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자율주행 위한 핵심 분야…글로벌 기술확보 경쟁 치열

현대모비스의 미래 도심 자율주행 콘셉트 M.VISION(엠비전).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일정 수준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한 국가들은 자율주행 산업 기반을 조기에 구축하기 위해 기술발전 단계별 안전성 확보와 실도로 주행 등을 위한 법·제도 정비를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올해 초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 정부부처 합동 사업단이 출범하기도 했다.

이처럼 각국에서 자율주행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는 이유는 이미 다양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눈 역할을 하는 ‘라이다’(LiDAR)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관련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자율주행차가 도로는 물론 그 주변의 모든 대상을 정확하고 빠르게 인지할 때 필요한 것이 라이다 장비다.

라이다 시장, 2025년 28억 달러 규모로 성장

라이다는 레이더(Radar)와 빛(Light)의 합성어로 자율주행차의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 가동에 필요한 핵심 장비다. 라이다는 펄스 레이저를 발사해 돌아오는 소요시간을 측정해 대상과의 거리와 방향 등을 탐지할 수 있다. 레이더는 전파를 쏴서 돌아오는 속도를 통해 사물을 감지하지만 라이다는 빛을 쏘기 때문에 레이더가 못 보는 사각지대까지 파악할 수 있다.

회계·컨설팅그룹 KPMG는 자율주행차 시장이 지난해 71억 달러에서 2035년 1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프로스트앤설리번은 자율주행 서비스 시장이 2030년까지 3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라이다는 자율주행차 전체 시장의 성장에 큰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기관 마케츠앤마케츠는 전 세계 라이다 시장이 지난해 11억 달러에서 2025년 28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라이다 기술이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들이다.

현재 차량의 ADAS에는 레이더와 카메라가 주로 장착됐지만 앞으로는 라이다를 통해 차량 주변 인식 제어 기술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너럴모터스(GM), 볼보, 도요타, 현대차그룹 등 완성차기업들과 현대모비스, 만도 등 자동차 부품기업들의 경쟁은 본격화되고 있다.

여기에 우버, 구글 웨이모, 삼성전자, 네이버 등 IT기업들도 관심을 보이면서 이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기업들은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라이다 부품과 관련해 국산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도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메라 등의 기술에 주력하고 있는 테슬라가 공식적으로 자율주행차에 라이다를 활용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적은 있다”면서도 “대부분의 주요 완성차기업들과 IT기업들은 이 라이다가 자율주행의 필수 기술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 라이다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도요타, 볼보, GM, 포드 등 자체 개발 돌입

치열한 라이다 확보 경쟁에서 우선 완성차업계의 행보가 매섭다. 볼보는 올해 미래 기술 로드맵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생산될 ‘XC90’ 전기차에 라이다 센서를 표준 사양으로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GM과 포드, 도요타도 자율주행과 전동화 차량 개발에 집중하면서 라이다 도입과 자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난달 4일 사내 라이다 전문 개발 스타트업 ‘오토엘’을 분사시켰다. 오토엘은 성능과 크기,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한 자율주행용 고해상도 라이다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제품들은 가격이 비싸고 차량 외부에 돌출형으로 탑재할 수밖에 없었지만 오토엘 라이다는 이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토엘 라이다는 기존 라이다의 한계를 뛰어 넘어 소형이면서도 주변 환경을 보다 정밀하게 인식할 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고 차량 장착도 용이하다. 현대차는 차량 적용을 위한 가혹조건 검증을 마친 후 완성차기업과 협력기업에 오토엘 제품을 제공하고 양산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제네시스 신차 등에도 적용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당사가 고객에게 지속적인 이동의 자유로움과 차별화된 맞춤형 서비스 경험을 모두 제공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행보”라며 “오토엘 사례와 같은 적극적인 개방형 혁신 활동과 함께 임직원들의 혁신적, 창의적 아이디어 발굴 및 사업화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5년 후 세트용 라이다 상용화 가능할 듯

국내 자동차 부품기업들의 행보도 눈에 띈다. 먼저 만도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 서울로보틱스가 올해 초 ‘자율주행 3D 라이다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MOU 체결을 계기로 만도는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인 라이다와 4D 이미지 레이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양사는 라이다·이미지 레이다의 국산화와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현대모비스도 다양한 글로벌 기술 전문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9년부터 글로벌 라이다 1위 기업 벨로다인에 대한 전략 투자를 통해 레벨3(완전 자율주행 바로 이전 단계) 라이다 시스템 양산을 위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관련 기업들 외에도 구글, 삼성 등의 글로벌 IT기업들이 차량용 라이다 개발에 관심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라이다용 반도체 개발을 이미 끝마쳤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고 또 다른 라이다 시스템 기술인 펄스레이저와 디텍터 개발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빠르면 삼성전자가 5년 후 세트형 라이다를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