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변화에 용감해라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관심사, 취미, 먹거리 등 취향이 변해간다. (독자 여러분, 아직 어린 나이에 이런 말을 하는 게 조금은 쑥스럽고, 면구스럽습니다. 널리 양해 바랍니다.) 끔찍이도 싫어했던 청국장 냄새가 구수해 지기도 하고, 좋아하는 옷 색깔과 스타일도 많이 달라졌다.

골프에 관련해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우리나라 아마골퍼, 그것도 40대, 50대의 골퍼들에게는 ‘국민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H클럽이 있다. 골프 마니아라면 너도 나도 한번씩은 손에 잡아봤을 바로 그 클럽. 처음에는 모두가 열광하기에 더더욱 그 클럽을 잡기가 싫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바로 그 클럽으로 골프를 한번 쳐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위의 분위기 때문일까?

현재 40대의 아마 골퍼들 중에는 구력이 10년 가까이 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자신들이 TV를 보면서 감탄을 아끼지 않는 LPGA 선수들 보다 일찍 골프 클럽을 잡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아직 골프 실력은 그만 그만 하다. “단 한번만이라도 싱글을 해봤으면”하고 바라는 골퍼들이 수두룩하다.

지금 현재 40대 혹은 50대이면서 “내 평생 소원은 안정된 싱글 핸디캡”이라고 외치는 골퍼들. 이들은 골프를 좀 더 재미있게, 또 그러면서도 발전이 있게, 즐기면서 연습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필자 이야기부터 하자면 필자는 예전에 골프 선수들의 스윙 흉내를 참 잘 냈다. 골프의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의 헐랭이 스윙 ,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결정적인 순간에 퍼팅을 하는 모습, 특히 옆으로 보이는 그의 눈빛, 예스퍼 파르네빅의 팔자 스윙 , 크리스 디마르코의 클로(집게발) 퍼팅 그립….

처음에는 단순히 주위 사람들을 웃기려고 시작한 행동이 갑자기 번뜩 떠오르는 아이디어처럼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 올 때가 있었다.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스윙, 혹은 퍼팅 동작을 좀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연결 고리를 찾을 때도 적지 않았다. ‘나만의 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만의 감을 찾기 까지는 무수히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 또한 알게 됐다.

메이저 대회를 TV 중계를 통해 지켜보면서 선수들의 어떤 모습에 주로 관심을 쏟는가? 내가 아는 아마골퍼 L은 오직 볼이 홀컵에 빨려 들어가는 순간을 보기 위해 잠을 참아가며 TV를 본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면 마치 자기가 롱퍼팅을 성공시킨 것 처럼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것 같다고 한다. 일종의 대리만족과도 같은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그만이다. 여전히 자신의 골프 실력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으니. 이런 것은 어떨까? 각 유명 선수들의 습관이나 행동을 한번 흉내를 내보아라. 예를 들면 타이거 우즈는 1m가 채 안되는 거리는 좀처럼 마크를 하지 않는다. 바로 홀아웃을 한다. 더 큰 중압감을 느끼지 않으려는 자기만의 방법인 지 모른다. 이렇듯 꼭 스윙이 아니어도 퍼터하기 전의 동작이나, 처음부터 연습스윙을 하지 않은 채 샷을 하는 의외인 행동을 참조하면, 뜻밖에도 새로운 감과 나만의 감을 응용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긴다.

이런 자신만의 노하우는 리드베터의 백 마디 가르침보다 더 효과적이다. 좋은 스윙만을 배운다고 골프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내 몸이 편하고 내가 잘 따라할 수 있고, 그래서 나한테 잘 맞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기본에는 충실하되 조금은 융통성 있게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모든 문제점을 ‘나’에서부터 찾는 골퍼가 성숙한 골퍼다.

입력시간 : 2004-01-1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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