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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되돌리기] 세렌디피티
뉴욕, 로맨스 그리고 크리스마스



올 연말에는 예년만큼 캐롤이 들리지 않는다고들 한다. 전쟁과 경기침체로

전세계가 불황에 허덕이는 마당에 한가하게 크리스마스 트리앞에서 루돌프 사슴코와 산타클로스의 낭만적 환상에 빠져들기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산타를 외치는 소리는 여기저기서 들린다. 빨간 양말을 부여잡고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어린아이 뿐만 아니라 연말 상승장세인 ‘산타랠리’를 기대하는 증권가 사람들까지 산타의 따뜻한 온정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외침은 실로 간절하다. 그래도 역시 사랑에 빠진 연인들만큼 크리스마스의 낭만을 고대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연인들을 위한 크리스마스에 연인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영화가 빠질 수 없는 법. 올해에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에 어울릴 만한 영화 ‘러브 액츄얼리’가 개봉돼 사랑에 설레어 하는 연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작년에 개봉한 영화 ‘세렌디피티’도 크리스마스에 보면 썩 괜찮은 영화이다.

특히 사운드 트랙에 담겨 있는 로맨틱한 감흥을 떠올리면 영화 보는 재미가 배가된다. (미국에서는 10월에 개봉했지만 국내에서는 지난해 4월에 개봉했다. 영화가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걸 생각하면 개봉 시기가 조금 엉뚱한 감이 있다.)

영화는 루이 암스트롱의 흥겨운 캐롤 ‘Cool Yule’로 시작한다. 루이 암스트롱이 예의 그 걸쭉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순간, 블루밍 데일 백화점에서 마주친 조나단(존 쿠삭)과 사라(케이트 베킨세일)는 각자의 연인에게 줄 선물을 고른다. 그런데 우연히 같은 장갑을 고른 남녀는 서로에게 장갑을 양보하는 중에 호감을 갖는다.

뜻밖의 행운(세렌디피티)처럼 만난 두 사람은 짧은 데이트를 하고 더욱 서로에게 끌리는데 이 때 밥 케네디의 ‘Moonlight Kiss’가 흐른다. 달빛 아래에서 나누는 키스처럼 달콤한 데이트를 한 이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운명에 걸어보기로 한다. 돈과 책에 각자의 연락처를 적은 남녀. 운명과도 같은 계시가 있다면 연락처를 적어둔 그 물건들을 다시 볼 수 있겠지 생각하며 아쉬운 작별을 한다.

알랜 실베스트리의 음악 ‘Fast Forward’ 가 흐르면서 어느덧 두 남녀가 서로 다른 상대와 결혼을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하지만 운명의 상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조나단과 사라는 마지막 운명의 끈을 다시 잡아보려 한다. 애니 레녹스의 ‘Waiting in Vain’. ‘헛된 기다림은 하지 않겠다’는 이 노래는 연인을 찾아 떠나는 주인공들의 애틋한 마음을 전해준다.

로맨틱 영화의 공식은 피타고라스 공식만큼이나 명징하고 보편타당하다고 했던가? 관객들 역시 뻔하게 진행되는 사랑의 행로에 색다른 반전을 기대하지는 않고 영화도 언제나 안정적인 수순을 밟는다.

하지만 뉴욕의 어느 겨울날 카시오페아 별자리를 바라보는 연인들의 속삭임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데이빗 그레이의 ‘January Rain’이나 수천개의 조명이 켜진 야외 스케이트장에서 감격스런 해후를 하는 순간 들리는 닉 드레이크의 ‘Northern Sky’의 음악은 통속적인 사랑이야기를 조금은 세련되게 포장하고 있다.

뉴욕에서 맞는 크리스마스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낭만적 환상을 자아내는 영화, ‘세렌디피티’. 내용은 그 밥에 그 나물이라도 포장지만 예쁘면 흔쾌히 소비하려는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딱 영화가 아닐까.



정선영 자유기고가 startvideo@hotmail.com


입력시간 : 2003-12-2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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