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SK하이닉스, 연공서열 깬 파격인사 ‘눈길

최수연 네이버 CEO 내정자(오른쪽)와 김남선 네이버 CFO 내정자 (사진=네이버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IT 대기업들이 연공서열을 타파한 파격 인사에 나섰다. 네이버·카카오와 SK하이닉스가 40대 인사를 수장으로 내세우면서 재계 분위기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연공서열과 나이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과감히 등용하는 혁신경영의 일환인 셈이다. 또한 한정된 내수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생존 전략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고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미래지향적 기업문화로 변신하기 위한 IT 대기업들의 선택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독과점 지위 남용 논란의 네이버…젊고 새로운 리더로 변화 예고

지난달 17일 네이버는 이사회를 열고 글로벌 사업 지원 책임자인 최수연 책임리더를 최고경영자(CEO)에, 김남선 책임리더를 차기 최고재무책임자(CFO)에 각각 내정했다. 내년 3월에 취임하는 두 내정자는 40대 초반이자 서울대 공대와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네이버에서 머문 경력이 짧은 외부 인재라는 점도 닮은꼴이다.

1981년생인 최 내정자는 지난 2005년 NHN에 입사해 4년간 활동하다가 로스쿨 진학 후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법조인으로 변신했다. 2019년 네이버에 재합류한 이후로는 글로벌 사업 지원을 총괄했다. 1978년생인 김 내정자는 미국 로펌과 글로벌 투자회사에서 활동해온 인사로 지난해 8월 네이버에 합류해 왓패드 인수, 이마트·신세계와 지분 교환 등 인수·합병(M&A)을 주도했다.

두 사람의 인선은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에 방점이 찍혔다. 네이버 이사회는 “글로벌 경영 체계를 탄탄히 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킬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드러난 조직 내 부조리를 젊은 피로 혁신하자는 의미도 담겨있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지난 6월 전 임직원에 보낸 메일에서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서 회사를 이끄는 전면 쇄신을 하는 길이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성숙 대표가 이끈 지난 4년 동안 네이버는 포털 검색사업 외에 테크핀, 커머스, 네이버웹툰을 비롯한 콘텐츠 사업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최근 들어 네이버에 덧씌워진 ‘독과점 기업’ 굴레를 벗어나는 게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는 네이버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한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기술 기반 메타버스(가상현실) 생태계 ‘아크버스’(ARCVERSE)를 비롯한 데이터·디바이스·솔루션·시스템 등 글로벌 사업을 새로운 전략으로 내세웠다. 두 내정자는 앞으로 글로벌 경영을 본격화하고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네이버 트랜지션’(NAVER Transition) TF를 조직하는 등 조직 개편에 착수할 계획이다.

카카오, 블록체인 등 신사업으로 골목상권 침해 오명 탈출

류영준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 (사진=카카오 제공)
카카오는 블록체인 전문가를 잇달아 그룹 사령탑에 앉혔다. 카카오는 지난달 25일 이사회에서 여민수 카카오 대표의 파트너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공동대표로 내정하고 ‘투톱’ 체제를 본격화했다. 1977년생인 류 대표는 2011년 카카오에 개발자로?입사, 2017년부터 카카오페이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카카오는 미용실·네일숍·대리운전 서비스까지 중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었다. 이에 책임감을 느끼고 회사를 떠난 여민수 공동대표의 빈자리를 류 대표가 채우면서 그가 신사업을 창출하고 실추된 그룹 이미지 전환에 성공할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에서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연구용역을 성사시키고 블록체인 기반 인증서비스를 적용하는 등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금융업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달에는 카카오페이의 기업공개(IPO)를 추진, 공모가 9만 원으로 시작해 월말 주가 21만 원을 넘기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다.

한편 카카오는 또 다른 블록체인 전문가인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각자대표를 이달부터 카카오의 미래전략추진실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 선임했다. 남궁 대표는 한게임 창립 멤버로 지난 2015년 카카오에 합류했다. 카카오게임즈에선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성사시키고 메타버스와 대체불가토큰(NFT) 개발을 추진했다. 현재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프렌즈게임즈에서 NFT 거래소를 개발 중이다.

그가 합류한 미래이니셔티브센터는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기술을 융합한 ‘제2의 카카오톡’을 발굴을 추진 중이다. 남궁 대표는 센터장을 겸하고 있는 김범수 의장과 함께 카카오와 전 계열사의 글로벌 시장 공략과 미래먹거리 발굴을 총괄하게 된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을 발굴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카카오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젊은 피 대폭 수혈한 SK하이닉스, ‘40대 사장, 30대 부사장’ 체제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지난달 미국의 요구로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공급망 자료를 제공한 SK하이닉스는 지난 2일 기술력 증강 노선을 대폭 강화한 2022년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미주 조직과 안전개발제조총괄, 사업총괄을 신설하면서 5사장단 체제에 돌입한 게 특징이다. 이석희 대표이사 사장은 신설되는 ‘미주사업’ 조직의 장을 겸직해 직접 챙긴다. 이른바 ‘인사이드 아메리카(Inside America)’ 전략으로, 산하에 ‘미주연구개발(R&D)’ 조직을 함께 운영하면서 세계 유수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낸드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SK하이닉스 사장에는 1974년생인 노종원 부사장을 발탁했다. 노 신임 사장은 서울대에서 기술정책 석사를 받고 2003년 SK텔레콤에 입사했다. 2016년 임원에 올랐으며 5년 만에 40대 사장으로 자리매김했다. SK그룹에서 40대 사장이 나온 것은 작년 말 1974년생인 추형욱 SK E&S 사장 이후 1년 만이다.

SK그룹은 상무·전무·부사장을 ‘부사장’으로 통일하며 직급체계를 간소화한 인사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생산직 출신 손수용 담당,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신승아 담당을 SK하이닉스 신규 임원으로 승진 임명했다. 1982년생 이재서 담당 등을 SK하이닉스의 신규 임원으로 선임하며 인사 혁신에 나섰다.

이재형 기자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