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결합된 ‘달리는 컴퓨터’ 기술에 미래차 주도권 다툼

지난달 2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1 서울모빌리티쇼’에는 다양한 미래기술이 탑재된 차들이 전시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자동차는 그 자체로 현대 문명의 산물이다. 자동차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외관만 해도 디자인을 비롯한 유체역학과 소재기술이 총집합돼 있다. 차량 내부를 관장하는 기계공학 등은 특별히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첨단을 달리고 있다. 이러한 자동차에 최근 들어 인터넷 등이 결합되면서 운전자가 각종 정보를 공유하고 활용하는 ‘커넥티드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달리는 컴퓨터’라 불리는 이 커넥티드카는 자동차와 무선인터넷을 연결해 실시간 차량 관리는 물론 엔터테인먼트와 사물인터넷을 구현한다. 전기차, 자율주행차와 연계해 미래차를 완성하는 핵심 인프라 기술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완성차기업은 물론 애플과 LG전자 등 IT를 대표하는 기업들도 이 시장에 진입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 자율주행차 곧 출시 소문에 술렁이는 시장

전기차를 선도해온 테슬라는 물론 기존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미래차 두뇌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IT 업계와 협업을 하는 동시에 자체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도요타, 포르쉐 등은 자체 OS 플랫폼 개발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츠에 따르면 자동차 OS 시장은 2019년 45억달러(약 5조1000억원)에서 2026년 120억달러(약 13조6000억원)로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통의 완성차기업들조차 소프트웨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두뇌 기능을 하는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이유기도 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애플이 자율주행차 출시를 앞당겨 진행한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반면 애플카와 협력 가능성이 높은 LG 계열사 및 협력사들은 힘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LG전자는 지난 7월 마그나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9월에는 이스라엘 자동차 사이버 보안업체 사이벨럼을 인수하는 등 미래차 전장부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애플카의 경우 상세한 스펙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커넥티드카의 전형적인 형태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 출시를 통해 클라우드와 음악 플랫폼, 결제 등의 IT 생태계를 구축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 기업의 지향점이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장에 진입해서도 유사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카의 소문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 특히 자율주행 기술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상황에서 애플 특유의 인포테인먼트 서비스가 적용되는 차량은 실제로 완성형 커넥티드카의 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애플 입장에서 자동차의 차체는 주변기기 수준의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존 완성차기업들 입장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전자의 경우에는 미국 무선통신 기업 퀄컴과 협력해 ‘5세대 이동통신 커넥티드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무선통신 기술이 적용된 ‘텔레메틱스 컨트롤 유닛’(TCU)을 활용해 자동차와 인근 기지국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일단 LG전자는 완성차기업에 5G 커넥티드카 플랫폼을 공급하는 형식으로 미래차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내년 전 차량에 커넥티드카 운영체제 도입

완성차기업들은 커넥티드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여전히 구글이나 애플, LG전자 등 IT 기업들과의 협업에 주력하고 있다. 완성차기업들에게는 이들이 협업 파트너인 동시에 경쟁사일 수밖에 없는 새로운 생태계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완성차 기업들은 IT 업계와의 협업과 자체 개발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승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OS 및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소프트웨어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표준화한 기업이 미래차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차 및 자율주행 시스템은 스마트폰처럼 소수의 플랫폼으로 정리될 것이고, 이는 표준을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표준 전략이 있어야만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은 IT 계열사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을 통합해 OS 자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통합 법인은 미래차의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은 물론, 특히 정보통신 기술과 자동차를 연결시켜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커넥티드카 확대에 따른 위탁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미 지난해 11월에는 인공지능(AI) 컴퓨팅 기술 선도기업인 미국 엔비디아와 손잡고 내년까지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브랜드 전 차량에 AI를 기반으로 한 커넥티드카 운영체제(ccOS)를 도입키로 했다. ccOS는 전화와 내비게이션은 물론 뉴스나 날씨, 교통정보 등 자율주행 시대를 겨냥한 고급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현대차그룹의 3개사 합병을 통해 차량 소프트웨어 전문 회사로 거듭난 현대오토에버는 차량용 클라우드를 규모와 기능 면에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이미 지난 7월 중기 사업 전략 발표에서 “플랫폼과 클라우드 등 공용화 기반 사업을 통해 차량 소프트웨어를 구독형 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커넥티드카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 이러한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의 클라우드 전략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라며 “게다가 이제 전기·수소 모빌리티로 중심이 옮겨가면서 차량과 클라우드의 통신이 운행과 유지보수 등에 끼치는 영향은 더욱 광범위해졌다”고 설명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