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 인수대금, 수의계약 등 논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9월 13일 취임 4주년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KDB산업은행이 잇따른 ‘특혜 매각’ 논란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대우건설 등 매각 과정에서 공개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통해 특정 기업에게 유리한 조건을 조성한 게 화근이 됐다. 이동걸 행장과 산업은행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 또한 짜맞추기식 법리적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중흥건설측 입찰가 2000억 깎아준 대우건설 매각 논란
금융위원회는 산하 공공기관인 산은이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하면서 특혜, 졸속 매각 논란이 불거진 것을 두고 개선방안을 준비 중이다. 매각의 절차적 투명성을 제고할 방안을 산업은행 측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기업성장발전과 관계자는 “현재 논의는 재발방지 대책에 방점을 두고 있어 이번 매각 건 자체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대우건설 인수·합병(M&A) 건이 감사청구가 접수돼 있는 만큼, 향후 감사원에서 법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산은의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KDBI)는 보유 중인 대우건설 주식 2억1093만1209주(지분율 50.75%)를 중흥그룹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매각가는 2조1000억 원으로 책정됐다. 중흥건설은 회계법인 삼일PwC, 법무법인 광장과 함께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상세실사를 진행 중이다. 중흥 측은 이르면 10월 중순쯤 실사 결과 발표와 함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거래에서 이른바 ‘졸속 매각’ 꼬리표가 따라붙는 건 입찰가격과 계약 방식 때문이다. KDBI는 지난 6월 25일 본입찰에서 중흥 컨소시엄을 매수인으로 선정해 놓고 다시 수의계약으로 재입찰을 진행했다. 당초 중흥은 본입찰에서 2조3000억 원을 제시했으나 경쟁자보다 인수가격이 5000억 원 가량 높자 조정을 요청했다. KDBI는 수의계약을 통해 인수대금을 2조 1000억 원으로 깎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국가계약법에 따라 자산 매각 시 공개경쟁입찰을 거쳐야 하는 산은이 중흥만을 대상으로 2000억 원 손해를 감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 문제시됐다.
윤의옥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성수 당시 금융위원장에게 “입찰자가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매각 가격이 인하됐는데 이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초유의 사례”라며 “매각 과정이나 절차상 규정을 위반한 게 없는지 금융당국이 꼼꼼히 조사해서 바로잡을 것이 있다면 바로 잡아달라”고 지적했었다.
이동걸 “법 문제 없다” 해명에도 편법 논란 잇따라
산은 측은 입찰가 조정은 재입찰이 아닌 수정제안이며, 공공기관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경쟁입찰이 의무이나 KDBI는 자본시장법상 일반회사이므로 수의계약도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이동걸 행장은 지난달 13일 취임 4주년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법률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지금 매각 과정도 상당히 공정하고 투명하다고 생각하지만, 필요하다면 더 투명하고 공정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취할 생각"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법 해석은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서 업계 일각에선 산은이 자기 결정에 유리한 방향으로 법을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사장 선임 등 자회사의 중요 경영에 개입해왔던 산은이 매각 시점에만 자회사를 내세워 법적 제약을 회피하고 특정 기업에 유리한 거래를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지난 8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면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회사가 매각한 것이라 국가계약법이 적용되지 않는 산은 측의 해명은 핑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산은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해 지정된 기타공공기관으로, ‘기타공공기관 계약사무 운영규정’에 따라 주식 양도계약의 체결은 일반경쟁에 붙여져야 한다”며 “KDBI는 대우건설의 구조조정 및 기업가치의 제고, 출자지분의 매각 절차를 업무위탁 내지는 대행시킨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 노동조합 역시 졸속 매각을 지적하며 파업을 감행한데 이어 금융위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서며 당국에 실태 조사를 촉구했다.
10월 국감서 산은의 매각 절차 논란 도마 위에 오를 듯
산은이 보유 기업들의 경영 정상화 보폭을 높일 목적으로 이례적 매도계약도 적극 추진하면서 업계와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일부 매각 건에 대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면 국책은행인 산은의 매각 추진 동력이 제동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선 산은이 추진해온 기업 매각 건과 관련해 절차적 정당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수 야권을 중심으로 대우조선해양 등 현재 지역 및 시민사회의 반대에 부딪힌 기업 매각 안건에 대해 질의가 이어질 계획이다.
일단 표면에 드러난 쟁점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지분 55.6% 매각 당시 현대중공업과 맺은 수의계약 건이다. 산은은 2019년 1월 30일 대우조선해양 매각 발표를 앞두고 국가계약법에 따라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이 가능한지 기획재정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당시 기재부는 “주식을 다른 회사에 양도하고 해당회사의 주식을 취득하는 행위는 국가계약법 준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가능하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기재부와 산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유권해석이 산은이 공문을 보낸 지 3시간여만에 ‘과장 전결’로 보내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 기간산업의 지분 매각 결정이 충분한 절차와 숙고 없이 날림으로 처리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형 기자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