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균의 개그펀치] 무슨 복에 여자랑…


‘연애 따로! 결혼 따로!’

이는 신세대들이 말하는 연애론이다. 때문에 이들에게는 연애하고 싶은 이성과 결혼하고 싶은 이성은 엄연히 구분 지어진다. 솔로 시절 화려한(?) 연애는 단지 연애일 뿐, 결혼이 전제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내가 니꺼야? 난 누구한테도 갈 수 있어”,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언젠가 유행했던 CF의 한 장면처럼 이들의 사랑은 언제 어디서나 유동성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자유연애를 당연시 생각하는 이들의 사랑 표현은 말 그대로 자유롭고 ‘쿨~!’ 하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 하여 일곱 살만 되면 남녀가 함께 어울리는 것을 금하는 엄격한 유교식 덕목이 있었다. 사랑의 동작에도 도덕과 예의가 들어가 있어야 하며, 조선시대의 부모는 자식의 배필을 정해주는 것을 당연한 도리로 여겼다. 때문에 연애는 곧 결혼이었고, 그래서 순결을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얼마 전 지하철에서 대학생인 듯 보이는 20대 초반의 젊은 남녀와 마주앉게 되었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의 몸을 꼭 껴안고 서로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이는가 하면 가끔씩 서로의 두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술에 입맞춤을 해가며 사랑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북적이는 지하철 안의 사람들의 시선은 이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난 이내 눈 둘 곳을 찾지 못해 상하좌우로 눈 회전을 해가며 괜시리 멋쩍어 딴청을 피워야만 했다. 이런 내 모습이 오히려 그들에게 어색하게 비춰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마저 들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이들의 사고방식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하룻밤 사랑의 감정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순결 상실, 혼전 임신 등의 젊은 계층의 성도덕 문란이 정신적, 육체적 피해와 함께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엄격한 유교사상에서 자유연애를 금기시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구려시대 ‘황조가’ 에서 조선시대 ‘춘향전’까지, 최근 ‘통하였느냐?’의 유행어를 낳은 영화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보여지듯 애끓는 사랑의 힘은 시ㆍ공간을 넘어 그 무엇도 초월할 수 있을 듯 하다.

말끔한 외모 덕에 소문난 바람둥이로 알려진 연예인 A군은 실제로는 여자와 그 흔한(?) 잠자리 한번 못해 본 숙맥이라고 한다. 때문에 이런 A는 주위 남자들에게 놀림을 받기 일쑤였다. 참다못한 A는 기회를 물색하기 이르렀고,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시작하는 심야영화를 한 여자와 같이 보러 가기를 제안했다고 한다. 영화가 끝나고 새벽녘 으스스한 분위기에서 밖으로 나오면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발길을 돌리게 될 것이라는 발칙한 상상을 했던 것! 그러나 네 편의 영화가 시리즈로 이어지는 심야영화 덕에 다음날 아침이 환하게 밝아서야 극장 밖을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질 수 없었던 A는 얼마 뒤 비장한 각오를 하고 여자와 단둘이 술자리를 만들었다. 첫 잔부터 폭탄주를 제조해 주거니 받거니 하며 1차, 2차, 3차까지 술자리는 이어졌다. 알딸딸하게 술이 취한 A는 이제 됐다 싶어 여자의 눈치를 슬슬 보던 찰나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야릇한 눈빛을 보냈는데, 그 때 그녀가 던진 한마디는 “해장술 한잔 더하죠!” 였다고….

자포자기하고 있던 A에게 어느 날 그녀는 그의 마음을 알았는지 하루 밤을 같이 있어줄 수 있냐고 물어왔던 것. A는 심야영화와 술만 아니라면 기꺼이 있을 수 있다는 대답을 하고 그녀를 따라 나섰다. A와 그녀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교회. 절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그녀는 철야기도를 맞아 그를 교회로 인도하고 싶었다는 말을 남긴 채 A의 손을 꼭 잡고 밤새 한숨도 쉬지 않고 계속 되는 기도 속에서 하루 밤을 꼬박 같이 보냈다고 한다.

자유로운 연애 속에서 우리나라 국민 모두 서로가 서로를 사랑 할 수 있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꿈꿔본다.

입력시간 : 2004-02-1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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