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자유 누리는 현장마다 방역 일탈 목격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첫 주말인 7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 부근에서 거리공연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김우경·김제완·홍정표 인턴기자]지난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1단계 조치가 본격 시행되면서 일상에 점차 변화가 일고 있다. 식당과 까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이 해제되고 사적 모임이 수도권 10인, 비수도권 12인까지 허용되면서 자영업자들과 기업, 개인들 모두 ‘이제 숨통이 좀 트인다’는 반응이 다수다.

그러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신규 확진자 수는 여전한 숙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5일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2344명으로 3일 연속 2000명대를 기록했다. 이를 반영하듯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방역 긴장감이 느슨해진 현상도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위드 코로나가 불러온 각 현장의 모습을 담아봤다.

위드 코로나 첫날 야구장 “좀더 빨랐어야”vs “아직 일러”

위드 코로나 첫 날인 지난 1일 저녁. 가을야구의 첫 시작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 앞은 경기를 기다리는 각 팀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의 발걸음으로 가득했다. 커플과 가족끼리 삼삼오오 모여 야구장에 설치된 프랜차이즈 음식점 등에서 구매한 음식 등을 들고 경기장에 들어가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포스트시즌 경기 좌석 전체를 취식이 가능한 백신 접종자 구역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관중들은 입장 시 백신접종 완료 증명서나 48시간 이내에 발급된 유전자증폭(PCR)검사 음성확인서를 제출하면 된다. 야구팬들은 미뤄왔던 경기장 내 취식 재개 등의 ‘위드 코로나’로 바뀌는 규정에 반가운 반응이다. 다만, 너무 한꺼번에 해제되는 제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도 엿보인다.

1일부터 4주간 시행되는 위드 코로나 1단계에서는 그동안 실내외 여부 등의 기준에 따라 무관중 또는 관중석의 30%, 50% 착석 등 다양하게 제한해 운영되던 스포츠경기장이 관중석을 50% 개방한다. KBO는 위드 코로나 1단계 세부 추진안 발표에 따라 포스트시즌 전 경기 좌석을 100%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구역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따라서 백신을 맞았다면 입장 비율 제한 없이 좌석 대비 100% 인원이 입장 가능하다.

야구팬 조진태(44)씨는 “야구팬으로써 (위드 코로나가) 좋다. 더 빨리 시작했으면 좋았을 뻔했다”며 “그동안 제한된 관람인원 때문에 티켓을 예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긍정적 반응도 나왔지만 너무 빠르다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 정미선(44)씨는 “취식 재개와 인원 100% 허용은 아직 이르다”며 “야외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모여 있고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너무 한꺼번에 허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라며 우려감을 내비쳤다.

1일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사진=김우경 인턴기자.
서울 시내 대부분의 술집도 영업 제한 해제와 함께 방역도 무장해제 된 듯한 분위기도목격할 수 있었다. 지난 4일 오후 9시께 서울 상봉역 인근 먹자골목에는 주말이 아닌데도 야외 테이블이 즐비하게 늘어서 밤시간까지 불야성을 이뤘다. 삼삼오오 모여앉은 테이블은 거리두기 수칙은 아랑곳 없이 빽빽하게 붙어 있었다.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쓰는 방역수칙도 온데간데 없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대화를 나누거나 여러 명이 밀착한 가운데 흡연이나 음주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오랜만에 동창 모임을 갖고 있다는 직장인 이모(26)씨는 “동창들끼리 위드 코로나가 되면 모이자는 얘기를 계속 해와서 친구들 사이에서 위드 코로나는 방역 해제처럼 느껴지긴 한다”라고 털어놓았다.

백신패스관 운영하는 영화관…관람 수칙 잘 안 지켜져

“영화는 아무래도 여럿이 봐야 재밌잖아요.” 위드 코로나 시행 이틀째인 지난 2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에 있는 CGV강남점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한산하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영화 시작 전에 만난 관람객 장효선(가명, 62)씨는 5개월 만에 지인들과 함께 모처럼 영화관을 찾았다. 장씨는 “이제 가족끼리 붙어서 영화를 볼 수 있고, 친구끼리도 맘껏 올 수 있다. 영화를 여러 명이 함께 볼 수 있어서 좋다”며 기쁨을 표했다.

장씨는 이날 ‘백신패스관’(방역패스관)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CGV와 롯데시네마 등 극장 업계는 지난 1일부터 백신패스관을 도입했다. 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후 14일이 경과한 고객이나 48시간 내 PCR(유전자 증폭) 검사 음성확인서를 발급받은 고객에 한해 입장이 가능한 상영관이다.

