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 서연이화, 유라 등 국내 3사는 100대 글로벌 차 부품기업 신규 진입

현대모비스가 ‘2021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전시하는 공유형 모빌리티 콘셉트카 엠비전X.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는 보급형 모델 판매를 확대하며 글로벌 판매 1위를 수성 중이고 중국 기업을 제외하면 폭스바겐·스텔란티스가 전기차 판매량에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다양한 신모델 출시에 힘입어 글로벌 완성차기업 중 전기차 판매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반도체·배터리의 수급 문제와 리콜 리스크 등이 원만하게 해결되면 앞으로 더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글로벌 자동차 전장부품 기업들의 성장세는 미래차에 새로운 날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이들 기업들의 미래 전장부품 사업 규모 확대에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K-배터리·전장부품 사업, 미래차 시장 좌우

반도체 수급 문제 등의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세계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잘 나가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별로 중국(176만 대), 미국(27만 대), 독일(24만 대) 순으로 판매되며 전기차 300만 대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 내 국가들 중 노르웨이(52.5%), 독일(10.9%) 등이 높은 판매 비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순항 중인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기업 3사는 공격적인 투자와 거래선 확대로 글로벌 선두권을 유지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문제로 제너럴모터스(GM)와 리콜 합의를 한 이후 공급 재개는 물론 공격적인 신규 투자로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현대차와의 파트너십으로 글로벌 신흥 강자로 급부상했고 최근 포드와 함께 배터리 공장을 신설해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SDI는 판매량 성장률은 높지 않은 상황이지만 아우디, BMW, 볼보, 롤스로이스 등 유럽 프리미엄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며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전년보다 28% 늘어난 4조 274억 원이다. 삼성과 SK의 배터리 사업을 합친 것보다 규모가 크다.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을 포함하는 ‘에너지 및 기타’ 사업 매출액은 2조 7409억 원이다. SK이노베이션에서 자회사로 분리한 SK온의 경우 중국 신규 공장 가동 효과로 매출액이 전년보다 68%나 증가한 8168억 원을 기록했다.

배터리 외에 글로벌 미래차 전장부품 사업 규모도 점차 확대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미래차 전장부품 사업 규모는 2015년 2390억 달러에서 지난해 3033억 달러로 상승했다. 2024년에는 4000억 달러 이상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돼 배터리와 함께 미래차 시장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으로 기대치가 높은 상황이다.

양재완 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배터리기업들은 거래선 확대와 더불어 장기적인 신뢰성을 담보하는 기술력과 문제 발생 시 대응력이 성장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부품기업의 경우 내연기관 부품 생태계에 포함된 많은 중소·중견 부품기업이 전기차 관련 분야로 사업을 확대·전환해야 한국 자동차의 높은 가격·품질 경쟁력이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차 전환기’ 임박…LG전자도 M&A 통해 신규 진입

국내 글로벌 자동차 부품기업들도 미래차 전환기를 앞두고 이미 충분한 대응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시장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미래차 전장 부품기업인 SL, 서연이화, 유라 등 3개 기업이 전장부품 사업을 확대하며 글로벌 100대 자동차 부품기업에 신규 진입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전장부품 기업인 현대모비스는 고부가가치 핵심부품을 기반으로 전동화 시장에서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2025년까지 1만 2000여 건의 글로벌 지식재산권 확보를 추진할 방침이다. 현대모비스는 엠비전X, e-코너 모듈, 자율주행용 신개념 에어백 등 다양한 미래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엠비전X는 4인승 도심 공유형 모빌리티 콘셉트로 외관은 물론 독특한 실내 공간과 차별화된 기술 적용으로 새로운 차원의 이동 경험을 승객에게 제공한다. 엠비전X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차량 내 한 가운데 설치된 ‘버티컬 칵핏’(Vertical Cockpit)과 ‘360도 스크린’으로 변하는 유리창이다.

버티컬 칵핏은 사각 기둥 형태로 각 면에 28인치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있다. 승객들의 제스처를 인식해 내비게이션 실행, 음악 재생, 음량 조절 등이 가능하다. 차량 내 360도 유리창을 공연 감상용 스크린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자율주행 모드에서 엠비전X는 이동형 공연장이 되는 셈이다.

현대모비스 외에도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현대오토에버(IT서비스), 현대엠앤소프트(내비게이션·정밀지도), 현대오트론(차량 소프트웨어) 등 3개 계열사를 통합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판매 확대에 그치지 않고 전기차 부품 확보와 안정적인 공급망까지 시장 장악력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양재완 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존 전장부품 기업 외에 LG전자도 지난 7월 마그나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9월에는 이스라엘 자동차 사이버 보안업체 사이벨럼을 인수하는 등 미래차 전장부품 사업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면서 “다만 한국·중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는 100대 부품기업 수 및 총 매출액에서 정체되거나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연구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성장 모멘텀 확보를 위해 완성차기업과 부품기업들이 대거 미래차 전장부품 사업으로 확대·전환 중이다. 현재 100대 부품기업 중 미래차 전장부품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수가 2018년 46개, 2019년 47개, 지난해 48개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