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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되돌리기] 위험한 사돈
노익장 배우들의 액션 어드벤쳐

2004년 개봉할 한국 영화 가운데에 신선하면서도 반가운 시도를 하고 있는 영화 한 편이 있다. 바로 영화 <고독이 몸부림칠 때>. 이 영화는 국내 중견 연기자들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실버영화’라는 점에서 제작 초기단계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미국에서는 알파치노(62세)나 로버트 드니로(60세)처럼 관록을 자랑하는 베테랑 연기자들이 스크린 상에서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중견연기자들이 스크린에 설 자리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전대미문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기보다는 유행하는 소재나 장르에 벌떼처럼 몰려드는 한국 영화들의 안일함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십대영화들이 마구잡이식으로 제작되고 있어 노인네들만 나오는 이 영화의 존재 의미는 더더욱 남다르다 하겠다.

미국 영화 <위험한 사돈(The in-laws)>은 59세의 마이클 더글라스와 57세인 앨버트 브룩스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첩보 액션영화다. 한 마디로 화려한 액션이나 기상천외한 스릴 대신 무릎관절염이나 고혈압을 갖고있을지도 모를 노인네들의 날렵하지 않은 몸놀림과 황당한 위기탈출법을 봐줘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액션을 선보이다가 심근경색으로 숨이 차서 헐떡거릴 정도는 아니고 농담도 그리 구닥다리는 아니다. 미모의 여배우 캐서린 제타존스의 남편인 마이클 더글라스도 노인네라고 불리기엔 여전히 섹시하고 근사한 매력을 풍기고 있고, 할리우드 최고의 재담꾼이라고 불리는 앨버트 브룩스의 코믹연기도 녹슬지 않았다.

영화는 소심한 발전문의 제리(앨버트 브룩스)가 CIA 비밀요원인 스티브(마이클 더글라스)를 사돈으로 맞이하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직업적 특성상 민간인에게 신원을 밝히기 어려운 스티브는 자신을 복사기 세일즈맨이라고 속여 아들이 결혼할 여자의 부모들과 상견례를 갖는다.

하지만 상견례가 있던 날 스티브의 이상한 행동거지를 본 제리는 그를 매춘알선업자로 오해한다. 제리는 서둘러 딸의 결혼을 취소하려 하고 스티브는 그런 제리를 설득하려고 하지만 일이 꼬여 제리가 스티브의 특수임무에 휘말리고 만다. 스티브와 한 팀이 되어 얼떨결에 당대 최고의 전문킬러 ‘굵은 코브라’가 된 제리. 어쩔 수 없이 스티브와 한 배를 타게 된 제리는 프랑스의 한 무기 밀매업자를 상대로 생애 최초로 대담한 특수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발가락에 기생하는 무좀균에도 바들바들 떠는 소심한 남자 제리가 막무가내로 대범한 스티브를 만나 난생처음 위험천만한 세상에 온 몸을 부딪치는 데 있다. 필요하면 프랑스 밀매업자인 동성애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연출하기도 하고 고소공포증임에도 불구하고 고층빌딩에서 낙하산을 타기도 한다.

오금이 저릴만큼 무섭지만 차츰 뭔지 모를 성취감과 희열을 느끼면서 스티브에게 조금씩 마음을 여는 제리는 결국 그를 한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영화는 가족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미국식 건전 가족주의의 결말로 노골적으로 향해간다.

한 가지 사족을 달자면, 스티브가 베트남 식당에서 제리 가족을 접대하는 장면에서 비아호이(베트남식 맥주)와 뱀요리가 등장한다. 이 때 제리는 음식들을 거북스러운 듯 바라보며 ‘디스커버리 채널에나 나올 법한 요리’라고 툴툴거린다.

마치 베트남식당을 몬도가네식 요리를 파는 곳으로 비하시키고, 그 나라 문화를 미개한 것인 양 그려내고 있어 베트남인들에게는 상당히 불편한 영화가 될 것이다. 어쩔 수 없는 미국영화의 한계이긴 하지만 킬링타임용으로 보자면 이 정도는 그냥 눈감아 줄만하다.



정선영 자유기고가 startvideo@hotmail.com


입력시간 : 2003-11-1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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