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 접어든 양극재 시장…2030년 8배 이상 성장

LG화학 신소재 탄소나노튜브(CNT) 2공장. LG화학은 전지 소재 부문에 2025년까지 6조 원을 투자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양극재부터 분리막, 음극 바인더, 방열 접착제, CNT 등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진=LG화학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소재업계가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양극재를 만드는 국내 소재기업들은 슈퍼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양극재는 리튬이온배터리 에너지원으로 배터리 성능, 안전성 및 가격 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소재다. 양극재가 배터리 생산원가의 4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향후 양극재 시장은 에너지밀도를 높인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양극재 수요는 지난해 73만 톤에서 2030년에는 605만 톤으로 8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2025년부터는 양극재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관련 기업들의 대응이 중요한 상황이다.

국내 양극재 생산기업, 대규모 증설 박차

국내 양극재 생산기업들은 아무래도 배터리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 중인 유럽과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 주요 배터리 3사도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배터리 소재기업들은 주로 국내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고 중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 일부 진출한 상태다.

최근 돋보이는 기업은 양극재를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포스코케미칼이다.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사업은 지난 달 증설 계획을 발표한 6만 톤 규모 포항공장을 포함해 2025년까지 국내에 연 16만 톤 생산체제를 조기에 완성하고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에도 11만 톤 생산공장을 신설해 연 27만 톤까지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한다. 또 2030년까지 40만 톤으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실제로 포스코케미칼은 배터리 양극재 성장에 힘입어 분기 최대 경영 실적을 연속으로 달성했다. 포스코케미칼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올해 2분기 경영실적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1.1%, 영업이익은 773.9% 증가했고 분기 최대 경영실적을 기록한 전 분기 대비 매출은 2.7%, 영업이익은 4.4% 늘어났다.

LG화학의 경우 2025년까지 6조 원을 투자해 양극재, 분리막, 음극 바인더, 방열 접착제, 탄소나노튜브(CNT) 등 배터리 소재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특히 양극재 사업은 연산 6만 톤 규모 구미공장을 오는 12월에 착공할 계획이다. LG화학 양극재 생산능력은 지난해 4만 톤에서 2026년 26만 톤으로 약 7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또 양극재 재료가 되는 메탈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광산 업체와 합작법인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광산, 제·정련 기술을 보유한 업체와 다양한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메탈 소싱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 밖에 삼성SDI는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올해 3분기 중 에스티엠에 양극재 라인을 양도키로 했다. 양극재 라인 일부를 자회사 에스티엠에 넘겨 소재 사업을 일원화하는 동시에 배터리 소재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인 삼성SDI가 양극재 내재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차·LG엔솔 공동으로 니켈 매장량 1위 인니 진출

국내 배터리 소재업계가 양극재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의 기세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배터리의 핵심인 양극재 소재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기준 20.2%로 중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현재 K배터리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자칫 양극재 등의 주요 배터리 소재 공급 문제에 발목을 잡힐 우려도 나오고 있다.

소재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39조 원에서 2026년 100조 원 규모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배터리 소재 시장에서 성능 향상 및 원가 절감을 위한 소재 혁신 요구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배터리업계에서 현지 생산·공급뿐만 아니라 리튬, 니켈, 희토류 같은 원료 공급이 원활해져야 하고 무엇보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과 원료 수급이 중요하다는 것에 관련 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대표 완성차 그룹과 배터리 기업이 최근 손을 잡은 것도 이 공감대의 일환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달 29일 인도네시아에 연산 10GWh 규모 배터리셀 합작공장 설립을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와 투자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번 투자협약 체결에 앞서 최근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셀 합작공장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이번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투자협약을 통해 약 11억 달러(약 1조1700억 원)를 합작공장을 설립하는데 투자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양측의 성공적인 합작공장 설립과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 확대 지원 차원에서 일정 기간 법인세와 합작공장 운영을 위한 각종 설비 및 부품에 대한 관세 면제, 전기차 관련 세제 혜택 강화 등의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했다.

배터리 양극재 핵심 소재인 니켈의 매장량과 채굴량 모두 세계 1위인 인도네시아는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관련 산업 육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향후 아세안 시장을 넘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손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니켈을 보다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소재다. 특히 양극재 구성 원료 중 니켈은 전기차 주행거리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완성차기업과 배터리기업 모두 니켈 확보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재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이러한 국내 기업들의 양극재 증설 경쟁 등으로 오히려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물론 2025년부터는 양극재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아직까지는 소재 확보에 주력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소재 확보와 더불어 소재 기술력의 경쟁력도 꾸준히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