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신용대출 연봉 수준으로 제한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라는 금융당국 요구를 받아온 NH농협은행이 11월 말까지 신규 가계 담보대출 신청을 아예 받지 않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계 대출에 금융당국이 결국 고삐를 조이고 나섰다.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은 개인이 신용대출을 받을 때 연소득(연봉)만큼만 받을 수 있도록 제한할 것을 시중은행들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개인의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수준까지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신용대출 한도는 연소득의 1.5~2배 수준이다. 빠르게 늘고 있는 가계대출의 심각성을 인식한 금융당국이 대출규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도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제2금융권 대출과 부동산 담보 대출도 금리 인상 등을 통해 억제하겠다는 계획이다.

가계대출 사상 최고치…신용대출 가파른 증가세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시중 은행 여신담당 임원들과의 회의 자리에서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의 개인 한도를 연소득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에도 신용대출을 연소득의 2배 수준으로 줄여달라고 요청했지만 신용대출 급증세가 꺾이지 않자 다시 브레이크를 걸었다. 지난 7월부터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은 고객은 연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지 못하는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1억원 미만 신용대출자는 내년 7월부터 DSR 40% 제한이 적용된다. 이에 1억원 미만 신용대출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40조2000억원으로 지난 6월말보다 9조7000억원이 늘었다. 7월 증가액 기준으로는 2004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다.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간 6조1000억원이나 늘었고 지난 6월보다 증가 속도도 빨라졌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지난 6월 1조3000억원이 증가했던 기타대출은 7월에는 3조6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카카오뱅크, 에스디바이오센서 등 공모주 청약 관련 자금수요의 영향이다. 또 최근 1억원 미만 신용대출을 받은 20~30대들은 주식o암호화폐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어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신용대출 한도 축소, 제2금융권으로 확산 조짐

이에 신용대출 한도 축소는 시중은행에 이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 대출 한도만 축소할 경우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제2금융권 대출 또한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신용대출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도 엄격한 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시중은행 담당자들과의 회의에서 주담대 관련 이행사항을 고객들이 철저히 지키도록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조건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이행하지 않은 차주에 대해 대출 회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시중은행에 요청했다. 정부는 2018년 9월 실수요자에게만 주담대를 내주기 위해 처분조건부 약정, 전입조건부 약정, 추가주택 구입 금지 등의 규제를 도입했다. 처분조건부 약정은 1주택자가 규제 지역에 새로 주택을 구입하면서 주담대를 받을 시 2년 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신규 주택으로 전입할 것을 약정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전입조건부 약정은 무주택자가 규제 지역에서 9억원 초과 주택 구입시 2년내에 해당 주택에 입주해야 하는 약정이다. 추가 주택 구입 금지 약정은 생활안정자금 목적으로 주담대를 받은 경우 주택 구입 용도로 자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약정 조건을 위반한 것이 확인되면 대출자는 즉시 대출을 갚아야 하고 해당 계좌는 연체 계좌로 분류된다. 또 대출자의 약정 위반 사실은 상환 여부와 관계없이 신용정보기관에 기록돼 3년간 은행 대출에 제한을 받는다.

그러나 실제 은행 영업 창구에서는 고객들이 거래 지연 등의 사유를 들어 반발하거나, 직원들이 고객 관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어왔다. 관리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해온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대출자들에게 원칙을 예외없이 적용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은행, 11월까지 부동산 담보대출 전격 중단

이같은 금융당국의 강경조처에 시중은행들도 적극적인 수용에 나섰다. NH농협은행이먼저 칼을 들었다. 농협은행은 신용대출을 제외한 모든 가계대출을 올해 11월 30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신용대출 한도도 1억원으로 줄였다. 대표적인 가계대출 상품인 부동산담보대출은 물론 토지와 임야, 비주택 관련 대출도 중단한다. 또 전세대출과 비대면 담보대출, 단체 승인 대출 등 기타 가계 대출도 중단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농협은행의 전면적인 대출 중단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은행도 대출 규제 방안을 자체적으로도 논의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