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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최고 금싸라기 땅은?
프로야구 포지션의 경제학
든든한 투·포수가 전력의 절반, 고액연봉지대로 자리매김


‘포지션을 보면 돈이 보인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몸값이 철저한 수요공급의 논리를 따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희소성이 있는 스타들은 일반인들의 시샘을 받을 정도로 큰돈을 받는 반면 대다수 무명들은 눈물 젖은 빵을 씹는다.

최근엔 선수의 몸값을 산출할 때 ‘포지션’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야구의 전문화가 자리잡아 가는 데다 포지션별 선수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서 초래된 현상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포지션이 녹색 그라운드의 노른자위일까. 프로야구판 ‘포지션의 경제학’으로 들어가서 해답을 살펴 보자. 여기서는 8개 구단의 2004 시즌 라인업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편의상 지난 시즌 라인업을 기준으로 한다.






■ 투수

야구는 흔히 투수 놀음이라고 한다. 투수는 운동장에서 가장 높은 마운드에 서는 선수이며, 그의 손에서 공이 떠나야만 경기가 시작된다. 국보급으로 이름 날린 선동열(삼성 코치)처럼 ‘언터처블’ 투수 한 명만 있으면 나머지 야수들은 두 다리 쭉 뻗고 구경만 할 수도 있는 게 야구다. 그만큼 프로야구에서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며 이는 고스란히 몸값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투수에도 종류와 등급이 있다. 투수 로테이션의 주축인 제1선발이 연봉에서도 에이스다. 지난해 기준으로 정민태(현대ㆍ5억원) 임창용(삼성ㆍ4억3,000만원) 송진우(한화ㆍ3억원) 등 각 팀의 제1선발 투수들은 저액 연봉자들의 10배가 넘는 거액을 챙겼다. 이름 값에 못 미치기는 했지만 박명환(두산ㆍ1억7,000만원) 염종석(롯데ㆍ1억5,000만원) 등도 팀내 투수 연봉 랭킹 1위였다.

다소 예외적인 경우는 기량과 경력이 불일치하는 선수들.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해 탈삼진왕에 오른 이승호(LGㆍ4,800만원)나 아직 신인티가 남은 김진우(기아ㆍ5,000만원) 등은 ‘염가’에 팀 마운드를 책임졌다. 두 선수는 당연히 대폭 연봉 인상으로 보상 받았다.



투수 분업화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면서 중간 계투진의 연봉이 높아진 것도 최근의 특징. 팀의 리드를 지켜주거나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릴리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원조 홀드맨’ 김현욱(삼성ㆍ1억8,000만원)이나 이강철(기아ㆍ2억원), 차명주(두산ㆍ1억700만원) 등 각 팀의 특급 ‘허리’들은 대부분의 2~5선발 투수들보다도 높은 몸값을 받으며 중간 계투 전성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마무리 자원이 두텁지 못한 국내 사정 탓에 뒷문을 확실히 걸어 잠그는 소방수들도 상한가다. 이상훈(SKㆍ6억원) 노장진(삼성ㆍ2억500만원) 조웅천(SKㆍ1억1,000만원) 등 국내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마무리 투수들은 다른 팀 1선발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대우를 받는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포지션별 평균 연봉에서 마무리 투수들이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사실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한국 프로야구의 특색이다.

■ 포수

안방마님은 투수 리드뿐 아니라 야수들의 수비 위치를 조율하고 상대팀 주자를 견제하는 등 그라운드의 야전 사령관 노릇을 한다. 수비 부담이 다른 포지션에 비해 월등히 높은 탓에 두루 기량을 갖춘 선수들은 가뭄에 콩 나듯 배출된다. 어느 팀이든 알짜배기 포수를 찾으려 혈안이 되는 것도 다 그런 까닭이다. 든든한 안방마님을 모실 수만 있다면 몸값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근년에 각 팀 안방을 지키고 있는 간판 포수들은 대부분 실력이 출중하다. 박경완(SKㆍ3억원) 진갑용(삼성ㆍ2억원) 홍성흔(두산ㆍ1억8,000만원) 등은 특히 공수를 겸비한 특급 포수들로 팀 타선에서도 소금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지난 시즌 8개 구단 주전 포수들의 평균 연봉은 무려 1억4,000만원 대. 공격 혹은 수비 어느 하나만 잘하는 반쪽 포수들이 점차 밀려나고 그 자리를 공수를 겸비한 선수들이 채우면서 안방은 이제 금싸라기가 됐다.

■ 내야수

내야수 중 연봉이 가장 높은 포지션은 단연 1루수이다. 각 팀 타선에서 가장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중심타자가 보통 이 자리에 포진하는 게 현대야구의 추세이기 때문이다. 사실 수비 부담만 따지자면 가장 손쉬운 포지션이 1루수이지만 공격 측면의 기여도가 다른 포지션에 비해 큰 까닭에 예우해 주는 것이다.



지난해 연봉 6억3,000만원을 받아 한국 프로스포츠 전체 선수 중 최고를 기록한 이승엽(지바 롯데 마린즈)이 대표적인 경우다. 장성호(기아ㆍ2억원) 김기태(SKㆍ2억원) 홍현우(LGㆍ2억원) 등을 합하면 무려 4명의 1루수가 지난 시즌 2억원 이상의 몸값을 기록했다. 참고로 메이저리그에서도 1루수는 평균 연봉 520만 달러(약 62억원)로 가장 비싼 포지션이다.

통상 내야 수비의 핵으로 평가되는 유격수의 몸값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억대 선수는 고작 박진만(현대ㆍ1억7,000만원) 김민재(SKㆍ1억2,600만원) 정도에 그쳤다. 이는 과거 펄펄 날았던 이종범(기아)이나 장종훈(한화) 같은 톱스타의 명맥이 끊어지고 신진 선수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과도기에서 비롯된 결과로 보인다.

3루수 쪽도 사정은 비슷하다. 김한수(삼성ㆍ2억8,000만원) 김동주(두산ㆍ2억2,500만원) 정도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고액 연봉자가 별로 없다. 다만 지난해 기량이 급성장한 이호준(SK) 홍세완(기아) 등이 올해 억대 연봉 선수 대열에 합류하면서 앞으로는 3루수도 비싼 포지션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견실한 선수들이 많은 2루수는 의외로 알부자들이 적지 않다. 안경현(두산ㆍ2억원) 유지현(LGㆍ2억3,000만원) 등 모두 4명이 억대 이상을 받았다.

■ 외야수

대개 공수주 3박자를 모두 갖춘 선수들이 포진하는 외야수는 그야말로 짱짱한 몸값을 자랑한다. 지난 시즌 SK를 제외한 나머지 7개 구단에서 3명의 주전 외야수 중 2명 이상이 억대 연봉자였다.

이종범(기아ㆍ4억5,000만원) 양준혁(삼성ㆍ3억3,000만원) 심정수(현대ㆍ3억1,000만원) 박재홍(기아ㆍ2억7,000만원) 이병규(LGㆍ2억5,000만원) 이영우(한화ㆍ1억8,000만원)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스타들이 즐비하니 당연히 그럴 만도 하다. 메이저리그 역시 특급 선수들이 빽빽이 들어찬 외야수는 1루수 다음으로 많은 돈(490만 달러ㆍ약 58억원)을 받는 포지션이다.

녹색 그라운드의 7할 이상의 면적을 차지하는 외야. 넓이 만큼이나 빅스타들도 많아 ‘땅값’은 앞으로도 계속 치솟을 전망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입력시간 : 2004-02-0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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