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확 달라졌다. 올해로 취임 2년차를 맞은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지난해 3월 취임 초부터 강조한 ‘혁신’이 성과를 맺고 있다. 내실이 있는 경영이 강점인 반면 변화에는 다소 소극적이었던 GS그룹이 과감한 인수·합병(M&A)과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 시대 이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혁신의 발걸음은 결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GS그룹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2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GS그룹의 2분기 영업이익은 4855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8.7% 늘어났다. 이로써 GS는 올해 상반기 매출 8조7251억 원, 영업이익 1조1919억 원, 당기순이익 790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상반기에 비해 매출(7조8616억원) 11% 증가, 영업이익(1667억원) 615% 증가, 당기순손실 2857억 원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허태수 GS그룹 회장. 사진=GS그룹 제공.
GS, 휴젤 인수로 바이오 산업 진출…첫 조 단위 M&A

“앞으로 모바일과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전환이 더욱 활발히 진행될 것이며 공급자 측면보다는 고객에게 일어나는 새로운 트렌드의 변화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허 회장이 지난해 6월 GS그룹 고위 임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GS임원 포럼에서 강조한 바다. 이에 따라 허 회장은 “디지털, 환경 및 클린에너지 등 우리가 아직 가보지 않은 영역을 포함해 적극적인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줄 것”을 재차 독려했다.

이에 GS그룹은 최근 의료 바이오 산업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GS그룹은 지난달 25일 국내 보톨리눔 톡신(보톡스) 1위 기업 휴젤을 인수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한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 분야를 낙점하고, 해당 분야 첫 투자 대상으로 휴젤을 선택한 것이다.

휴젤은 그동안 신세계, 삼성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인수를 타진해 온 우량 바이오 기업이다. 휴젤은 10년 이상 임상을 통해 효능이 검증된 보톨리눔 톡신 및 히알루론산 필러 등의 제품군을 보유하는 등 국내 시장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GS그룹은 지주사 ㈜GS가 구성한 컨소시엄을 통해 베인캐피털이 보유하고 있는 휴젤의 지분 46.9%(615만6천932주)를 약 1조7240억원에 인수하는 주 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첨단 바이오 산업 진출의 첫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이는 GS그룹이 2004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후 진행한 첫 조(兆) 단위 M&A 사례로 허 회장의 신사업 발굴 행보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GS그룹이 의약이나 약품 등에 사용되는 의료바이오 사업에 진출한 것은 그룹 출범 이래 처음으로 기존 바이오 연료 등 산업바이오 사업 등과 함께 그룹의 바이오 사업 플랫폼으로 활용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의료바이오 사업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재생 가능한 식물 자원을 원료로 화학제품이나 바이오 연료 등을 생산하는 산업바이오(White Bio) 사업은 이전부터 활발하게 추진해왔다. GS칼텍스가 바이오 공정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대량 생산에 성공한 ‘2,3-부탄디올’은 전북 군산 새만금 산업단지 내 2만5000㎡ 부지에 생산시설을 완공해 2019년 6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2,3-부탄디올은 친환경 화장품 원료로 시판되고 있으며, 향후 농업용과 고분자 원료로 확대할 예정이어서 시장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허 회장은 이번 투자 배경과 관련해 “휴젤은 국내외 수많은 바이오 기업 가운데 보톨리눔 톡신 및 히알루론산 필러 등 검증된 제품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라며 “그룹의 바이오 사업을 다각화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육성해 미래 신사업인 바이오 사업을 더욱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협업으로 친환경 바이오테크 산업도 확대

이와 함께 GS그룹은 바이오테크 등 스타트업과 함께 협력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GS그룹은 올해 초부터 '더 지에스 챌린지'를 통해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6개사를 선발, 그룹의 계열사들과 함께하는 초기 육성 및 사업화 추진 등의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친환경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한 ‘더 지에스 챌린지’는 지난 1월 22일부터 3월 7일까지 총 85개사가 응모하여 14:1의 경쟁을 뚫고 6개사가 최종적으로 선발됐다. 이들은 GS그룹의 계열사들과 함께하는 초기 육성 및 사업화 추진 등의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과 바이오 산업·기술 멘토링 등을 지원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친환경을 통한 지속가능경영에 도전하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으로 바이오 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방식의 친환경 소재 생산 및 활용 △폐기물, 오염물질 저감, 차단·정화 및 재활용 △질병 진단, 건강관리 제품 및 솔루션 등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을 위해 마련됐다. 이에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를 위한 항공 방제용 친환경 방제제를 제안한 잰153바이오텍, 미세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천연소재 ‘친환경 석세포’를 제안한 루츠랩, 대사공학 기반 기능성 화장품 소재 및 차세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제안한 큐티스바이오 등 총 6개사가 선정됐다.

