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상위 10%가 보유한 주택 가격은 평균 13억 900만 원인데 반해 하위 10%는 평균 2800만 원에 불과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9세기 미국에 헨리 조지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미국 각지를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캘리포니아에 발길이 닿았는데, 당시 그곳에는 금광 붐이 일었고, 사방에서 몰려드는 사람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철도가 건설되고 있었다.

황금이 널려 있는 곳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본 것은 빈곤에 찌든 사람들이었다. 철도를 따라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땅값이 치솟았고, 그 상승폭은 임금의 그것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 모습에 그는 심각한 회의를 품는다. 땅은 자연이 주는 선물로서 공공의 자산인데 어째서 그것을 개인이 소유하면서 그처럼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는다는 말인가.

그는 이 생각을 발전시켜 ‘진보와 빈곤’ 이라는 책을 썼는데 요점을 말하면 토지에 단일세를 매겨 토지 독점으로부터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모두 회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토지 투기를 차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토지의 효율적인 사용을 촉진하게 된다. 그러나 토지를 이용한 건축물이나 산업시설은 노력의 산물이므로 징벌적 세금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공정한 시장경제를 이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의 사상은 흔히 토지공개념으로 불리는데, 토지가 사유재산으로서 마음대로 거래되는 우리나라 헌법도 부분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헌법 제122조는 ‘국가는 토지소유권에 대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89년 노태우 정부 시절, 토지공개념을 반영한 법률이 제정된 적이 있었다. 흔히 ‘토지공개념 3법’으로 불리는 ‘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이들 법은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로 개발 열풍이 불면서 땅값이 폭등하자 이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은 가구당 200평 이상의 택지를 취득하려는 사람은 관청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토지초과이득세법은 유휴토지 땅값이 올라 땅 주인이 과도한 이익을 얻는 경우, 이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를 말한다.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토지를 개발해 지가가 상승할 경우, 그 이익 일부를 정부가 회수하는 제도다. 그러나 위헌 또는 경제난 해소라는 명분을 들어 1998년 폐지되는 운명을 맞았다.

오직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만이 살아남았는데 각종 감면·면제 특례조항, 낮은 징수율, 부족한 환수장치 등으로 그 효과가 반감돼 있다. 1990년 이 법이 도입된 이후 징수한 개발부담금은 연평균 1774억 원에 불과하고 징수율도 70%대에 그치고 있다. 그 폐단이 오늘날 대장동 사태로 터진 것이다. 불과 몇 사람이 소유한 시행사 화천대유가 4040억 원의 개발이익을 챙기면서 부동산에 짓눌린 국민들 가슴에 불을 질렀다.

2014년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사라’ 정책으로 불이 붙은 부동산 투기 붐은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헛발질이라는 바람을 만나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장장 7년간에 걸쳐 타오른 불길은 일부의 막대한 불로소득, 상당수의 벼락거지, 그리고 대다수의 상실감이라는 비극적 결과를 남겨 놓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상위 10%가 보유한 주택 가격은 평균 13억 900만 원인데 반해 하위 10%는 평균 2800만 원에 불과했다. 양자 사이 격차는 47배로 201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다. 이것은 공시가격 기준이므로 실거래가로 계산하면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더구나 상위 10%가 보유한 주택 수는 평균 2.43가구였다. 다주택자 수는 232만 명에 이르렀고 반면 무주택 가구는 919만이나 됐다. 부동산 광풍으로 인한 사회적 격차는 감을 잡기 어려운 정도로 벌어진 것이다. 더구나 다주택자가 취득한 주택은 자녀에게 증여됨으로써 부의 내림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부동산을 취득할 만한 자산이 없는 청년층에게 준 타격은 특히 컸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가슴 한편에 분노를 삭이고 있는 이들은 가상화폐와 주식투자로 상실을 만회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원하는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더구나 이처럼 모두가 불로소득 추구에 매진한다면 과연 누가 땀 흘려 돈을 벌려고 할 것인가. 우스개 얘기로 소는 누가 키우고 농사는 누가 지을 것인가.

이번 대선 국면에 토지공개념이 다시 소환된 것은 당연하면서도 바람직하다. 만시지탄이지만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소를 키울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사라지거나 유명무실화된 토지공개념 3법을 되살린다는 전제 하에서 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의 관점에서 토지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투기의 근본은 건물보다는 그것이 서 있는 토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물과 토지 모두에 부과되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거나 줄이고 대신 토지분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는 세금을 줄이고, 1가구 2주택자에 대해서는 중과세를 하며, 그 이상의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장기간의 임대주택자 등록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에는 징벌적 과세를 하는 것이다.

토지초과이득세법도 부활시켜야 할 것이다. 용도변경과 시세차익을 노리고 유휴지를 보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토지소유 편중이 심하고 불필요한 토지 소유를 바탕으로 투기가 일어나고 있다.

현재 상위 10%가 개인 소유 토지의 77%, 법인 소유 토지의 92%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불필요한 토지를 내놓을 수 있도록 과세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농지에 대한 투기도 심각한데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대폭 강화돼야 할 것이다. 토지 용도변경을 통해 막대한 개발이익이 발생하나 이를 환수할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공택지의 경우에는 공공개발만 허용하도록 하고, 민관합동사업의 경우에는 초과개발이익을 대폭 환수하되 민간이 가져갈 수 있는 이익 비율에 상한선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제도 자체에 대한 맹점도 시정할 필요가 있다. 사업 인가 이전 시점에 오른 땅값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개발부담금 기준 시점을 바꾸고 환수율과 기부채납을 상향조정하며, 개발비용을 산정할 전문기관을 설치해야 할 것이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합쳐진 말이다. 부동산 투기로 일어난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부동산에 대한 올바른 정책을 수립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투기 유혹에서 벗어나 자기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정인호 객원기자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