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여름 골프가 좋은 까닭


유난히도 지루했던 장마가 지나가고 본격적인 여름철이 됐다. 덥다는 것을 빼고 한국적 여건에서 여름철은 골프 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우리나라는 4계절을 가진 혜택 받은 나라다. 하지만 골퍼들에게 있어서 4계절은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다. 겨울 시즌에는 잔디가 죽어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기 힘들다. 프로나 싱글 골퍼 중 상당수가 부상 우려 때문에 국내에서는 겨울 골프를 아예 삼가 한다.

기술적으로 국내에서 골프를 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여름철이다. 바로 지금이다. 요즘 같이 장마가 끝난 후 골프장을 가 보면 잔디 상태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잔디가 수분을 흠뻑 먹고 마치 스폰지 쿠션처럼 자라나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같이 잔디에 힘이 있으면 볼을 치기가 매우 쉽다. 사실상 잔디가 티처럼 볼을 받치고 서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클럽을 땅 밑으로 의도적으로 찍어 치지 않고 지나가게만 해도 자연스럽게 공이 많이 뜬다. 누구나 티를 꼽고 치면 스윙이 편해지고, 볼이 잘 뜨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의 잔디 상태는 그런 형태를 띄고 있다.

여기에 그린 잔디도 촘촘하게 자라나 있어 쇼트 아이언으로 볼을 세우는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다. 또 그린이 튀지 않기 때문에 핀을 우회하지 않고 직접 겨냥해 샷을 날릴 수 있는 때도 지금 밖에 없다.

드라이버 샷도 인공 티 박스가 아니라 천연 잔디에서 하기 때문에 하체가 흔들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 천연 잔디에서 치는 것은 심리적으로도 인공 티박스와는 천양지차다. 물론 여름에는 런이 적어 티샷 거리가 겨울에 비해서 다소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요즘처럼 잔디가 힘차게 뻗어 있는 때는 그린에서 라이를 많이 먹는다. 물론 잔디를 얼마나 깎았느냐, 롤링을 했느냐에 따라 약간씩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다른 때보다는 라이를 많이 봐야 한다. 또 러프에 들어갔을 때 볼을 탈출 시키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여름에는 잔디가 두텁고 힘이 있어 러프에 빠지면 빠져 나오기가 힘들다. 이 때는 그립을 평소보다 강하게 쥐고 스윙 템포는 천천히 하되 볼을 바로 가격하는 정확한 샷을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아마 골퍼들은 아이언 보다는 우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페어웨이의 잔디가 나쁜 경우에는 우드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요즘 같이 잔디 상태가 좋은 때는 우드 보다는 롱 아이언 샷을 과감히 해 보는 것도 골프를 다양하게 즐기는 방법 중의 하나다. 잔디 상태가 좋으면 뒷땅이 나도 팔목을 다칠 염려가 없으며, 설령 조금 실수를 하더라도 볼이 어느 정도 앞으로 나간다.

한여름 골프는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장갑을 두세 켤레 준비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손에 땀이 나면 그립을 놓칠 수 있어 전반을 지나면 새 장갑으로 바꿔 끼는 게 좋다. 발에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을 가진 골퍼는 양말도 라운드 중 갈아 신는 게 좋다. 또 무더위로 탈진하지 않게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흔히 골프 치기 좋은 계절은 가을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덥지 않아 신체적으로 편안하기 때문이지 골프 자체로는 여름만 못하다. 가을에는 잔디 힘이 빠져 디보트가 나기 쉽고, 볼도 잘 안 떠 치기가 쉽지 않다. 또 그린에서 볼을 세우기가 어렵다.

개인적으로 ‘어느 계절이 골프치기에 가장 좋으냐’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장마 직후’ 라고 얘기한다. 이 때 골프에 물이 오르면 가을쯤이면 그 해 최고점까지 올라갈 수 있다.

박나미


입력시간 : 2003-09-30 15:17


박나미 nami86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