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집값에 금리 리스크까지...MZ세대 "상투로 매물 떠안을까" 근심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 경기도 수원 거주 중인 30대 직장인 남성 A씨는 내년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알아보다가 결국 주택 매입을 포기했다. 지어진 지 20여년 된 수원의 전용면적 84㎡ 이하 아파트 매물을 찾았지만 매매가격이 4억 원대에 형성된 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 집을 매입한다면 자기 자본을 제외하고 2억 원을 대출 받아 10년 동안 매달 200만원을 원리금으로 상환해야 한다. 부부 소득의 절반 가량을 대출금 갚는데 써야할 형편이다. 집값이 앞으로 더 오를 걸 전제하면 사야겠지만 해당 집이 그 정도 가치가 있다는 게 체감이 되지 않는다.

집값의 거듭된 상승으로 적정 가격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서 올해나 내년 결혼 예정인 예비 신랑·신부들이 ‘패닉’에 빠졌다. 당장 독립해 살 곳을 구해야 하는 입장인 데다 첫 주택 구입이라는 설렘도 존재하지만 집값이 폭등하면서 가격 개념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1~2년간 부동산 가격이 유독 급등하면서 시장의 적정 가격에 대한 감이 없어진 탓이다. 특히 주택 거래가 처음인 MZ세대 입장에선 수억 원이 오가는 거래에 불안감부터 엄습한다.

‘집 사자’ 분위기 언제까지 지속될까

그동안 부동산 시장의 매수 분위기는 근로소득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집값이 오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주택 마련이 어려워 질것이란 불안감이 형성된 영향이 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부동산 등기 데이터를 분석해 지난해 9월 발표한 ‘국내 부동산 거래의 트렌드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2020년 5월까지 3년 동안 서울 아파트의 실거래 평균가격은 39.1% 상승했다. 단순 계산하면 평균 가격이 3억 원이라면 3년 새 4억2000만 원까지 뛴 셈이다.

서울을 비롯한 주요지역의 경우 집값이 억 단위로 뛰는 모습을 보면서 올해 놓치면 내년은 더 힘들어질 것이란 두려움이 무주택자의 조바심을 자극했다. 여기에 거래량이 줄고 매물 잠김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돈 주고도 못사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수년째 오름세를 거듭하면서 이미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고가에 가격이 형성된 상태다. 정부에서도 지금 부동산 시장을 고점으로 보고 경고하는 시점에서 앞으로 상승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었다. 특히 증여 등 부모세대의 경제적 도움 없이 자기 돈으로 마련해야 하는 입장에선 부담이 더욱 크다.

대출 액수가 수억 원에 달하다보니 고소득 직종 외에는 대출금 상환을 위해 맞벌이가 강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입주 후 집값이 떨어지면 최악의 경우 대출 이자만 갚다가 자산 가치가 떨어지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A씨는 “직장동료의 경우 지난해 3억 원에 매입한 주택이 현재 4억 원대로 올랐다. 그 친구의 경우 이미 평가차익이 1억 원 발생해 안심이 되겠지만 이제 집을 사야 하는 입장에선 고점에 들어가 손해보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을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하지만 그러면서도 실거주 할 집 1채는 있어야 앞으로 정책 변동에도 휘둘리지 않기 때문에 결국 사야 한다는 조바심도 있다”고 토로했다.

초저금리 시대 마감으로 집값 ‘상투’ 우려도 커져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주택 시장에 돈을 유입시켰던 유동성이 축소돼 가는 것도 중요한 변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26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올렸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3월 연 1.25%에서 0.75%로 내리고 5월 0.5%로 다시 내린 후 줄곧 동결됐었다.

금융권에선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누적된 금융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첫발을 뗀 것"이라고 말한 점을 미루어 추가 금리 인상을 점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실 시중금리는 기준금리가 0.5%를 유지할 동안에도 꾸준히 올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등급 1년 기준)는 지난해 7월말 연 1.99~3.51%에서 올해 8월 2.96~4.01%으로 최대 1%까지 뛰었다. 한은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시중금리는 더 큰 변동성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대출을 최대한 동원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대출로 집을 산 경우가 많은 만큼 이미 부동산 시장에는 막대한 유동자금이 뿌려진 상태다. 한국은행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가계신용(빚) 잔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1806조 원 규모에 이른다. 대출 잔액 중 72.7%는 시중 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 대출이다.

전세로 들어가기도 고민이다. 하락하는 부동산 시장에선 집값이 전세금보다 낮은 ‘깡통전세’이기 때문에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가 급증할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 액수는 2016년 34억원에서 2017년 74억원, 2018년 792억원이었다가 2019년 3442억 원, 지난해 4682억원으로 폭증했다. 올해 들어서는 7월까지 피해액수가 총 3066억원에 이르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높아질 만큼 사자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가계대출의 70% 정도가 변동금리대출인데다 가격도 대출자의 소득이나 물가 대비 고평가돼 있어 금리변수영향이 높다”며 “금리가 앞으로 계속 올라 대출자의 금리부담 임계점을 넘기면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시장에 풀린 유동자금을 거둬 들여 가계부채가 연착륙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수요자들의 자금조달이 제한되고 매입수요 역시 감소할 확률이 높다”며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부동산 시장 호황에 변곡점이 다가올 수 있는 만큼 앞으로는 상환 가능한 수준의 매입자금을 운영하는 투자가 중요해질 전망이다”라고 했다.

이재형 기자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