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2004 애니콜 프로농구TG삼보 우승 굳히기에 KCC 막판 스퍼트하며 '미련' 못 버려플레이오프 상대 고르기, 탈 꼴찌 싸움, 개인기록 등 흥미진진

TG 축배에 KCC "아직 몰라"
2003~2004 애니콜 프로농구
TG삼보 우승 굳히기에 KCC 막판 스퍼트하며 '미련' 못 버려
플레이오프 상대 고르기, 탈 꼴찌 싸움, 개인기록 등 흥미진진


2003~2004 시즌 애니콜 프로 농구 정규 리그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2월 14일 현재 각 팀이 소화한 경기는 모두 44경기. 전체 54경기를 치르기로 돼 있는 정규 리그 종료까지는 불과 10 경기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사실 시즌 중반 이후 10개 구단의 판세가 일찌감치 2강 4중 4약으로 굳어 지면서 다소 맥빠진 듯한 느낌마저 줬던 올해 프로 농구는 그러나 종점을 앞에 두고 더욱 볼거리가 풍성해지는 양상이다. 우승을 노리는 상위팀이든 탈꼴찌를 위해 몸부림치는 하위팀이든 하나같이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외치면서 코트의 열기를 되살리고 있는 것.

이 와중에 몇몇 토종 스타들은 대기록 달성으로 팬들의 시선을 붙들어 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도 하다. 끝으로 갈수록 오히려 뜨거워 지는 프로농구 정규리그의 막판 관전포인트를 짚어 봤다.

▲ 양강 싸움 최후의 승자는

시즌 초부터 거의 독주하다시피 달려온 전년도 챔피언 원주 TG삼보의 기세가 피니시 라인을 앞두고도 꺾이기는 커녕 훨씬 드세지고 있다. 14일 경기까지 파죽의 7연승을 내달린 지금의 상승세라면 정규 리그 우승은 거의 떼 놓은 당상처럼 보인다.

높이와 힘을 함께 갖춘 김주성(205cm)과 데릭스(205cm) 두 선수로 이뤄진 ‘트윈 타워’, 탄력 좋은 만능 선수 앤트완 홀(192cm)과 기복 없는 3점 슈터 양경민(193cm)으로 짜여진 포워드진에 민완 가드 신기성(180cm)까지 TG삼보의 베스트 파이브는 나무랄 데 없는 팀워크로 시즌 내내 위력을 떨치고 있다.

주전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전창진 감독의 특성 탓에 쉴새 없이 코트를 누볐지만 끈끈한 조직력과 역할 분담으로 체력적인 문제도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TG삼보의 탄탄한 조직력은 10개 구단 중 실점이 가장 적은 팀이라는 대목에서도 잘 입증된다. 공격력은 중위권이지만 워낙 끈끈한 수비를 펼치기 때문에 강팀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8연승으로 선두 TG삼보를 턱밑까지 쫓았던 전주 KCC도 최근 컴퓨터 가드 이상민이 종아리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1위에 대한 욕심을 놓지 않고 있다. 비록 14일 현재 4게임차로 격차가 벌어지긴 했지만 남은 경기서 대추격을 벌이면 TG삼보와의 시즌 최종 맞대결에서 승부를 걸어볼 수도 있다는 계산. KCC는 시즌 상대전적에서도 TG삼보에 3승 2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KCC가 시즌 종반 선두권으로 치고 나올 수 있었던 데는 사실 리그 중에 영입한 ‘천군만마’의 덕이 컸다. 전희철과 트레이드돼 친정으로 돌아온 ‘캥거루 슈터’ 조성원(180cm)이 고감도 외곽포를 보탰고 형제구단 울산 모비스에서 온 특급 센터 R.F. 바셋(202cm)은 골밑을 확실히 책임졌다. 이들의 영입 이후 이상민(183cm)-추승균(190cm)-찰스 민렌드(195cm)-조성원-R.F. 바셋으로 이어지는 베스트 파이브는 이상적인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TG삼보에 버금가는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TG삼보가 우승 트로피를 가슴에 안을 때까지 안심할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 플레이오프 짝짓기 머리싸움

4강 직행 티켓을 거머쥐는 1, 2위와는 이제 거리가 멀어졌지만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거의 확정된 중위권 4팀의 ‘만만한 상대’ 고르기도 흥미롭다.

