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 문제 여전…친환경차 부문은 지속 성장세

기아 전용 전기차 EV6의 특화 고객체험공간. 완성차 기업들은 중장기 판매량 증대를 위해 전기차 등 친환경에 방점을 둔 브랜드 마케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기아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자동차업계의 어려움은 그나마 지난해 말부터 일정 부분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완성차기업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기존 계획 대비 생산차질이 발생하는 등 적지 않은 손실이 발생해 하반기 만회를 위한 각 기업의 자구책과 국가별 정책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반도체 수급 문제 외에 원자재 부족과 해상운송 수요 급증에 따른 공급 차질 등의 변수도 하반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배터리 원자재 가격 상승과 관련 업계의 시름 또한 깊어지고 있다. 전기차 생산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배터리 주요 원자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대차·토요타만 상반기 선전

올해 상반기 전 세계 판매량은 기준에 따라 다소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와 자동차산업 포털 마크라인즈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차량 판매량(4142만4000대)은 전년 상반기(3223만6000대) 대비 비교적 고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년 하반기(4394만4000)와 비교했을 때 미국·일본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지역이 감소세로 전환됐다. 한국도 지난해 개별소비세 인하와 다양한 신차 출시 등으로 판매량이 일시적적으로 증가했지만 올해 들어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 문제가 발생하면서 판매량이 다소 감소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지난 23일 발표한 산업동향 보고서에서 세계 완성차 판매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비 심리 개선 및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듯 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등의 원인으로 다시 감소세로 전환됐다고 발표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전반적인 판매실적 전망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재완 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는 전기차 전용 모델을 포함한 다양한 신차가 출시될 예정으로 대기 수요는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반도체 공급 충격의 여파가 지속되면서 판매실적은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선임연구원은 이어 “올해 상반기는 지난 2월 텍사스 한파로 인한 NXP·인피니언 생산 중단과 3월 르네사스 공장 화재로 인한 생산 중단에 더해 TSMC의 생산여력 부족으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 지연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며 “그럼에도 친환경차 부문은 지속적인 신차 출시와 각국 보급정책의 영향으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업체별 판매량은 미국·유럽 완성차기업들이 부진한 반면에 토요타와 현대자동차는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토요타는 주력 시장인 미국·중국 시장 수요 증가와 주요 부품의 안전재고 확대 전략으로 반도체 부족 현상에 적절히 대응하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현대차의 경우도 올해 상반기에 내수와 중국 시장에서 다소 부진한 판매실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생산 중단 최소화 및 중국 외 지역 수출 호조 영향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한 판매량을 유지했다.

장홍창 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토요타·덴소의 경우도 자동차 반도체기업 르네사스 지분 투자 및 팹리스 합작회사 미라이즈를 설립했고 정부 주도 공동 투자를 통한 TSMC 현지 공장 설립으로 반도체 공급망 위험 관리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반도체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의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를 통한 수급난 품목 정보 공유에 그치는 등 협업 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완성차업계, 원자재 가격 급등이 수익성 발목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하는 니켈, 코발트, 망간, 리튬 등은 올해 초부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SNE리서치는 2023년 전기차 배터리 공급이 335GW로 수요보다 18% 정도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에도 부족분이 40% 이상으로 확대된다는 전망이 나와 전기차 관련 업계도 당분간 순탄치 않은 행보가 예상된다.

자동차 타이어의 주 원료인 천연고무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도 우려된다. 천연고무생산국협회(ANRPC)에 따르면 천연고무 가격은 2017년 이후 공급이 과잉됐다는 평가 속에 1달러 선으로 내려온 이후 3년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동남아 국가들이 방역조치를 위해 고무농장을 대거 폐쇄시켰고 중국 사재기까지 겹치자 가격 급등이 시작됐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완성차와 부품업계 모두가 비상이 걸린 것으로 배터리 원자재를 비롯해 원유, 철강, 고무 등의 원자재 가격 인상이 지속된다면 올해 하반기 업계의 전반적인 제품 가격 인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차량용 반도체에서 시작된 공급망 문제가 기본적인 원자재 영역으로 확산되면 완성차업계로서는 수익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올해 하반기에는 주요 완성차기업들이 전기차 중심으로 다양한 신차를 출시함에 따라 소비자 수요는 자극할 수 있겠지만 반도체 수급 등의 문제가 지속되면서 전반적인 차량 인도기간이 길어져 실제 판매실적은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하반기에는 현대 캐스퍼, 기아 스포티지, 혼다 시빅 등을 비롯해 전기차 부문에서 기아 EV6, 제네시스 GV60·eG80, 쉐보레 볼트EUV, BMW iX 등이 출시될 예정이다. 완성차 기업들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판매 전략을 펼치는 동시에 중장기 판매량 증대를 위해 전기차 등 친환경에 방점을 둔 브랜드 마케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장 시급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위해 자동차 전용공정·협력을 통한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육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12인치 웨이퍼 공정이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 외에는 파운드리 공정이 부재해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직접적인 협력 중개와 타 파운드리 기업의 수요 기반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가전 대비 국내 차량용 반도체 수요량이 적어 파운드리 기업의 투자·생산 동기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인증 및 경쟁력을 구비한 자동차 반도체 전용 파운드리 공정 육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