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부동산 투자 시장 교란 우려…규제 영향 없다는 반론도

차이나타운.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한국 부동산을 보유한 외국인, 특히 중국인을 향한 반대 여론이 거세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아 국민들은 무주택자로 살고 있는데 일부 중국인들이 한국 부동산을 마구 사들이는 바람에 자국민의 주거권이 훼손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 외국인이 환치기 등 불법적으로 외환을 들여 주택을 매입한 사례도 적발되면서 외국인의 주택 거래에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좀 더 시장 현실을 반영해 조세 형평성은 제고할 필요는 있지만 외국인 거래가 전체비중에서 채 1%가 안 돼 시장 가격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고 설명한다.

덩치 커진 외국인 거래에 “외국인도 규제 해주세요”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를 규제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외국인들은 자금 조달 계획이나 자금의 출처에 대한 조사가 내국인에 비해 투명하지 않다”며 “(외국인 사이에서) 환치기 같은 불법적 방법이 공공연해졌고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부담은 결국 내국인들이 떠안는다”고 비판했다. 부동산 거래에서 외국인은 대출 등 규제로부터 자유로우며, 이 때문에 내국인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청원은 20일 현재 2만1865명이 동의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 특히 중국인의 보유액이 급증한 건 사실이다. 부동산 플랫폼 기업 직방이 소유권 이전 등기 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부동산을 매입한 외국인은 2010년 4307명에서 2020년 1만9368명으로 10년 만에 4배 이상 늘었다. 전체 거래에서 외국인이 매입한 사례 역시 같은 기간 0.2%에서 0.63%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국적은 중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2010년까지만 해도 외국인 매수자 중 절반이 미국인이고 중국인은 10%에 그쳤지만, 2013년에는 중국인이 36.48%로 미국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중국인 비중은 2016년 과반을 넘긴 데 이어 2019년 70.58%까지 증가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면적으로 봐도 중국인들의 성장세는 파격적이다. 지난 7월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인은 2020년 5만7292필지(공시지가 2조8266억원), 1999만6000㎡를 보유했다. 서울 여의도 면적(290만㎡)의 6.9배 넓이의 토지를 중국인들이 갖고 있었다.

불법으로 주택 매입한 중국인들 적발되자 여론 들썩

행정안전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주민수는 2010년 114만명에서 2019년 222만명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이중 177만명이 귀화를 하지 않았는데, 중국 출신이 75만7037명으로 42.6%를 차지해 비중이 가장 높았다. 중국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이들이 보유한 주택 역시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 같은 지표가 언론에 알려지면서 “중국인이 한국 부동산을 쇼핑한다” “한국 부동산이 외국인에게 잠식당하고 있다”는 불안 여론이 형성됐다. 내국인은 각종 대출규제와 다주택자 중과를 적용받는 반면 외국인은 해외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시장의 공정한 거래를 심각하게 저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일부 외국인이 규제의 빈틈을 노려 불법 자금으로 국내 주택을 챙겨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4월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에 따르면 외국인 61명이 총 840억원 상당의 서울 아파트 55채를 불법 취득해 적발됐다.

이들은 환치기나 관세포탈 등 불법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대출을 보태 주택을 매입하거나 부동산 취득 후 외환당국에 신고하지 않는 잘못을 저질렀다. 용의자 국적은 중국인 34명, 미국인 19명이었다.

정부기관도 외국인 거래가 집값 상승의 원인일 수 있다고 시사했다. 국토부 산하 국책연구원인 국토연구원은 지난 5월 '국토정책 브리프'를 발간하고 외국인의 국내 주택 구매 물량이 주택시장의 변동성을 증가시킬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법개정도 논의 중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중국인의 한국 부동산 매입을 차단할 수 있는 내용의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중국은 한국인이 자국 부동산을 매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중국인도 한국 부동산을 취득할 수 없도록 상호주의를 적용하자는 내용이다.

“외국인 규제, 효과는 미미”…’마녀사냥’ 우려도

하지만 외국인 거래를 제재해도 실제 부동산 시세나 거래량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전체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 거래 비중이 채 1%가 안 돼 시장 가격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외국인이 자국에서 받은 대출금으로 주택을 매매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양도세를 중과하든 우리 국민과는 다른 페널티를 주고 부당 이득을 제재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이 같은 부정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적어 시장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외국인 거래는 꾸준히 존재해왔는데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큰 문제인 것처럼 과장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최근 집값이 급등하는 동안 주요 지역인 서울에서 중국인들이 집을 마구 사들였다는 기록은 없다. 태영호 의원실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해 받은 ‘서울시 외국인 주택 매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중국인이 서울 주택을 매입한 거래 건수는 2016년 861건에서 2017년 815건, 2018년 775건, 2019년 654건 순으로 줄었다가 2020년 777건으로 늘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예나 지금이나 중국인들은 집을 샀다. 예전에 집값 떨어질 때는 누구도 문제 삼지 않던 걸 이제 집값이 오르니 마녀사냥을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가 아무리 규제해도 집값이 안 잡히니까 자꾸 다른 변명거리를 찾는데, 이 사달의 근본적인 원인은 시장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정부 정책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형 기자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