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여성 골퍼여 쿨 해지자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카피가 있었다. 카멜레온처럼 시시각각 바뀌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다. 물론 여기서 변신은 외모에만 해당된다.

사실 여자가 남자처럼 우직한 성격이라면 참 재미없고 답답할지 모른다. 여자라면-설사 내숭을 떨 더라도-때론 친구처럼, 때론 엄마처럼, 때론 애인처럼 여러가지의 색을 보여줄수 있어야 할 것 같 다. 그래야 매력 있는 여자라는 부드러움을 사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요즘같은 '다목적' 시대라 면….

필자는 은은하지만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여자를 좋아 하는 편이다. 물론 내가 그렇다는 말이 아 니다. 같은 여자지만 우유부단한 여자는 딱 싫다. 이런 여자도 싫다. 필드에 나가 남자 플레이어 와 내기를 할 때, 자기가 조금만 잘 치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내기 상금은 돌려드릴게요." ' 미안해서 어떡하죠?" 하는 여자들. (이런 여자들이 같은 여자와 플레이 할 때에는 한 타에 거의 목숨(?)을 거는 것을 무지 많이 봤다.)

또 이런 여자골퍼도 있다. 골프장에서는 집안일 하는 주부요, 어머니다. 가사일을 하러 온 것인지 골프를 치러 나왔는지 분간이 안 된다. 남자 플레이어의 볼마커까지 챙겨주고, 그늘집에서도 숟가 락 젓가락 챙겨주고, 국수의 간까지 맞춰준다. 골프장에 나오면 골프를 치면 되고, 혹 내기에서 돈을 따면 화끈하게 저녁을 사면 되는 것 아닌가? 아무리 한국의 여성상이 '현모양처' 라지만 21 세기에는 분위기에 따라 적절히 행동할 수 있는 여성이 현모양처가 아닐까?

난 어떤 여성 스타일의 골퍼일까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 보자. 남자들 앞에서만 현모양처 골퍼이고 여자들끼리는 한 타에 목숨을 거는 얄미운 여성골퍼는 아닌지? 내숭이 여자의 특권이라고는 하지 만 같은 여자로서 두 가지의 모습을 보이는 건 그리 아름답지 않다.

또 한가지 더 얘기 하자면 여성 골퍼의 승부는 꼭 골프 스코어보드에서만 이뤄지는게 아니다. 치 기 전 입고 나가는 골프웨어, 치면서의 승부, 치고 나서의 드레스웨어까지. 이래저래 골프 한번 나가면 스트레스 받고 오기 일쑤다. 간, 쓸개까지 다 줄 것 같은 친한 친구도 골프 때문에 관계청 산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필자도 여자지만 심통부리는 얼굴이다. 시샘하는 모습은 진짜 싫다. 필자는 틈만 나면 마음을 다 스리려 노력한다. 속으로는 불덩이가 치고 올라와도 꾹꾹 누를 수 있는 참을성을 배우려 노력한다 . 골프 때문에 참 여러가지를 배우는 것 같다. 남성 골퍼들도 만일 아내가 골프를 친다면 이런 여 자들의 골프 세계를 알고 있는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한 해 한 해 여성 아마골퍼들의 대회도 많이 생기는데 21세기에 맞는 쿨~ 한 여성골퍼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입력시간 : 2004-01-3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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