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22년도 예산안은 총 604조 원에 이른다. 올해보다 8.3% 포인트 증가해 46조 4000억 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5년 평균증가율은 8.6%에 이르는데, 이명박 정부(6.59%)나 박근혜 정부(4.28%)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확장재정의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큰 몫을 차지한다. 방역 등 직접적인 대응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완화시키기 위한 예산도 적지 않게 편성됐다. 양극화 대응 예산을 포함해 내년도 고용·복지 예산은 216조 7000억 원을 기록해 최초로 200조 원을 넘어서게 됐다.

이러한 세출 측면뿐만 아니라 세입 측면에서도 확장재정에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 세입은 국가 위기가 발생하면 줄었다가 위기가 지나가면 큰 폭으로 증가해왔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에는 11%,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에는 8%가 증가했다. 이러한 사실에 기초해 정부는 총수입이 2차 추경보다 6.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확장재정 편성으로 내년 국가채무는 1068조 3000억 원을 기록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0.2%에 달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 2000억 원과 비교하면 5년 간 408조 1000억 원이 증가한 것이다. 증가속도가 사뭇 위협적이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했음인지 정부는 2023년부터 총지출 증가율을 점진적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2023년에는 5.0%, 2024년에는 4.5%, 2025년에는 4.2%로 경상성장률(4.2%)에 점차 근접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성장률은 물가 변동분이 반영된 명목 GDP의 증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이 과연 지켜질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대체로 정부는 세출을 보수적으로, 세입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정권은 선거를 의식해 지출을 늘리고자 하는 유혹을 끊임없이 받는다.

예를 들어 기획재정부는 장기 재정전망을 통해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81.1%로 제시했으나, 이는 국회 예산정책처가 제시한 158.7%와 큰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가 나게 된 것은 정부안이 GDP 대비 재량지출 비율을 너무 낮게 잡았기 때문이다. 정치권 압력으로 정부가 재정준칙을 지키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 전망이 상당히 낙관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서울신문이 무디스, 피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3대 신용평가사와 진행한 인터뷰의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그들은 한국경제의 현재 상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한국 재정에는 고령화, 공공기관부채, 빠른 채무 증가의 3대 위험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대표적인 저출산·고령화 국가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17년 고령사회(65세 이상 고령인구비율 14% 이상)에 진입한 한국 고령인구비율은 2035년 29.5%에 이르러 급속하게 고령화가 진행될 전망이다.

이는 잠재성장률을 낮출 뿐만 아니라 복지비 지출증가를 불가피하게 함으로써 국가경제에 큰 부담을 줄 것이 분명하다. 현행 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11.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5%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이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2060년 복지지출 비중은 GDP의 30%에 이른다고 한다.

공공기관 부채도 숨겨진 위험요소다. 기획재정부가 40개 공공기관에 대해 시행한 재무전망에 따르면 올해 이들 부채는 549조 6000억 원에 달하는데 이는 GDP의 30%에 달하는 규모다. 공공기관 부채는 공식적인 국가부채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궁극적으로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부채다.

문제는 이러한 부채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들 부채는 2023년 606조 9000억 원으로 600조 원을 돌파하여 2025년에는 638조 90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부동산 대책 등 사업에 소요되는 재원을 충당하기 위한 사채 발행 및 차입에 기인한다.

일단 부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부채가 부채를 불러오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는 개인뿐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로, 이웃나라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은 올해 일반회계 세입총액 106조 6000억 엔 중 43조 6000억 엔(40.9%)을 신규국채 발행으로 조달하고 있다. 조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입이 세출의 3분의 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세출 중 국채상환 원리금이 23조 8000억 엔에 달하고 있다. 그야말로 국채를 발행해서 국채 빚을 갚는 꼴이다. 사회보장비 등 경직성 경비가 4분의 3을 차지하며 방위비 등 필수적인 지출을 제외하면 중앙정부가 관장하는 공공사업비는 6조 1000억 엔(5.7%)에 불과하다. 정부가 정책을 사용할 여지가 그만큼 적어지는 것이다.

이는 1990년대 장기불황에 빠진 이래 국채발행이 급증한 탓으로, 역대 어느 정권 하에서도 줄지 않고 늘어만 왔다. 그 결과 일본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258%에 이른다. 선거에 의해 정권이 결정되는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국가부채를 줄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국가부채가 늘어나도 성장률이 이자율을 초과하면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높은 성장으로 인한 세수증가가 국채 원리금 상환을 무리 없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장담할 수 없는 것으로 반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항존한다.

일단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국가부채의 절대량을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증세는 조세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고 고령화로 인한 사회복지비 등 경직성 경비를 줄이기도 어렵다.

지난해 10월 기재부는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이는 소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재정준칙의 내용은 2025년부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이하, 통합재정수지 적자를 3% 이하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정을 감안할 때 과연 이것이 시행령 등으로 법문화됐다고 해서 잘 지켜질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먼저 도입한 유럽연합(EU)의 경우에도 재정준칙이 관철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했다. 따라서 재정준칙을 강하게 지키는 독일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연방헌법을 개정해서 균형예산 원칙을 선포하고 비상상황에서 예외적으로 채무부담을 허용하는 구체적인 재정준칙을 도입하고 있다. 또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이 준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중립적인 기구 설립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이 원칙은 재정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일단 재정확대의 꼬리를 놓치게 되면 재정으로 할 수 있는 정책의 폭이 극도로 좁아질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큰 부담을 넘겨준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정인호 객원기자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