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 칼럼

미국에 있는 엑손모빌 정유시설. Engine No.1은 엑손의 최고경영자(CEO)에게 석유 가격 하락 시 큰 손실을 보게 될 석유 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라고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ngine No.1. 이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세계에서 유명해진 미국의 헤지펀드(hedge fund) 이름이다. 헤지펀드는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신용 투자 또는 독특하고 복잡한 자산에 투자하는 등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등의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다.

주로 거액의 개인투자자들을 고객으로 가지고 있고 높은 수수료를 부과한다. 헤지 펀드 중에는 주식을 매입한 후 기업의 지배구조와 운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주가를 올리는 전략을 쓰는 행동주의 펀드가 많다.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고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에 관여하는 등 한국에 잘 알려져 있는 미국의 엘리엇(Elliot Management)도 행동주의 헤지 펀드다.

Engine No.1은 크리스토퍼 제임스(Christopher James)가 지난해 설립한 미국 헤지펀드다. 그의 삶의 행적과 가치관은 오늘날 ESG 투자자들 이해와 대응에 골몰하고 있는 우리나라 투자회사와 기업들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지난 6월 12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의 삶과 비즈니스에 대한 기사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헤지 펀드를 설립하기 전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의 경력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돈을 버는 데 탁월한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월스트리트를 전전하던 그는 1990년대 닷컴 붐을 이용해 많을 돈을 벌었다. 그 후 닷컴 버블이 꺼지고 나자 일리노이 석탄회사를 경영하면서 석유·가스 저장시설을 건설했다.

흥미롭게도 그가 현실에서는 환경 및 사회적 가치에 반하거나 또는 전혀 무관한 비즈니스와 투자의사결정을 해서 돈을 벌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환경보호주의자라고 믿고 있었다. 실제로 국립어류·야생동물재단(National Fish and Wildlife Foundation)의 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2019년 어느 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의 아들이 에너지회사를 경영하면서 어떻게 자신이 환경주의자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당황했다고 그는 회상한다. 아들에게 무엇인가 보여주고 싶어서였을까? 그는 2년 후 절묘한 개인적 대안을 찾아냈다. 개인이 믿는 가치와 경제적 성공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은 것이다. 그것은 환경 행동주의 투자자였다.

그는 2억 5000만 달러를 출자해 Engine No.1이란 헤지 펀드를 만들고 그 첫 번째 타깃으로 엑손모빌(Exxon Mobile)을 선정했다. 엑손은 지난해 220억 달러 손실을 내어서 투자자의 우려를 사고 있었다. 엑손 주식의 2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세 글로벌 펀드, 즉 블랙록(BlackRock), 뱅가드(Banguard Group),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 Global Advisors)도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주목한 Engine No.1은 엑손의 최고경영자(CEO)에게 석유 가격 하락 시 큰 손실을 보게 될 석유 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라고 요구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엑손의 환경 영향을 줄이면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Engine No.1이 36달러에 매입한 엑손의 주가는 6개월도 안 돼 62달러까지 치솟았다. 물론 그동안의 유가상승이 큰 원인이기도 했다.

Engine No.1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는 엑손 이사 중 세 명을 자신이 원하는 사람으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그가 주목한 것은 엑손 이사회에 에너지 산업 전문가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었다. 제임스는 블랙록을 비롯한 대주주 기관투자자는 물론이고 연금펀드인 캘퍼스(California Public Employees’ Retirement System)까지 설득해 에너지 전문가를 이사로 지명하는데 동의하도록 만들었다.

그 과정은 제임스의 치밀함과 집요함을 보여준다. 적절한 이사 후보를 찾기 위한 헤드헌팅 회사를 선정하고 60명 이상의 후보를 인터뷰했으며 진정한 전문가를 선임하기 위해 자신이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을 철저히 배제했다. 환경주의를 얘기하는 사람은 배제하고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선임했다.

Engine No.1은 ESG 투자 성공의 한 유형을 보여준다. 이 사례를 보면서 필자는 이런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Engine No.1의 엔진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현실적인 투자 이익일까 아니면 환경보호의 높은 목적일까? 그는 이 사례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철저하게 주주가치 제고를 추구했다.

물론 자신의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할 의사결정을 이끌어냈고 주로 방어적 투자(passive investment)에 의존하는 블랙록 같은 지수펀드(index fund) 회사뿐 아니라 헤지 펀드들의 행동주의 투자에 잘 동참하지 않는 연금펀드인 캘퍼스까지 움직이는 재능을 보였다.

개인적으로 환경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믿지만 실제 행동은 이익추구 동기에 충실한 그가 환경보호를 위한 숭고한 목적으로 이런 행동을 했을 것이라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는 환경 보전이란 명분에 충실함으로써 큰 경제적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를 움직이는 엔진의 연료는 여전히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경제적 이익이다.

얼마 전 블랙록이 2대 기관투자자로 있는 다농(Danone)사의 CEO 엠마뉴엘 파베르(Emmanuel Faber)를 실적 부진을 이유로 강제로 해임시킨 사례가 있다. 이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ESG의 본질은 투자자의 수익률 극대화이지 환경보호나 사회적 가치를 지키려는 고상한 명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명분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명분만을 주장하다가 경제적 성장을 해치는 CEO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영자일 것이다. 왜냐하면 지속가능성에 관한 모든 논의의 시작이자 전제는 경제적 지속가능성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다른 가치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ESG 투자는 환경과 사회에 관한 논의가 아니다. ESG 투자는 경제적 성장과 투자수익률을 목표함수로 두고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 솔루션을 추구한다. 당연히 경제적 의사결정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왜 ESG 투자자들이 추구하는 평가 영역(환경·사회·지배구조)에는 경제(Economy)가 없을까?

그것은 투자자들이 투자 메커니즘에는 경제, 즉 투자수익률 그 자체가 목표함수이며 E, S, G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G(지배구조와 원칙)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상식이며 많은 학자들이 이미 많은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사회의 구조와 특성, 소유구조, 그리고 이사회가 결정하는 투명성 등에 관한 기업의 원칙과 정책이 주주가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환경과 사회적 성과는 어떠한가? 그것이 기업에게 추가적인 부담이든, 위험 또는 기회 요인이든 이미 투자자들은 환경 및 사회 이슈와 그에 대한 기업의 전략적 대응이 이익과 성장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ESG를 부르짖고 있다.

제임스는 아들에게 체면을 세우면서 거액의 투자이익을 누리는 해피 엔딩을 맞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 사회와 인류가 해피 엔딩으로 끝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 Engine No.1이 큰 희망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우리에게는 두 가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첫째, ESG 투자자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지속가능경영의 궁극적 목표라고 할 수 있겠는가? 둘째, 이해관계자의 개인적 동기와 기업의 이익 동기가 합치(align)되는 지점에서 전략적 사회책임경영(CSR)이나 지속가능경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우리 사회는 지속가능해지는 것일까?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지속가능경영연구소 ESG 센터장)

●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 프로필

현재 인하대 지속가능경영연구소의 ESG 센터장. 국내 최초로 대학원 지속가능경영·녹색금융 전공을 개설해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속가능경영 관련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한국환경경영학회 창립인으로서 회장을 역임했고, 국민연금기금 사회책임전문위원과 인천시 녹색성장위원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대표 저서로는 <책임지고 돈 버는 기업들> 등이 있다.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