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과 ‘재미’가 결합한 감성 찾기 경쟁

신세계TV쇼핑 라이브 '테이스트 킹 캐나다 자숙랍스터' 판매 방송 갈무리. (사진=신세계TV쇼핑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국내 유통시장에서 구매력 있고 소비문화를 주도하는 계층으로 이미 부각된 지 오래다. 이들 특유의 문화와 감성을 이해하고 참신한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는 MZ세대의 인적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유통업계의 화두가 됐다. 직원 채용 시 학벌, 나이 등 소위 스펙을 타파하고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포함한 실무 위주로 평가하는 등 인사 시스템 역시 큰 폭으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나이, 성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역량’만 평가

롯데마트는 지난달 30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MZ세대 인재를 상시 채용한다고 밝혔다. 사내 MZ세대 직원을 면접관으로 기용, 지원자와 눈높이를 맞췄다. IT기획, 빅데이터 등 기술직부터 디자인, 상품 기획·판매 등 유통 핵심 직무까지 업무 전반에서 MZ세대가 직접 동료를 선발한다. 평가 시 실무면접은 강화하고 일반전형의 적성검사 시험은 없앴다. 지원자의 직무 관련 역량을 자유롭게 평가하기 위함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과장이나 팀장급 직원이 면접을 보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신입사원과 가장 많이 소통할 사원이나 대리급이 직접 면접을 보게 했다”며 “사수가 동료를 찾는 관점에서 보다 현실적인 실무 역량을 판단할 수 있게 한 점이 특징”이라고 했다.

신세계 그룹의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채널인 신세계TV쇼핑은 최근 모바일 부문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쇼호스트를 모집했다. 나이와 성별 제한은 없다. 유튜브에 자기소개 영상을 올리고 합격하면 본사에서 카메라 테스트와 상품 홍보 시연 등 실무 면접을 본다. 최종 면접은 모바일 생방송 라이브에 지원자가 실제로 출연, 쇼호스트와 함께 제품을 판매하는 식이다.

지난 2019년 론칭한 신세계TV쇼핑의 모바일 방송은 TV홈쇼핑과 달리 2030 고객이 많은 게 특징이다. 네이버, 카카오, 11번가 등 플랫폼과 제휴해 현재 일일 최대 시청자 수 27만 명, 구독자 수 23만 명 규모로 성장했다. 모바일 방송은 시청자가 수시로 오가는 환경에서 첫눈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휘어잡는 엔터테인먼트적 능력이 필요했다. 신세계TV쇼핑 관계자는 “전직 개그맨, 가수 출신의 쇼호스트들을 기용해 마음껏 자기 끼를 펼칠 수 있도록 풀어준 전략이 적중했다”고 밝혔다.

MZ ‘감성’을 알면 돈이 보인다

2019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MZ세대(27~42세) 인구는 약 228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4%를 차지한다. M세대는 대학진학률이 높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숙하다.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문물을 접하는 등 전자통신 매체를 통한 의사소통에 능숙하고 자유분방하며 개성이 강하다.

이들은 오프라인과 잡지 등 전통매체와 잘 알려진 브랜드 제품보다는 디지털 매체에서도 만족을 제공하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모바일 플랫폼 중심인 라이브커머스는 이런 MZ세대에게 어울리는 대표적 플랫폼이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신흥 이커머스 시장으로 급부상한 라이브커머스 시장의 전체 규모는 지난해 4000억 원대에서 2023년 10조 원대까지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것도 시장변화를 가속화했다. 비대면 채널을 통한 소비가 강제되면서 MZ세대에게 익숙한 이커머스 등 온라인 쇼핑 서비스가 급격하게 발전한 것이다.

쇼핑에서 단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것만이 아닌 재미를 찾는 ‘펀슈머’(Fun-Sumer) 경향도 MZ세대에서 새로 등장한 개념이다. 가령 최근 들어 시장에 유행했던컬래버레이션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잠시 ‘피식’할만한 재미를 준다. 밀가루 브랜드에 맥주 제품을 결합한 ‘곰표 맥주’, 진로 소주 모양의 디퓨저 등 브랜드가 기존에 갖고 있는 이미지를 살짝 비틀어 소비자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고 이목을 당기는 전략이다.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 활용한 짧은 웹드라마 전략도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은 자사 유튜브 채널 ‘푸쳐핸썸’에서 선보인 웹드라마 ‘핸드메이드 러브’가 누적 조회수 300만 뷰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서 노출되는 광고 콘텐츠이지만 ‘천상(天上)에서 쫓겨난 주인공(우븐)이 인간 세상에서 옷으로 사람들을 위로해 준다’는 콘셉트의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이기도 하다.

유튜브 이용자들은 광고로 영상을 접한 후 한섬의 채널에 찾아와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주인공들이 입고 있는 옷에도 관심을 가졌다. 웹드라마 방영 기간 동안 한섬의 온라인몰 ‘더한섬닷컴’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5% 늘었다. 특히 MZ세대의 구매액은 149% 증가해 상승폭이 더 컸다.

이처럼 펀슈머 마케팅이 MZ세대에서 효과를 보면서 MZ세대의 문화 코드를 이해하고 적절한 콘텐츠를 내놓는 것도 중요 전략이 됐다. 기업도 MZ세대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중요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 5월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MZ세대 인재 유입과 장기근속을 위한 노력 여부’를 주제로 기업 271개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49.1%는 ‘MZ세대 직원 확보를 위해 별도로 노력하는 것이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노력으로는 ‘자유롭고 편한 분위기의 근무 환경 조성’이 51.9%(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는 업무 방식’(48.9%) ‘개인 취향을 존중하는 기업 문화 형성’(39.8%) 등 방안이 주로 고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요즘은 명품시장까지 MZ세대가 주요 고객층을 차지할 정도로 이들이 갖는 비중이 커졌다”며 “유통 시장을 주도하는 세대가 바뀌면서 X세대, 베이비부머 세대 보다는 문화를 이해하는데 유리한 MZ세대 인적자원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각 기업도 사내 젊은 세대 직원들과 호흡할 수 있도록 회사 분위기를 마련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재형 기자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