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인지 못한 영세 사업장 정보 공유하는 사태까지

머지플러스와 직계약한 영세 자영업자들 중심으로 결제대금을 정산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머지포인트 사태의 불똥이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옮겨 붙고 있다. 대기업들은 무허가 할인포인트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곧바로 머지플러스와 관계를 끊었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소비자 포인트를 지속적으로 결제해줬기 때문이다. 현재 영세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머지플러스로부터 정산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8000원만 충전해도 1만 원을 쓸 수 있다며 100만 가입자에게 총 1000억 원 상당이 팔린 것으로 알려진 머지포인트는 기존에 편의점, 백화점 등에서도 쓸 수 있었던 것이 지난 11일부터 갑자기 일부 음식점으로 사용처가 대폭 축소됐다. 이후 환불이 어렵게 된 소비자들이 포인트를 써버리기 위해 미처 소식을 듣지 못한 영세 음식점에 몰렸고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머지포인트 수십만∼수백만 원 무방비 결제 승인

제3의 발권대행사를 통해 손실보상 대비를 해놓은 유통 대기업들은 이번 머지포인트 사태로 인한 금전적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머지플러스와 직계약 관계에 있는 다수의 개인사업자는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초에 대다수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는 발권대행사를 거치는 방식으로 머지포인트 결제가 가능하게 했다”며 “이는 손실보상 정책을 미리 마련해 둔 것으로, 대형 유통사들은 머지플러스가 포인트 판매를 중단하고 사용처를 기습 축소한 지난 11일 밤 이후 제휴 관계를 발 빠르게 중단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머지플러스와 직계약한 영세 자영업자들 중심으로 결제대금을 정산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상당수 영세 자영업자들은 머지포인트 판매 중단 사태를 뒤늦게 인지해 소비자가 머지포인트로 수십만∼수백만 원을 결제하는 것을 그대로 승인한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소비자들 중에서는 머지플러스 사태가 발생한 후 이를 인지하지 못해 제휴 관계를 유지하던 영세 사업장 정보를 온라인상에서 공유하기도 했다. 현재 머지플러스는 본사를 찾아온 이용자와 온라인 신청자를 대상으로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한 사람들 중 실제 환불을 받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어 사태가 더 심각해질 것이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머지포인트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도 영세 사업장을 찾아가 결제하는 것은 부도덕한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계약상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한 소비자 역시 피해자기 때문에 머지플러스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지적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에 대해 “전자금융업자로 등록시킨 후 정상적인 영업을 유도하겠다”며 “해당 업체 대응방식과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관계 기관과 협조해 문제를 풀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본사가 정산해 주는 편의점 점주들은 안도의 한숨

대기업 브랜드지만 자영업자에 해당하는 CU, GS25, 이마트24,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점주들은 다행히 손해를 떠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본사가 가맹점 매출을 한꺼번에 정산해주는 시스템이라 점주가 손해를 볼일은 없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통 대기업들은 손실보상 정책이 이미 마련돼 있다.

역시 특별한 보호 장치가 없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 머지플러스는 당장 밀려드는 소비자 환불만으로도 벅찬 상태라 관련 자영업자들의 이번 달 대금이 다음 달 정상적으로 지급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16일 오후 정은보 금감원장은 회의를 소집해 유사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선불업체에 해당하는 영업을 하는 사례를 파악해 집중 점검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제휴 자영업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사태 5일 만에 대책회의를 연 금융당국이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보호책 마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외식업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당장 정산 여부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십만 원어치의 머지포인트 결제를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면서 “일부 자영업자들의 경우 머지포인트 결제를 중단하는 경우도 있지만 머지포인트 앱에 머지포인트 사용업체로 등록이 돼 있다는 식의 고객 항의에 시달리고 있다”고 머지포인트 결제를 쉽게 중단할 수 없는 이유를 토로했다.

머지포인트 측은 지난 11일 “서비스가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관련 당국 가이드를 수용한다”며 “11일부로 적법한 서비스 형태인 ‘음식점업’ 분류만 일원화해 당분간 축소 운영된다”고 공지했다.

이는 2개 이상 업종에서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으면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음식점업으로만 제휴처를 축소해 일단은 당장의 위법 논란을 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국 개별 영세 자영업들이 대부분 머지포인트 앱에 남게 됐고 소비자들이 영세 사업장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결국 경찰청은 지난 18일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 수사의뢰를 받고 이 사건을 서울경찰청으로 내려 보냈다. 이에 따라 서울경찰청은 금융범죄수사대에 사건을 배당하고 혐의점을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와 영세자영업자들은 책임을 물을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책임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