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현모골퍼와 연애골퍼


봄냄새를 느끼기엔 아직 이른 아침이다. 그래도 새벽에 골프장에 나가면 조금씩 풀 냄새가 느껴진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어느덧 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봄이 되면 골퍼들은 가슴이 설렌다. 푸른 그린과 넓은 페어웨이가 눈앞에 어른거리다. 그러면서 싱글 골퍼가 되기 위해 나름대로 한해의 목표를 세운다. 비록 달성이 될지 안될지는 모르지만….

골프는 내 노력과 내 의지만으로 될 수 없는 운동이다. 그런데 골프 만큼 내 노력과 내 의지에 따라서 안 되는게 또 하나 있다. 바로 사랑이다.

골프와 사랑은 여러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다가서면 멀어지고, 포기하려고 하면 다가온다. 기대를 한 만큼 실망과 좌절이 따라오지만, 언제 다시 접해도 지난 과거(?)를 까마득하게 잊고 새롭고 마음이 설렌다는 공통점이 있다.

골프계에는 "골프를 잘 치면 연애도 잘 한다"는 말이 있다. 골프에 관해서는 조금이라도 피해가 가는 것을 용납못하는 S프로가 있다. S프로는 연애를 못하는 건지.안 하는 것인지 꽉 찬 나이에도 불구하고 혼자다. 골프에 집중하는데 지장이 있을까봐 연애를 안 하는 것이다. 사실 연애를 하면 정신 집중이 간혹 흐트러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퍼팅 때문에 우승을 놓쳤다고 툴툴대는 P모 여자프로, P프로는 퍼팅할때 좋아하는 사람 얼굴이 공으로 보일까봐 자기감정을 꼭꼭 묶는다고 한다. 이런 유형의 골퍼를 프로들 사이에선 '현모(양처) 골퍼'라고 한다. 언제나 이런 유형의 골퍼는 사랑이 골프에 조금이라도 해를 미칠까봐 노심초사 한다.

반대로 연애를 해야지 골프도 잘 된다는 '연애 골퍼'형이 있다. 이런 연애형들은 아침 라운딩 때 눈만 보면 그 전날 상황을 알 수 있다. 잠을 안자고 얼마나 전화로 수다를 떨었는지 눈이 벌겋게 충혈돼 있다. 그런 낌새가 느껴지면 동료들은 "밤새다가 겨우 1시간 붙이고 나왔구나"하고 놀린다.

아리따운 외모를 가진 K모프로는 대회전 연습 라운딩 때부터 중간중간에 열심히 휴대폰으로홀 결과를 보고 한다.

보통 '현모골퍼'와 '연애골퍼'는 연습 라운딩을 잘 안 한다. 한쪽은 '너무 진진해 답답하다'고 불평하고 또 다른 한쪽은 '집중이 안 된다'고 투덜댄다. 연습 라운딩의 조만 봐도 어떤 유형인지 선수들은 쉽게 파악한다.

그렇다면 아마추어 골퍼들은 '현모 골퍼'와 '연애 골퍼' 중 어떤 쪽을 택하는 것이 더 나을까?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통계(?)를 감안할때 '연애 골퍼'를 추천하고 싶다. 프로들의 경우를 보면 대체로 연얘를 안 하는 프로보다는 연애를 하는 프로가 훨씬 잘 친다. 유명한 영화배우가 사랑의 아픔 뒤에 완숙한 연기가 나오듯 말이다.

물론 연애를 안 하는 프로들은 성적의 기복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연애를 하는 프로들은 플레이를 할때 무척 과감하다. 그래서 성적이 나올때 언제나 언더파를 기록하는 선수들은 연애를 했던 선수들 이 많다.

골프든 연애든 도망갈까봐, 혹은 더 안될까봐 노심초사 하는 것 보다는 마음을 비우고 과감하게 할때 행운이 오게 마련이다.

또한 골프를 10년, 20년간 장기적으로 치려 한다면 정신적으로도 연애를 하는 편이 더 낫다. 스포츠에서 10번 2등하는 것보다 매번 꼴찌를 하더라도 한 번 우승하는게 더 현실적이다. 그것이 바로 연애 골퍼와 현모 골퍼의 차이다.

인생이 그렇듯 제아무리 뛰어난 프로라도 매번 공을 똑바로 보낼 수 만은 없다. 가끔 슬라이드도 나고, 훅도 나는 것이 인생이고 골프다. 그래도 결국에 파로만 할 아웃 하면 결과는 같아진다. 골프든 인생이든 어무 얽매이지 말자. 골프든 사랑이든 과감하면 원하는 것을 얻게 될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박나미


입력시간 : 2003-09-30 14:49


박나미 nami86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