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방류 시스템 안정적 운영…처리 용량 확대 추진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사진=㈜영풍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제련에 사용된 물 한 방울도 방류하지 않는다”
영풍 석포제련소가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수질오염 제로(0)’ 실현을 목표로 환경 개선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석포제련소는 올해 세계 제련소 최초로 무방류 시스템을 본격 가동했다. 이어 낙동강 상류 수질오염을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는 ‘오염 지하수 차집시설’ 공사를 진행하는 등 환경 분야에 대대적인 시설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전통산업인 아연 제련업에 내재한 환경오염 부담을 해소하고 친환경적인 산업생산 구조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다. 이는 최근 글로벌 기업 경영의 핵심 키워드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도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영풍은 2025년까지 보유하거나 임차하고 있는 차량 모두를 전기차와 수소차로 전환하는 등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하수 차단시설로 오염 지하수 하천 유입 원천 차단

영풍은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 외곽에 오염 지하수 차단시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시설은 공장 부지 아래 오염 지하수가 인근 하천에 유입되는 것을 막는 최후의 방어벽이다. 공장과 하천 사이에 지하 수십 미터 암반층까지 땅을 파서 차수벽과 차집·양수 시설을 만들어 오염 지하수가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차단한다.

총 43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2단계로 나눠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앞서 지난 5월 봉화군으로부터 하천점용허가를 받은 1공장 외곽 1차 구간(1.1㎞) 공사를 우선 진행하고 있고 향후 2공장 외곽 2차 구간(1㎞)도 허가를 받아 완성할 계획이다.

영풍 관계자는 “오염 지하수 차단시설이 완공되면 올해 본격 가동에 들어간 ‘무방류 시스템’과 연계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낙동강 상류 수질오염 제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풍은 지난해 11월 석포제련소에 총 320억 원을 들여 증발농축식 무방류 시스템(Zero Liquid Discharge)을 완공했고 시험 운영을 거쳐 지난 5월 31일부터 본격 가동하고 있다. 석포제련소가 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세계 제련소 가운데 처음이다.

증발 수증기는 재활용, 불순물은 폐기해 ‘오염 제로’ 실천

석포제련소가 도입한 증발농축식 무방류 시스템은 제련 공정에 사용하고 남은 물(공정 사용수)을 끓여 증발시킨 뒤 수증기를 포집해 만든 물은 공정에 재사용하고 남은 불순물은 고체화해 폐기물로 처리하는 설비다. 공정에 사용한 물을 100% 회수해 재사용하는 것이다.

석포제련소는 무방류 설비 가동을 시작한 지난 5월 31일부터 그동안 정수해 방류하던 공정 사용수 방류를 전면 중단하고 무방류를 지켜오고 있다. 하루 평균 1520여 톤 공정 사용수를 무방류 시스템으로 처리해 모두 제련 공정에 재사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공정 사용수를 증발시켜 깨끗한 물로 회수하는 증발농축기(Evaporator) 3기와 불순물을 고체로 농축하는 결정화기(Crystallizer) 1대로 구성돼 있다. 석포제련소는 150억 원 예산을 더 들여 결정화기 1기와 증발농축기 1기를 추가로 설치해 처리 용량을 확대하고 운영을 안정화할 계획이다.

결정화기 1대를 증설하면 하루 최대 3000톤까지, 증발농축기 1대를 추가하면 4000톤까지 공정 사용수를 처리할 수 있다. 석포제련소는 설비의 60~70%까지 가동하고 나머지는 예비용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박영민 석포제련소장(부사장)은 “무방류 시스템은 공정 사용수뿐만 아니라 향후 완공할 지하수 차집시설로 회수하는 오염 지하수까지 처리해 100% 재사용한다”며 “극미량의 오염물질마저도 하천 유입을 차단하고 물 자원을 재이용해 순환경제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영풍 석포제련소 무방류 설비. (사진=㈜영풍 제공)
공장 외부에 차단 시설…설치 논란 빚자 3차례 설계변경

제련소의 숙명과도 같은 환경오염 물질 배출과의 싸움은 그동안 석포제련소를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석포제련소는 오염 지하수 차단시설 설치를 위해 18개월여 동안 봉화군, 대구환경청과 20여 차례 넘게 협의했지만 환경단체 반대 등으로 난항을 겪기도 했다.

환경단체들이 오염 지하수 차단시설이 사적 시설물인 만큼 공장 내에 설치하라고 주장했지만 석포제련소 공장 내부에는 이미 하천 경계를 따라 2중으로 지하 차수막이 설치돼 있고 촘촘히 들어선 수십 개 오염방지공으로 지하 오염수가 회수되고 있었다.

이에 봉화군과 대구환경청은 시설 설계와 위치 선정에 신중을 기했다. 석포제련소도 지질 특성과 지하수 흐름 등을 감안한 토목기술을 반영한 설계를 마련했다. 시설 위치는 물론 공사에 쓰일 자재까지 꼼꼼히 점검한 봉화군 의견이 반영되는 과정에서 재설계에 가까운 3차례의 설계변경을 하기도 했다. 석포제련소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오염 지하수의 낙동강 상류 오염을 근원적으로 막는 대규모 차단시설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석포제련소의 환경개선 노력은 지난 수년간 지속돼 왔다. 지하수 오염 원인을 근본적으로 차단키 위해 158억 원을 들여 1만 7000평에 달하는 습식조업공장 하부 바닥을 내산벽돌(Brick)로 전면 교체하고 라이닝(Lining) 처리했다. 또 빗물 저류조인 ‘이중옹벽조’ 정비를 시행(34억 5000만 원)했고 효과적인 빗물 집수를 위해 배수로 등 집수로 개선(11억 3000만 원) 작업을 진행했다.

현재 공사 중인 오염 지하수 차단시설과 별도로 59억 원을 들여 1·2공장 내부에 총 연장 1.5㎞, 깊이 10m의 차수막(Grouting) 설치를 완료했다. 이와 함께 10억 원을 들여 공장 내부에 수십 개 오염방지공을 뚫어 오염 지하수의 외부 확산을 방지하고 있다.

영풍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석포제련소의 오염 제로 실현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집행한 약 600억 원을 포함해 향후 2~3년 안에 수질개선 분야에 약 2600억 원을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박 소장은 “현재 진행 중인 환경 개선 사업이 모두 완료되면 제련소 앞 하천의 윗물과 아랫물 수질이 같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기술 혁신과 환경 개선을 추진해 환경적으로는 제련소가 없는 것 같은 효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