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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바뀌었지만 위험한 지역조합주택…공공 관리 시급

토지보유율 등 정보 공개 의무 강화해도…허위광고 횡행
  • 지난 7일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집값 오름세 잇따라...'지역주택조합' 아파트” “대형 개발 호재 이어지는 ○○구…신규 아파트 XXXXX '조합원' 모집”

신문이나 인터넷 등 매체에서 이런 제목의 지역주택조합 단지 홍보물을 간혹 볼 수 있다. 주로 주변 교통, 생활편의시설 등 입지에 대한 설명문이라 일반 분양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지역주택조합이 생소하기 때문에 저렴한 분양가 등 장점만 부풀린 홍보물에 혹하기 쉽지만 사업의 위험성을 주의 깊게 따져봐야 한다. 조합원 보호를 위한 장치가 부족해 사기 당하는 사례가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법 제도를 개선했지만 다수 사업지는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 또한 불법 관리 감독이 이뤄지지 않아 전문가들은 조합원 재산권 보호를 위한 행정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잘 되면 대박’이라지만 사기 피해 잦아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일반인들이 조합을 설립하고 모은 자본으로 특정 지역의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짓는 사업이다. 주로 해당 지역에 거주해온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의 1주택 소유자가 조합을 결성하는 게 특징이다. 2017년 완공 된 서울 성수동 유명 브랜드 ‘트리마제’ 역시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지어진 아파트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시행사 개입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이 없다보니 일반 분양가보다 저렴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리스크 역시 조합원이 전부 떠안아야 한다. 사업지 내 95% 이상의 토지를 확보해야 착공이 가능한데, 매입대금 부족 등의 사유로 조합이 부도를 맞을 수도 있다. 조합의 업무가 조합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횡령, 사기 피해도 곧잘 발생한다.

지난 9일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오창섭 부장판사)는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충북 청주 가마지구 지역주택조합 관계자 3명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조합장, 업무대행사 관계자, 분양 대행사 대표인 이들은 지난 2015년부터 청주시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완료’라는 문구로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사업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고충정)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상계3구역 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 운영자와 대표에게 각각 징역 7년과 4년을 선고했다. 지난 2017년 7월~2019년 12월 사업을 추진하면서 토지확보율이 1.9~22%에 그쳤으나 66% 이상 확보했다고 속이고 일반 분양인 것처럼 꾸몄다는 이유다. 또 조합원 246명이 낸 91억 원을 국제자산신탁 계좌로 송금하고 편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법 개선했지만 조합원 보호 위한 행정 서비스 보완 시급”

지역주택사업은 크게 ▲지구단위 접수 ▲주택조합 설립인가 ▲사업계획 승인 ▲착공의 순서로 진행된다. 하지만 실제로 착공까지 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올해 2월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서울 내 위치한 지역주택조합 사업장 109곳 중 실제로 착공까지 나아간 곳은 5곳에 불과했으며 76곳은 착공은커녕 조합도 설립 못한 상태다.

과장광고도 횡행한다. 2017년부터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동작구의 모 지역주택조합 관계자는 통화에서 “A건설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기 때문에 이 회사가 시공할 경우 추가 분담금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택 공급 가격이 확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MOU는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어 향후 토지가격와 공사비 변동으로 언제든 추가 분담금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정부는 지역주택조합 사업 시 정보공개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지난해 1월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 7월부터 적용했다. 이에 따라 조합원을 모집하려면 주택건설대지의 50% 이상 토지사용권원(토지사용승낙서)을 확보해야 하게 됐다.

조합설립인가 시에는 주택건설 대지의 80%이상의 토지사용승낙서와 15%이상의 토지소유권을 확보해야 하며 시장, 군수, 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자체 홈페이지에 조합원수, 토지의 사용권원 등을 공고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건은 2020년 7월 이후부터 적용돼 이미 그 이전부터 사업을 추진 중인 대다수의 조합은 해당되지 않는다. 또 조합 설립 전에는 공공기관에 이 같은 현황을 신고할 의무가 없어 일반 조합원들은 정보를 열람하기 어렵다.

지자체 홈페이지에 신고한 경우마저도 대다수 조합들이 '토지사용승낙서 확보율'을 고시할 뿐 정작 중요한 '토지 보유율'을 기재한 곳은 거의 없기 때문에 조합이 실제로 얼마나 토지를 확보했는지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토지사용승낙서'는 말 그대로 '개발 목적으로 사용해도 좋다'고 토지주가 의향을 밝힌 것이지 토지를 넘겼다는 의사 표시는 아니다.

조합이 지자체에 신고한 정보에 대한 검증 절차도 거의 없는 상태다. 토지사용승낙서 확보율, 토지보유율 등 중요 정보와 관련, 지자체가 조합이 제출한 서류 속 수치가 정확한지 현장을 시찰하며 하나하나 진위를 따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거 많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장에서 허위 정보를 기재해 재산권 피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빈틈이 많다보니 서울시와 자치구는 지난해 11~12월 관할 내 지역주택조합 사업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한 데 이어 주기적으로 조사하겠다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시장 운영실태, 모집주체, 사업계획, 동의율 등 진행사항을 반기별로 조사한 후, 위반 사항에 시정명령·고발 등 행정조치를 감행하고 법령 개정 등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업무가 밀리면서 올해 조사는 9월이 다 가도록 한 차례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관련 송사를 전문 담당하고 있는 이강진 변호사는 “조합 설립에 앞서 조합원을 모집할 때는 지자체 등 공신력이 있는 기관에 토지매입률 등 정보 공개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조합원 입장에서는 허위 정보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주택법상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광고할 경우 ‘주택건설대지의 사용권원 및 소유권을 확보한 비율’을 반드시 기재하도록 돼 있지만 신문, TV, 인터넷 등 광고에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광고 때문에 최근 시작한 부산의 지역주택조합 사업지에서 고발이 된 사건도 있었다. 구청이 단속 등 좀 적극적인 행정을 펼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자나 1주택자를 대상으로 조합원을 모집하는 만큼, 사기 사건 발생 시 주거 취약 계층이 재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정보의 비대칭성에 놓인 일반 조합원들의 피해를 방지하려면 정부와 지자체 등 공신력 있는 집단에 의한 시장 관리·감독과 정보 제공 서비스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공기관이 꾸준히 조사를 강화하고 법 위반 시 과태료나 벌금 등 강제할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자체가 여건이 안 된다면 현재 논의 중인 ‘부동산거래분석원 등 기관에 지주택 업무를 이관해 관련 업무를 현실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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