

고정금리 형태로 상품이 제공되면서 취급기관이 금리변동의 위험과 조기상환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는 점도 향후 고려해야 할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과도한 정책성 상품을 공급한 양대 국책 모기지 업체인 ‘패니 매’와 ‘프레디 맥’에 각각 100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취급기관이 금리변동 위험과 조기상환 위험을 동시에 떠안게 되므로 해당 기관이 미래 불확실성에 대해 충분히 위험을 헤지하거나 감내가 가능한 수준에서 상품을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에도 40년 모기지 허용 방안 검토, 현실성은?

한편 금융당국은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등 정책 주담대(모기지)에만 적용되고 있는 40년 만기 대출상품을 시중은행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대비해 청년, 신혼부부 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완화해주자는 취지다. 만기 40년 만기 모기지를 은행권까지 확대하면 집값 잡기에 나선 정부의 대출 규제 방침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어 한때 논의가 보류됐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내세우고 있어 대출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다시 검토대상에 올랐다. 특히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청년,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을 수월하게 해야 한다며 초장기 모기지의 은행권 확대 도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금리 수준이다. 시중은행들이 정책 모기지처럼 고정금리에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은행들이 고정금리 상품으로 판다면 40년 동안 금리변동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 이를 반영해 다소 높은 금리 수준의 상품으로 내놓는다면 소비자들이 상품을 선택할 유인이 낮아져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 사진=연합뉴스 )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