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과 같은 자산운용사는 ESG 성과가 좋은 기업, 프로젝트 또는 자산을 발굴해 투자한다. (사진=블랙록자산운용 제공)
투자자들이 투자로부터 기대하는 혜택은 세 가지다. 첫째, 실용주의적 혜택으로 예를 들면 일반 지수펀드보다 사회책임투자(SRI)나 죄악주펀드(sin fund)로부터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다.

둘째, 표현적 혜택은 대외적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최근 미국 사모펀드 운영사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조성한 탈석탄펀드에 기업들이 친환경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투자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셋째는 정서적 혜택으로서, 가치기반펀드(value-based fund)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정서적 만족감과 자긍심을 얻기 위해 투자하는 경우다.

물론 이 세 가지 동기가 상호 배타적이거나 독립적이지는 않다. 셋 다 동시에 만족시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것이 가능한지가 지속가능경영 또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논의의 중요한 한 축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가 과연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의 경우를 가정하고 이상적인 ESG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그려 보자.

기업, 프로젝트 또는 자산의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의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국민연금기금과 같은 공적 연기금도 마찬가지로 ESG 성과 기준으로 자산운용사를 선택한다.

따라서 그런 투자자를 유치하고 만족시키기 위해 블랙록과 같은 자산운용사는 ESG 성과가 좋은 기업, 프로젝트 또는 자산을 발굴해 투자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관여 활동(engagement)을 통해 투자 대상 기업의 ESG 성과를 높이려는 노력을 한다. 마지막으로, 자산운용사들의 엄청난 자금력의 영향을 받는 기업들은 낮은 자본 비용에 쉽게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 ESG 성과를 높이려 노력한다.

이와 같은 선순환이 이루어지면 기업의 ESG 성과뿐 아니라 경제적 성과도 좋아져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ESG 논의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개념이 경제적 지속가능성이다. ESG 점수를 높이기 위해 장기적 이익과 성장을 훼손시키는 것은 지속가능경영의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지속가능경영을 꿈꾸었다가 최근 투자자들에 의해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다농의 엠마뉴엘 파베르 사례나 종업원에 대한 무한 책임 때문에 결국 파산을 맞은 미국의 몰든밀스사의 경우에서와 같이 ESG 성과개선이나 사회적 책임 이행만으로 지속가능경영이 달성될 수 없다.

블랙록이 표방한 ESG 투자가 재무적 안정성이나 수익성보다 ESG를 더 중요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순진한 경영자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보다 기업의 소비자와 종업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기업의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더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소비자와 종업원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지속가능한 소비 활동으로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결정하고 종업원은 조직 효율성 개선과 혁신의 원천으로 지속가능성 위험 관리와 비즈니스 모델 창출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종업원이 선호하는 기업을 투자자가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론적으로 ESG 투자와 지속가능경영 논의에 있어 이해관계자로서 투자자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균형을 잃은 근시안적인 관점이 될 수 있다.

세 가지 투자 동기로 돌아가서, 표현적 혜택과 정서적 혜택을 충족시키는 투자가 실용주의적 동기인 수익률을 충족시킬까. 당신이 표현적·정서적 혜택을 얻기 위해 가치기반투자를 절대적 원칙으로 삼는다면 기대수익률을 다소 희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치기반투자는 기후변화펀드, 양성평등펀드, 신념기반투자(faith-based investing) 등을 포함한다.

개인의 가치나 신념을 위해 투자를 하는 경우 투자의사결정은 기대수익률보다 개인의 가치관이 우선한다. 하지만 최근에 가치기반투자를 하는 많은 기관이나 조직이 순수 재무적 투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달성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ESG 투자가 사회책임투자에서 발전해 왔고 사회책임투자는 종교적 신념을 기반으로 한 윤리적 투자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신념기반투자가 ESG의 일종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신념기반투자는 개인의 신념과 가치관에 맞는 투자전략을 적용해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려 하지만 동시에 경제적으로 충분한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미국의 가이드스톤은 180억 달러의 관리자산(AUM)을 가진 작은 자산운용회사다. 이 회사는 처음에 퇴직한 목사와 미망인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로 출발했지만 2015년 이후 일반 투자자에게 개방했다.

기독교에 기반을 둔 초기 신념기반펀드로서 술, 담배, 도박, 포르노, 낙태와 관련된 기업에 투자를 하지 않는 ‘네가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수정해 임팩트투자나 ESG투자와 유사한 적극적 전략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아베마리아 자산운용사의 대표적 펀드인 8억8000만 달러 규모의 성장주펀드는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S&P)500 지수펀드보다 훨씬 높은 장단기 투자수익률을 달성했다.

대표적 기술주인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은 투자에서 제외됐고 대형 기술주 중 마이크로소프트(MS)만 포함했는데도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MS를 포함할 수 있었던 이유는 MS가 최근 낙태를 지원하는 글로벌 비영리조직인 플랜드 페어런트후드(Planned Parenthood)에 대한 지원을 철회했기 때문이었다.

ESG 투자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가는 길목에서 투자자가 지속가능 사회 창출에 기여하는 방법이다. 이미 녹색금융 및 투자는 금융시장의 주류가 됐다. 그것은 기후변화 위험과 기후변화 관련 투자기회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환경관련 투자펀드의 운용 자산은 전 세계적으로 올해 1분기 2조 달러로 3년 만에 3배 이상 성장했다.

2014년에 에너지 회사들이 석유와 가스 채굴에 7350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지난해에 그 금액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에 풍력과 태양광 프로젝트 투자는 2014년 1350억 달러에서 지난해 2200억 달러로 증가했다. 그리고 몇 년 이내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석유 가스 투자금액을 상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제는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소득불평등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의 심각성으로 이해관계자의 의식과 행동이 변화해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ESG 투자로부터 시장을 시장의 일반적 벤치마크를 상회하는 투자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녹색 전환’ 대열에 적시에 합류하지 않는 기업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해관계자들이 지속가능 기업을 가려내어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는 노력만이 늦기 전에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 사회로 전환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궁극적으로 기업의 성공적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은 책임과 의식을 가진 가치 기반 이해관계자, 특히 소비자, 구성원, 투자자다.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지속가능경영연구소 ESG 센터장)

●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 프로필

현재 인하대 지속가능경영연구소의 ESG 센터장. 국내 최초로 대학원 지속가능경영·녹색금융 전공을 개설해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속가능경영 관련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한국환경경영학회 창립인으로서 회장을 역임했고, 국민연금기금 사회책임전문위원과 인천시 녹색성장위원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대표 저서로는 <책임지고 돈 버는 기업들> 등이 있다.



김종대 인하대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