백신패스관 내에서는 접종 완료자끼리 붙어 앉을 수 있고, 음료나 팝콘 취식이 가능하다. 팝콘과 콜라를 사들고 입장한 장씨는 “팝콘 먹으러 오는 것도 영화관의 묘미 아닌가. 이제야 영화를 볼 맛이 난다”고 말했다. 방과 후에 극장을 찾은 중·고등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강남 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최현기(16)군은 친구들과 함께 백신패스관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CGV에 따르면 만 18세 이하는 백신 접종 유무에 관계없이 백신패스관에 입장이 가능하다. 최군은 “이제 친구들과 함께 안심하고 영화관람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극장 업계도 위드코로나를 맞아 이용객이 늘어나기를 한껏 기대하고 있다. 황재현 CJ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관객이 73%나 줄면서 극장은 직격탄을 맞았다”며 “이제 일상회복에 맞춰 조금씩 숨통이 트이고 있다. (백신패스관 등을) 많이 홍보하면 관객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다만, 방역과 안전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영화가 끝난 후 상영관 출구에서 만난 관람객 조연주(24)씨는 “백신을 맞았다고 코로나19에 안 걸린다고 볼 수는 없다”라며 “백신패스관에서 관람을 했지만 절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염려를 표했다. 이어 “(상영관) 안에서 팝콘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는 하지만, 오늘 보니 좀체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가 상영되는 2시간여 동안 백신패스관 내에서 식음료 취식과 관계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 않은 관객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조씨는 “오늘은 기대감에 부풀어 영화관에 와봤지만, 앞으로 영화관 내에서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나온다면 자주 방문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상영관은 밀폐된 실내인 만큼 마스크 미착용시 감염 위험이 크다. 그러나 영화 상영 도중 이를 규제하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어두운 상영관 내부를 직원이 수시로 돌아다니면 자칫 관객들의 영화 관람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상영관 내 방역은 고객들의 자발적인 동참에 따라 이뤄질 수밖에 없다. 수시로 (마스크 착용 여부 등을) 확인한다면 관람 에티켓을 준수하는 관객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대신 입장 시에 방역 수칙 준수를 명확하게 당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백신패스관의 운영 확대 여부는 관객들의 숫자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CGV에 따르면 현재 백신패스관은 흥행작 위주로 전체 상영관의 20~30% 안팎으로 운영 중이다. 한 관람객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백신패스관에서 상영하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오지 않을 듯싶다”며 백신패스관 확대 희망의 뜻을 내비쳤다. CGV는 백신패스관 이용 추이를 보고 앞으로 운영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위드코로나 이후 공연예술계… “기대반 걱정반”

지난 2일 저녁 7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예술의전당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코로나19 이전 연말이 가까워오면 관람객이 늘어났지만 공연계는 벌써 2년째 썰렁한 연말을 맞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위드 코로나에 대해 기대감은 있지만 당장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분위기다.

김영랑 예술의전당 홍보협력부 부장은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과 같은 클래식 공연을 주로 하는 공연장은 방역 규제가 일찍 풀린 편이었다. 아마 대중 음악 공연 같은 경우 함성을 지르거나 하는 행위로 인해 비말이 새어나갈 가능성이 있는데, 클래식 공연은 조용히 앉아서 관람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런듯하다”고 답했다.

공연장 역시 다중 이용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10월까지는 10시의 영업 제한 시간이 존재했지만 11월 1일자로 시간 제한이 사라졌다. 이에 대해 김 부장은 “그동안 보통 직장인들이 공연장에 도착하려면 넉넉히 7, 8시는 돼야 하는데 공연들이 전부 2~3시간 안에 끝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직장인들을 배려해 공연 일정을 짜기 힘들었다.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직장인들이 좀더 편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전했다.

한편, 서울 상수동에 위치한 소규모 대중 음악 공연장 롤링홀 관계자 정연식씨(32)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주로 스탠딩 공연을 해 왔던 이 공연장의 수용 가능 인원은 최대 450명 정도였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좌석 공연만 가능해져 좌석 간 띄어 앉기로 99명까지만 허용됐으며 최근 일행간 띄어 앉기로 174명까지 수용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앞으로의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정씨는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규제는 완화됐지만, 상황이 긍정적으로 변할지는 회의적”이라며 “공연을 진행할 수는 있지만 거기서 오는 책임은 우리가 전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집단 감염같은 사고가 터지기라도 하면 여론도 부정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내체육업계, ‘방역 패스’에 정부 상대 34억원 손배소 제기

실내체육시설 업계에서도 방역 수칙이 오히려 강화된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위드 코로나 1단계에 따라 유흥o체육시설 등에는 백신 접종 증명서나 2일 이내 발급 받은 코로나 PCR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만 출입이 허용되는 ‘방역패스’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헬스장 트레이너로 일하는 강상우(가명)씨는 “당장 방역패스로 인해 회원권 연장이나 환불을 요구하는 분들이 많아 머리가 아프다”라며 “반대로 위드코로나 1단계 지침에 따라 헬스장 러닝머신 6km 속도 제한이 없어지고 샤워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됐지만 회원들이 이를 큰 변화로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인식을 반영하듯 실제로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 단체는 방역 패스 적용에 반발해 시위에 나섰다. 지난 4일 대한실내체육시설 총연합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상대로 34억 원 상당의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 손실 보상’ 집단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소송에는 480개 업체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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