실리콘 밸리 투자 이어 기업형 벤처캐피털 설립 박차

이처럼 GS는 스타트업 발굴 및 벤처펀드 투자 등을 통해 바이오테크 등 미래 신사업을 강화해 오고 있다. 지난 7월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설립을 위해 금융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정관변경을 승인, 올 연말 CVC설립을 목표로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래지향적 벤처 창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일반 지주사의 CVC 보유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된 데 따른 선제적 조치다.

앞서 지난해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 투자법인 GS퓨처스를 설립해 벤처 투자를 통해 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망 벤처를 발굴해 투자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GS퓨처스는 지주사인 ㈜GS를 포함해 GS에너지, GS칼텍스, GS리테일, GS홈쇼핑, GS글로벌, GS EPS, GS E&R, GS파워, GS건설 등 총 10개회사가 출자한 1억5500만 달러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로 GS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망 벤처를 발굴하여 투자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다.

지주사뿐 아니라 각 계열사에서도 벤처투자가 활발하다. GS홈쇼핑은 AI기술, 빅데이터,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급변하는 IT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벤처 펀드 및 스타트업 등과 협업하는 등 지난 10여 년 동안 약 3500억 원을 투자해왔다. 특히 2012년 미국계 벤처 캐피털인 알토스벤처스가 펀드를 조성하여 쿠팡에 투자할 당시 GS홈쇼핑 대표였던 허 회장이 펀드 투자로 참여하여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GS리테일도 2017년부터 식품 및 유통 등 유망 스타트업에 약 700억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GS칼텍스도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에 300억원을 투자하는 등 GS그룹 전반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스타트업 발굴 및 벤처펀드 투자 등을 지속해오고 있다.

올해 초 신년모임에서 허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디지털 역량 강화와 친환경 경영으로 신사업 발굴에 매진해 줄 것을 당부하며, 신사업은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친환경,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까지 확대해서 기회를 찾아야 하며 스타트업, 벤처캐피털 등과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고 GS의 투자 역량을 길러 기존과 다른 비즈니스를 만드는 ‘뉴 투 빅’(New to Big) 전략을 추진하자”고 당부한 바 있다.

배달앱 ‘대어’ 요기요 품고 퀵 커머스 시장 돌풍 일으킬까

이같은 전략에 따라 GS는 퀵 커머스(주문즉시 배송)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GS리테일은 지난 7월 배달앱 2위 요기요를 인수했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유한회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는 지분 100%를 GS리테일에 매각했다. GS리테일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 인수를 진행했다. 요기요를 품은 GS리테일은 온오프라인 사업 연계를 통한 퀵 커머스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퀵 커머스란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1시간 이내에 원하는 곳으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현재 배달앱 1위인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GS리테일은 국내 퀵 커머스 시장 규모가 2025년 최소 5조원 이상 확대될 것으로 보고 인수에 나섰다.

이에 앞서 지난달 1일에는 편의점 GS25와 슈퍼마켓 GS프레시 등을 운영하는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합쳐진 ‘GS리테일 통합법인’이 7월 1일 출범하면서 종합 유통기업으로 발돋움했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연간 합산 매출액은 약 10조원으로, 국내 주요 상장 유통사 기준으로 3위 수준이다. GS리테일은 합병을 통해 온·오프라인 통합 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GS리테일의 회원수는 1400만 명, GS홈쇼핑은 1800만명으로 중복 회원 600만명을 제외하고 1200만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양사의 통합 시너지를 통해 현재 취급액 15조4000억원(GS리테일 11조원·GS홈쇼핑 4조4000억원)을 2025년까지 25조원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미래 청정 에너지 수소 산업 확대…수소기업협의체도 참여

GS는 미래 에너지로 손꼽히는 수소 산업 진출도 확대할 계획이다. GS칼텍스는 기존 정유 사업 중심에서 청정 에너지 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6월 GS칼텍스는 한국동서발전과 GS칼텍스 정유공장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활용하는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GS건설은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해 폐자원을 전기로 만드는 청정에너지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오는 8일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민간 주도로 설립되는 수소기업협의체에도 참여해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한화, 효성 등 10개 그룹 최고경영자들과 함께 수소 에너지 관련 비전을 세우고 구체적인 협업도 이끌어 갈 예정이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