14일 현재 대구 오리온스, 창원 LG, 인천 전자랜드, 서울 삼성 등 네 팀은 불과 2게임차로 3~6위에 죽 늘어서 있는 상황. 문제는 4위와 5위, 3위와 6위가 맞붙어 이긴 팀이 각각 1, 2위와 결승 진출을 겨루는 플레이오프 대진 규정이다. 어차피 4강 직행 꿈이 무산된 이상 이들 네 팀은 서로 손쉬운 상대팀을 고르기 위해 치열한 눈치 작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

4강에 진출했을 경우, TG삼보와 KCC 중 어느 팀이 해볼 만한가 하는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때문에 이들 네 팀은 TG삼보와 KCC 두 팀의 막판 행보까지 감안한 골치 아픈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처지인 셈.

네 팀 모두 신경전을 벌이고는 있지만 정규리그 상대 전적만으로는 창원 LG가 다소 여유있는 입장이다. 대구 오리온스에는 4승1패, 전자랜드와 삼성에는 각각 3승2패로 경쟁자들에게 모두 우세한 경기를 펼쳐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전의 속성상 결과가 예측 불허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 탈꼴찌 싸움도 치열

설사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싸움일지라?하위권 팀들이 벌이는 탈꼴찌 전쟁도 나름대로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산 KTF, 서울 SK, 안양 SBS, 울산 모비스 등 7~10위 팀간의 게임차는 불과 2경기. 중위권에 포진한 팀들과 마찬가지로 다닥다닥 붙어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는 것.

하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려는 스포츠맨십이 물씬 묻어남을 알 수 있다. 특히 돋보이는 팀은 서울 SK. 지난 주 경기서 KCC, 전자랜드 등 갈길 바쁜 중상위권 팀들의 발목을 잡는 등 SK는 최근 경기서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비록 파장 분위기에 접어든 시즌 종반이지만 하위권 팀의 분전은 상위권 팀에게는 ‘고춧가루’로, 팬들에게는 진정한 프로 정신으로 어필하며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 토종 스타들 신기원 열었다

올 시즌 역시 특급 용병들이 각 팀의 운명을 크게 좌지우지했지만, 그 틈바구니로 ‘토종 명품’들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들은 대기록 달성의 주인공들인 김주성(원주 TG삼보)과 김승현(대구 오리온스), 문경은(인천 전자랜드).

큰 키에 걸맞지 않게 고무공 같은 탄력도 겸비한 ‘용병급 센터’ 김주성은 지난 14일 경기에서 국내 선수로는 최초로 2년 연속 100 블록슛 돌파라는 신기원을 달성했다. 용병들의 전유물이다시피 한 블록슛 경쟁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국내 선수로는 경이로운 일이지만, 김주성은 아예 올 시즌 블록슛 왕을 노릴 수도 있을 만큼 일취월장한 ‘파리채’ 손놀림을 보이고 있다. 근소한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는 R.F. 바셋을 물리치고 과연 토종 빅맨의 힘을과시할 수 있을 지 팬들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는 상황이다.

‘가로채기의 제왕’ 김승현과 ‘3점포 쏘는 람보 슈터’ 문경은이 각각 달성을 목전에 둔(14일 현재) 3년 연속 100스틸과 3점슛 1000개 고지 역시 국내 프로농구 최초의 대기록이다. 용병들이 판치는 국내 농구 코트에서 역시 토종의 자존심을 드높인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지난 연말 SBS 몰수게임 파문으로 프로답지 못한 구경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던 프로농구가 바야흐로 시즌 막바지에 정말 프로다운 볼거리를 쏟아내며 팬들의 관심을 되찾고 있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4-02-18 14:54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