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모니아, 가장 유력한 수소 운반수단…‘그린 암모니아 협의체’도 출범

지난 15일 대전 ICC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녹색(그린) 암모니아 협의체 협약식’에서 관련 기관 관계자들이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국내 주력 산업 분야의 대표 기업들이 친환경 수소 운반 수단으로 주목받는 ‘그린 암모니아’ 기술 공동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그린 암모니아는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재생에너지와 연계해 생산한 그린 수소를 이용·제조한 암모니아를 일컫는다. 최근 국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수소공급 목표를 달성키 위해 암모니아는 가장 유력한 수소 운반 수단으로 고려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출연연,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 18개 기관이 ‘그린 암모니아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협의체는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방안으로 그린 암모니아의 생산-운송-추출-활용의 전주기 기술개발 협력을 위해 국내 최초로 결성됐다.

암모니아 협의체, 탄소중립 위한 시작점

암모니아는 액화수소와 달리 상온에서 쉽게 액화되며 액화수소 대비 수소 저장용량이 단위 부피당 1.7배나 크다. 또 전 세계적으로 운송 수단 및 유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데다 이미 상용화돼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 암모니아는 수소 캐리어 및 무탄소 연료로 탄소중립 시대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저탄소 사회 구축을 위해 2019년에 그린 암모니아 협회를 구성했다. 경제산업성 산하에는 암모니아 에너지 이사회를 만들어 암모니아 연료 사용에 대한 주요 정책 제언을 추진하는 등 세계 각국에서 그린 암모니아 생산 및 활용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그린 암모니아 협의체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을 포함해 18개 기관 및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 협의체는 이번 출범을 계기로 국내 기술로 그린 암모니아 생산-운송-추출-활용 산업의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저변 확대를 마련하기로 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구체적인 협력 기술은 저가 그린 암모니아 생산, 운송 및 선박 연료 활용을 비롯해 그린 암모니아 수소추출을 통한 수소공급, 가스터빈, 보일러, 전소-혼소 발전, 연료전지의 무탄소 연료 활용 등이다. 또 그린 암모니아를 안전하게 생산·운송하고 활용키 위해 암모니아 전주기에 대한 안전 기준도 마련한다.

주영준 산업부 실장은 “이번에 출범한 암모니아 협의체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수소경제를 위해 그린 수소를 활용한 다양한 운송·저장 매체 기술개발을 정부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으로 연구계와 산업계가 상호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협의체에는 삼성엔지니어링, 두산중공업, 두산퓨얼셀, 롯데정밀화학, 롯데케미칼, 포스코, 한국조선해양, 한화솔루션, 현대글로비스, 현대오일뱅크,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등 13개 기업이 참여했다. 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함께 화학연구원, 가스안전공사 등 5개 공공기관도 참여해 기업들과 협력할 예정이다.

탄소배출이 없는 암모니아 생산 및 활용. (그래픽=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포스코-두산중공업, 청정 암모니아 가스터빈 개발 협약

그린 암모니아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확대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행보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포스코는 지난 9일 조주익 포스코 수소사업실장, 이광열 두산중공업 TM BU장, 황계순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이 참석한 가운데 암모니아 연료 발전 기술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지난 19일 비대면으로 ‘청정 암모니아 가스터빈 분야 연구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암모니아는 수소를 질소와 결합한 화합물로 기존에 갖춰진 운송·저장 인프라 활용성과 효율성 등 다양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며 “반면 암모니아는 발전 연료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따르는데 기존 가스터빈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대비 연소 속도가 20% 수준으로 매우 낮고 발열량도 5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협약 3자는 이러한 암모니아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암모니아를 그대로 연소하는 대신 분해기(Cracker)를 통해 수소, 질소 가스로 다시 분해한 후 연소해 가스터빈을 구동하는 방식을 택했다. 분해기와 가스터빈을 각각 개발한 사례는 있지만 이를 일체화한 발전기술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 이번이 최초다.

포스코에 따르면 수소, 질소 가스를 연소할 경우 암모니아를 그대로 기화해 연소할 때 보다 연소 속도와 발열량이 상당히 증가된다. 또 연소 단계에서 발생한 배기가스로부터 열 일부를 회수해 분해기로 재투입, 가스 열량을 높이고 발전 효율을 향상시키는 기술도 고안해 적용할 예정이다.

이미 산업계에서 암모니아 연료 발전은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이상적인 친환경 발전 모델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LNG 발전에도 이 기술을 적용해 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암모니아를 LNG와 열량 기준 20% 비율로 섞어 연소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LNG 단독 발전 대비 약 20% 줄일 수 있다.

향후 포스코는 RIST와 함께 암모니아 분해기 개발을 추진한다. 암모니아는 포스코가 해외에서 추진 중인 프로젝트에서 생산한 그린 수소 등을 합성해 조달할 계획이다. 지난해 가스터빈 국산화 성공 후 수소 혼소 및 전소 터빈 개발에 나서고 있는 두산중공업은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수소와 질소로 분해된 가스를 한 번에 태우는 연소기와 가스터빈을 개발한다.

삼성엔지니어링과 두산중공업도 해외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 수소를 그린 암모니아로 변환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선박을 통해 그린 암모니아를 국내로 운송하고 한국조선해양은 암모니아 연료추진 선박을 개발할 계획이다. 국내 암모니아 유통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은 그린 암모니아 유통을 담당한다.

이 밖에 롯데케미칼은 암모니아를 수소로 변환한 뒤 현대오일뱅크 등 수소충전소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대규모 소비처 ▲대량 공급망 ▲친환경 기술 등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수소사업 로드맵을 실현시켜 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수소탱크, 탄소포집 기술 및 그린 암모니아 열분해 등의 친환경 기술 역량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