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신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칼럼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기상청 종합국감에서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18일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순배출량 0’(탄소중립, 넷제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최종 확정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이미 지난해 10월에 국제적으로 발표했기에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파리 협정에 제출했던 당초 2030년 감축 목표(NDC)는 2018년 대비 26.3%였는데, 이번에 우여곡절 끝에 막판에 40%로 상향됐다. 산업계에서는 이 목표가 지나치게 높다고 하고 환경단체들은 너무 낮은 목표라고 맞서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 당시만 해도 넷제로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넷제로 목표가 처음 공식적으로 언급된 것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2018년 발간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다. IPCC는 이 보고서에서 파리협정 1.5도 목표를 달성키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0년 배출량 대비 45% 이상 축소하고 2050년에는 넷제로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은 가장 먼저 2019년 12월 ‘유럽 그린딜’을 발표하며 2050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리고 당초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40% 감축을 목표로 했으나 55%까지 감축키로 목표를 상향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도 206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미국, 일본, 한국 등 주요국들이 넷제로 대열에 속속 합류해 이제 넷제로를 선언한 국가가 120개를 넘었다.

전 세계가 지구 온난화 위협을 피부로 느끼게 되면서 넷제로 목표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지구 온도가 1도 정도 상승한 것은 산업화를 먼저 이룩한 선진국 때문인데, 산업화 혜택도 누리지 못한 후진국들에게도 동참하라는 것은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이 있고, 이는 분명 일리가 있는 견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아직 개발도상국이라고 주장하며 탄소감축 목표를 낮추려고 한다면 이는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 9위고 1750년 이후 누적 배출량도 16위로 웬만한 선진국 수준을 넘어섰다.

다만 다른 선진국들은 이미 배출량 정점(EU 1990년, 미국 2007년, 일본 2013년)을 지나서 줄어드는 국면에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2018년이 정점이어서 산에 오르자마자 허겁지겁 내려가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 있다.

물론 우리나라가 감축 목표를 낮게 잡는다고 하더라도 이를 제재하는 국제적인 ‘의사 결정’이 명시적으로 뒤따르는 건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압박과 불이익이 이어질 것은 분명하다.

당장에 EU와 미국이 도입할 예정인 탄소 국경세만 하더라도 탄소감축에 소극적인 국가의 수출제품에 대해서는 높은 세금을 물리겠다는 취지여서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또한 애플, 월마트 등 세계적 기업들은 잇따라 자신에게 부품이나 상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에게도 넷제로를 요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 추세는 앞으로 점차 확대될 전망이어서 이들과 거래하는 우리나라 기업들도 선택의 여지없이 넷제로 목표 달성에 동참해야 할 형편이다.

2050년 탄소 중립은 피할 수 없는 목표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2030년 40% 감축 목표는 당장 우리나라 경제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고, 그만큼 논란의 여지도 많다. 그림에서 보듯이 2018년부터 2050년까지 매년 같은 양의 탄소를 줄여나가면 2030년에는 2018년 대비 37.5%를 감축하게 된다.

따라서 40% 목표는 앞으로 9년간 2030년 이후보다 더 빠르게 줄여나가겠다는 뜻이니 매우 공격적인 목표임에 틀림없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탈탄소 기술이 개발되고 재생에너지 생산비용도 줄어들 것을 감안하면 초기에 더 빠른 속도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은 비용이 더 많이 들고 경제에 더 주름살이 생길 위험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면에서 탄소감축에 불리한 입장에 있다. 우선 발전 부문에서 44%를 감축해야 하는데, 이를 거의 전적으로 재생에너지에 의존해야 한다. 그런데 유럽과 미주에서는 풍력 및 태양광 발전의 발전 비용이 대체로 석탄보다 저렴하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생산비용은 MWh당 태양광 106달러, 육상풍력 105달러로, 각각 세계 평균 50달러, 44달러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고 석탄 화력발전 62달러와 비교해도 크게 높다.

또한 우리나라 제조업에서는 철강, 화학, 정유 산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이는 대부분의 우리나라 주력 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성격이 다른 변화를 이겨내야 한다는 뜻이다.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전환, 철강 업체들은 수소환원 제철공법 도입 등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이처럼 생산방식과 에너지원의 변화 과정에서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첨단 기술 확보라는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도 탄소감축 기술개발, 넷제로 관련 미래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지만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탄소감축 부담이 집중되는 산업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자금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급격히 증가하는 에너지 비용, 탄소감축 관련 시설투자 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세제 혜택 등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발전 부문에서 원전 역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금은 원전 활용을 금기시하는 분위기지만, 올바른 정책을 실천하는데 이념적 도그마는 걸림돌이다. 탈원전 정책 비용과 편익을 냉정하게, 과학적으로 재검토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번 변화는 지금까지 어떤 변화보다 빠르고 강하게, 그리고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밀어 닥치고 있어 피할 방법이 없다. 미래에는 변화에 성공해서 도약하는 국가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국가로 나뉘는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면서 현명하게 헤쳐 나가는지 여부에 우리 미래가 달려 있다.

조신 연세대 교수

● 조신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프로필

대통령 비서실 미래전략수석, SK브로드밴드 대표,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MD,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역임했다. 파리협정(2015) 체결 시 정책결정에 참여한 인연을 계기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기업 지배구조 관련 연구도 계속하고 있다. 저서로는 <넥스트 자본주의, ESG> 등이 있다.



조신 연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