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나이 듦에 대해서


요즘 골프계 최고의 뉴스메이커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아니다. 흑진주 비제이 싱이나 황태자 어니 엘스도 물론 아니다. 아니카 소렌스탐도 뒤로 밀려나 있다. 그런 누구인가. 바로 미셸 위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 골프팬들이 미셸 위의 모습을 좇고 있다.

도대체 그녀에게는 어떤 특별한 면이 있을까? 우선 장대한 남자 못지않게 키가 크다. 모습은 동양인인데(서양인들이 보기에) 영어는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이다. 큰 키에서 뿜어내는 드라이브 샷이 남자 선수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또 속독법을 배워 한 달에 많게는 20권의 책을 읽는다고도 알려져 있다. 이제 겨우 열 네살인데 벌써 타이거 우즈를 능가 할 만큼의 상품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미모까지 갖췄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미셸 위는 매스컴이 호기심을 가질 만한 여러가지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인기는 위에 열거한 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녀가 전세계 골프팬들을 사로잡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젊음과, 그 젊음의 겁없는 당당함이다.

“타이거 우즈랑 경기를 하면 누가 이길 것 같아요?”라는 다소 엉뚱한 질문에 “음, 제가 이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어찌 보면 당돌하기 그지 없는 답변이지만 그 당당함이 놀랍고, 한편으로는 부럽다. 타이거 우즈가 누군가. 골프 황제다. 신의 아들이라는 표현까지 하는 이들도 많다. 현재로서는 타이거 우즈를 능가할 만한 선수는 없고, 우즈의 우승 기록 때문에 골프장의 비거리를 늘리고 러프도 길게 만든다고 난리다. 그런데 이 선수를 이길 수 있다고 말하는 저 소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어떤 질문을 해도 의외이고, 거침없는 대답이 그녀를 더 신비롭게 만든다.

오늘 칼럼에 쓰는 내용은 미셸 위의 당당함이 아니다. 이 이야기를 하려고 사실은 한참 돌아왔다. 바로 나이다.

골프에 있어 나이란 중요하지 않다고들 말한다. 또한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스포츠가 골프라고도 한다. 하지만, 단언컨대 나이 든 만큼 골프를 잘 치는 것은 힘들다. 조금 나이(?) 가 있는 아마골퍼들에게는 대단히 죄송한 말이지만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을수록 필드에서의 플레이가 굉장히 소심해진다.

솔직히 말하면, 나이가 들면 소심해질수 밖에 없다. 그만큼 골프에 대해 아는 것도, 또 보이는 것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프로 선수들도 나이가 들수록 스윙의 폭이 점점 줄어든다.

젊다는 것은 무한한 가능성과 많은 기회를 가졌다는 말과 같다. 또 다소 무모해보이더라도 도전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필드에 이를 적용해 본다면 이런 예를 들 수 있다.

그린 주변에서 공이 벙커에 빠졌다. 제대로만 핀에 붙이면 버디도 가능하다. 그러나 벙커의 모양이 예사롭지 않다. 핀을 바로 공략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이 든다. 여기에서 젊은 골퍼들은 더블보기를 각오하고, 핀을 바로 보고 친다. 반면 나이가 든, 경험많은 골퍼들은 버디를 놓치더라도 파세이브를 위해 빗겨치는 경향이 있다. 바로 그 차이다. 위 경우 젊은 골퍼들이 버디를 낚는 경우보다는 더블보기로 무너지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바로 핀을 공략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나이든 골퍼들은 말할 것이다.“나이 먹은 것도 서러운데, 골프에도 나이가 중요하다니…” 그래서 위로의 말도 드린다. 경험했겠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골프의 참모습을 알아가게 된다. 이 또한 골프의 한 재미다.

입력시간 : 2004-02-1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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